2010년 8월 4일 수요일. 20시. 서울 월드컵경기장. 2010 소나타 K리그 사상 최대의 굴욕이 펼쳐졌다. 사실 필자는 이 경기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을 당시부터 못마땅했다. 이미 많은 기자들과 블로거들이 글로 썼듯이 이 경기는 우리가 도대체 얻을 점이 없는 것이였다. 

물론 6년전인 2004년 바르셀로나의 방한때는 계약을 잘 해서 대부분의 주전선수들이 나왔고 또 그들을 상대한 수원이 1-0으로 승리를 거두면서 K리그의 위상이 높아지는 듯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우리나라의 축구 행정가들은 바르셀로나, 맨유 등의 유명한 구단을 데려오려는 것일까?

K리그 마케팅, 팬 서비스, 그리고 돈벌이.

사실 이정도의 이야기는 눈 따갑게 기사로 접했을 것이고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그에 따른 결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뻔한 상황에서도 이런 경기를 추진한 프로축구연맹에 대한 작은 항의를 위해서 차근차근 설명하겠다. 또한 자세히 모르는 또 다른 팬들을 위해서. 

바르셀로나는 지난시즌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팀이다. 축구는 유럽의 스포츠이고 또한 유럽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뛰고 있다. 유럽의 3대리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는 축구선수들에겐 꿈이고 팬들에겐 환상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리그들이다.

하지만 이런 축구리그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들이 있으니 바로 돈! 이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미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온전히 축구자체를 사랑하여 공을 차거나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를 이용하여 돈벌이를 하려는 경영자들도 있다. 07-08시즌 기준 레알 마드리드는 6369억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565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물론 경기장 유지보수비용, 선수들의 급료, 운영진의 인건비등을 빼면 얼마가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청난 액수의 돈들이 축구공을 두고 오고 가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축구팬들이 저정도의 금액이 오고간다는 사실을 모르고있다.

SEOUL, Aug. 3, 2010 FC Barcelona's Lionel Messi of Argentina smiles during a training session in Seoul August 3, 2010. South Korea's K-league all-star soccer team and Spainish soccer club FC Barcelona will have a match in Seoul on Aug. 4.

<리오넬 메시><출처 티스토리 PicApp>

이번 경기에서 메시는 17분 출전하여 2골을 기록하며 왜 사람들이 메시를 이토록 찾았는지 스스로 증명했다. 하지만 경기전 과르디올라 감독은 메시를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해서 많은 팬들이 환불을 요청했고 이번 경기의 책임자인 스포츠앤스토리는 계약서에 명시된 항목을 거론하며 강하게 항의했다.

그 항목은 메시가 30분 이상 출전하지 않을시 20만유로 즉, 우리 돈으로 3억원을 위약금으로 지불한다는 내용이였다. 한 선수가 30분이상 출전하지 않으면 3억원이 위약금으로 지불된다는 계약서 항목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이유는 그가 메시이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원래 있던 수요일의 K리그 일정을 옮기면서까지 이 경기를 추진했다. 스페인과의 수교 60년을 기념하여 경기를 연다는게 공식적인 이유였다. 물론 스페인을 대표하는 축구구단의 하나로써 축구로써 양국의 발전을 서로 돕는다는 취지는 너무도 좋다. 게다가 침체되어있는 K리그를 위해 K리그의 스타들을 함께 팬들에게 보여주며 ‘우리 K리그에 이런 선수들이 있다!’ 라는 것을 보여준다는 취지도 너무도 좋다.

왜 취지는 좋았다고 하는지는 그리고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다른 기사들도 많기에 이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 하겠다.

열심히 뛰지 않은 올스타

K리그는 분명 세계적인 리그들에 비해서 경기력도 선수들의 인지도도 몸값도 부족하다. 당연하다. 그들의 역사와 팬들의 열정에 비하면 우리 K리그는 아직 발전해야될 요소들이 많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선수들 개개인의 기량과는 또 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은 경기를 시청한 축구팬이라면 알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늘 경기는 우리 K리그 올스타의 패배였다. 그것도 완패. 2-5의 완패였다.

전반1분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최성국이 왼발로 밀어넣으며 1-0으로의 환상적인 출발을 했다. 하지만 5분뒤 주춤주춤 거리던 수비진들 사이로 당연한 패스가 들어갔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놓치지 않고 정성룡 골키퍼 다리사이로 밀어넣으며 1-1을 만든다.

그 뒤로의 경기력은 참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박진감이라곤 없었고 환상적인 중거리포를 보여줬었던 김두현은 잦은 패스미스를 하며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압박은 약하기 짝이 없었고 마치 초등학교시절 “골넣으면 키퍼” 게임을 하는양 한팀은 공격을하고 한팀을 수비를 하는 듯 했다. 물론 우리 K리그 올스타가 수비였다.

전반 30분 과르디올라 감독은 참으로 맘에 드는 교체를 한다. 다니엘 알베스와 메시를 넣은 것이다. 사실 다니엘 알베스는 생긴것처럼 참으로 건방진 행동들을 보여줬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K리그 팬들 아니 지금 시대의 축구팬이라면 메시를 모를 수가 없고 그 메시를 우리가 늘 보던 선수들과 겨루는 모슴을 볼 수 있다는건 엄청나게 매력적이였다.

개개인의 기량은 분명 K리그 최고의 선수들만 모았기에 선수들 스스로도 뭔가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가득 찼을 것이다. K리그 최고의 용병 중 하나로 꼽히는 성남의 몰리나는 자신이 K리그에서 정상급 선수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는지 개인플레이를 계속해서 보여줬고 사실 전반 36분 쯤에도 오른쪽으로 쉐도하는 최효진에게 공을 돌렸으면 했다. 하지만 역시 몰리나였는지 기가막히게 찍어올린 크로스가 K리그 지난시즌 득점왕 이동국의 머리에 걸렸고 득점으로 연결되어 2-1로 역전하게 된다.

