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아이폰에서 페이스북 앱을 지웠다.

2010년 11월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당시엔 싸이월드도 시들해졌을 시기였고, 스마트폰의 대량 보급도 이뤄지지 않았을 시기다. (내가 좀 늦게 사긴 했다. 내 첫 스마트폰은 넥서스S였다.)

▲2010년 11월에 페이스북에 가입했다.

큰 의미는 없지만 내 페이스북 계정은 1200여명의 친구와 400여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다.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이틀간 페이스북에 접속하지 않았는데, 알림이 30개가 와있었다. 내가 쓴 글에 찍힌 좋아요, 댓글. 나를 태그한 친구의 글에 찍힌 좋아요, 댓글. 왜인지 모르지만 친구가 사진을 올렸다는 알림 그리고 3개의 친구신청. 과연 이 30여 개의 알림 중 내가 꼭 알아야 할 알림은 몇개일까?

올해 IT기자가 되고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하기에 소셜 상에서 활동은 중요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사람도 있지만, 페이스북으로 사람을 검증하는 용도가 더 컸다. 어떤 활동을 하는지를 보면 협업 기회를 포착할 수 있었다.

하루에 적게는 1~2개, 많게는 10개 가까이 페이스북에 포스팅했다. 그다지 중요치 않은 농담부터, 누구를 만났다는 인증샷, 홍보글, 도움 요청 등 정말 다양한 용도로 페이스북을 활용했다. 정말 페이스북이 없으면 어떻게 일하겠냐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과도한 연결, 스트레스의 시작

지금 속한 조직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공식 메신저로 사용한다. 지난 6년간 금융 SI 개발자로 일했던 나는 사내 메신저의 단점을 공감하지 못했다. 금융권은 망분리가 돼 있기 때문에 사무실 밖에서 일을 할 수 없다. 때문에 늘상 야근이었지만, 퇴근 후 연결이 끊어진다는 장점이 있었다.

언론사는 연결이 끊어져서는 안된다. 물론 나는 잡지를 만드는 기자이기에 매일 같이 특종을 찾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이슈는 늘 팔로우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늘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에 온라인 상태로 있었다.

주말 이틀 간 글을 하나도 쓰지 않았는데, 30개의 알림이 왔다. 평일에 내가 글을 쓸 때마다 울려대는 알림이 얼마나 많았을까? 중요한 정보를 팔로우 하려는 목적이었지만, 그 중 정말 중요한 알림은 몇 개나 됐을까?

내 포스팅에는 적게는 3~5개에서 많게는 30~40개의 좋아요가 눌렸다. 때때로 포스팅을 통해 홍보할 때면 친구들의 반응에 크게 신경을 쓰곤 했다. 어떤 글에 반응이 더 좋은지 몰라 주저리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곤 했다. 불과 몇 시간 흐르면 읽히지도 않는 글을 말이다.

몇 달전 결국 나는 아이폰에서 페이스북 알림을 차단했다. 하루에도 수십번 울려대는 알림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겠지만, 알림이 울리지 않았는데도 알림이 온 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하루 76번 아이폰 화면을 켰다.

이번 주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 8시간씩 잤다. 16시간 깨어있으며 76번 아이폰 화면을 켰다면 시간당 4.75회 화면을 켰다는 것. 거의 10분 간격으로 화면을 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다. 책이라도 읽으려 자리에 앉으면 몸이 베베 꼬인다. 노트북을 켜기도 하고, 아이폰을 켜기도 한다. 10분 간격으로 집중이 끊어져서야 무슨 일을 하겠나? 페이스북 알림을 꺼둔 상태가 이런데, 알림을 켜둔 상태에선 얼마나 더 심했을까?

그야말로 아이폰과 나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다. 이거야 말로 현대판 노예가 아닐까?

새 아이폰, 살 명분을 찾지 못했다.

몇 년 전 애플워치가 나오고, 나는 그것에 반했다. 격렬히 사고 싶었고, 수차례 매장에 가서 차봤다. 이쁘고, 마음에 들었지만 도무지 살 명분이 안생겼다. 50만원에 달하는 거금을 아무생각 없이 소비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명분을 찾지 못했다.

내가 지금 사용하는 아이폰은 아이폰6S다. 넥서스S를 처음 썼고, 그 다음 아이폰5 그리고 아이폰6S를 사용한다. 이번 아이폰은 꽤 기대했는데, 여전히 명분이 서지 않는다. 오히려 3년 전 중고로 55만원에 샀던 아이패드 에어2를 정말 잘 쓰고 있다. 이정도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아이패드 프로가 내게 더 잘 맞을까 싶었지만, 애플이 야심차게 내 놓은 기능이 소비를 막았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주간 스크린 타임을 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사용이 가장 높다. 생각보다 인스타그램을 많이 사용하는 것에 놀랐다. 카카오톡은 정말 사적으로만 사용해서인지 3위에 머물렀다.

▲압도적으로 높은 소셜 네트워킹 사용시간

결국 내 아이폰은 SNS용이다. 딱히 고사양의 스마트폰이 필요없는 것. 이 데이터를 봤음에도 200만원짜리 아이폰을 살 용기는 내게 없다.

아이폰 구매와 별개로 스스로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에 놀랐다. 이토록 SNS 노예가 돼 있을 줄은 몰랐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10분에 한 번 스마트폰을 켤 정도면 심각한 중독이다.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기자라니,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페이스북 앱을 지운다

페이스북을 통해 상당히 많은 일을 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없었다면 나는 일을 하지 못할까? 글쎄, 고작 이 서비스로 일을 못한다는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다.

페이스북 앱을 지운다. 마음 같아선 탈퇴를 하고 싶지만, SNS가 주는 확실한 매력이 있긴 하다. 페이스북은 노트북으로만 접속하고, 되도록 스마트폰은 쳐다보지 않는 쪽으로 해야겠다.

앞으로 한동안 페이스북 없는 업무를 테스트 해봐야겠다. 큰 지장이 있으면 돌아가야겠지만, 그정도로 타격이 있진 않을 것이다. 아, 내 여가시간을 앗아간 인스타그램도 함께 삭제. 트위터도 삭제.

페이스북 중독은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의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북을 빠져나와 올바른 사고를 할 수 있는 맑은 뇌를 되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