여기서부터 약 5분간 K리그 올스타의 공격이 이어진다. 크로스를 할 타이밍에 갑자기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팅을 에닝요가 한번 몰리나가 한번 날린다. 물론 두 선수 모두 K리그 최고의 용병들이며 충분히 그 위치에서도 득점으로 연결할 능력이 있는 선수들 이지만 우리나라를 우롱한 팀을 상대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었어야 했고 그렇다면 조금 더 자신들이 속한 K리그를 위해 뛰었어야 했다.

결국 스스로가 최고라고 생각했는지 계속해서 불협화음을 보이던 K리그 올스타는 43분에 한번 47분에 한번 메시에게 득점을 허용한다.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마치 연습경기를 하는 듯 편하게 경기를 했고 K리그 올스타는 무언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된다는 심정으로 개인기에 열중했다.

여기까지만 봐도 연맹측이 올스타를 소집한 것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리그 팬들은 바르셀로나를 불러서 친선경기를 치루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K리그 팬들은 리그 도중 그것도 리그 일정을 옮기면서 친선경기를 치루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또한 단일팀이 아닌 올스타를 소집하는 것을 반대한 것이다. 우려했던 상황이 그대로 나왔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계속해서 조직력 문제를 이야기했고 올스타들은 11명이 아닌 혼자서 경기를 치뤘다.

망신스러운 전반전 경기가 끝이나고 2-3으로 후반전이 시작 되었다. 이제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은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선수들로 경기를 시작했다. 반면 우리 올스타는 또다시 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새로이 교체시키며 후반전에 나왔다.

10분 쯔음 되었을까? 바르셀로나 선수의 얼굴을 봐도 이름을 모르고 딱히 선수들의 열정이 느껴지지 않는 올스타의 경기를 중계하는 해설과 캐스터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거 방송사고인가? 싶을 정도로 말이 없었다. 후반 17분과 30분 루시오와 인디오의 중거리슈팅을 제외하곤 부산 박희도가 경기장 이쪽저쪽을 뛰어다니는 모습만 볼 수 있었다.

결국 두골을 더 헌납하면서 올스타는 2-5의 완패를 당한다.

도대체 우리 선수들은 왜 횡패스와 백패스만 연발했으며 포백은 수비진영에서 개인기를 연발한 것일까? 또한 그 개인기는 앞으로 나가기 위해서가 아닌 왜 골키퍼에게 돌리기 위한 개인기였을까?

필자가 본 K리그는 분명 매력적인 경기력을 뽐낼 때가 많았던 리그이고 또한 우리가 친숙한 선수들이 존재하는 리그였다. 난 K리그를 상당히 좋아하고 K리그 선수들에 대한 칭찬글도 많이 쓴 블로거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어떤 선수던지 칭찬이 나올 수 없었다. 후반전 올스타의 포백은 평점 5점 이하를 기록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였고, 바르셀로나가 오기때문에 경기장을 찾거나 TV로 경기를 시청한 팬들은 또 다시 ‘K리그가 그렇지 뭐, 2군한테도 발리네?’ 라고 생각하고 K리그를 보지 않을 것이다.

K리그가 얻은것.

과연 K리그가 얻은것이 있을까?

오늘 경기에서 필자가 가장 아쉬운 것은 최성국과 이동국의 세레머니이다. 최성국과 이동국은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그토록 자신들이 무시를 당하고 자신들의 리그가 무시를 당하는데 그들은 골을 기록하고 평소와 같이 기도를 하거나 팔벌리고 몇미터 달린 것 뿐이였다. 많은 칼럼들에서도 나오지만 더이상 우리 선수들은 그런식으로 세러머니를 하면 안된다.

오늘 바르셀로나측의 우롱에 열받은 팬들은 레알마드리드 유니폼을 걸었고 메시가 화면에 비추자 야유를 퍼부었다. 팬들은 이토록 우리의 리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여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데 과연 우리 올스타 선수들은 뭘 보여준걸까?

난 최성국과 이동국이 골을 넣고 바르셀로나에게 어떠냐? 너희가 아무리 잘나도 같은 축구선수다. 그리 무시하던 우리에게 골 먹히니 기분이 어떻냐? 그정도밖에 못하느냐?

이런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해주길 바랬다. 아니 그랬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오늘같은날 생각나는 선수가 한명 있다. 바로 이천수다. 이천수라면 분명 프리킥이던지 필드던지 어떻게던지 골을 기록했을 것이다. 그리고 메시에게 주먹감자를 날리지 않았을까?

오늘 경기의 MVP는 메시고 수훈선수는 이동국이며 감투상은 이브라히모비치라고 한다. 난 차라리 MVP를 두번째 관중 난입한 팬에게 주고 싶다. 물론 그런식의 행동은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난 그 팬이 난입할 수 있었던 자신감에 MVP를 주고 싶다. 오늘 우리선수들은 자신감이 없었다. 4번째 골을 먹힐땐 3명의 수비수가 골라인 근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선수만 골대로 달려갔다. 아마 세 선수 모두 달려갔다면 분명 골라인을 넘기 직전 누군가가 걷어냈을 것이다. 그런 사소한 행동에서도 선수들의 열정이 없었음이 느껴졌다.

오늘 K리그는 안티팬을 더 확보하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다. 더 잘 할 수 있으면서도 왜 그러지 못할까?

결국 K리그는 바르셀로나를 부르면서 얻을 수 있었던 세가지 마케팅과 팬, 그리고 돈을 모두 잃었다. 그리고 안티를 얻었다.

Dargon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