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게 된 동기 ]


서울대 교수진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 한줄평 ]


무엇을 보고 있는가? 어디를 보고 있는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따라 사고가 달라진다.
 

[ 서평 ]


정말 이벤트가 많았다.
새로운 조직에 입사해,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축적의 시간은 바쁜 시기를 보내며, 지하철 안에서 읽었다. 그토록 정신없던 시간에 책을 계속 읽었다는 것은 꽤나 재밌었다는 뜻이다. 또한, 최근 다른 것을 바라보며 느꼈던 것과 책의 내용이 유사해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나라에 살고 있을까?
우리의 사회는 어떤 이들이 만들어 가고, 세계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우리 산업계와 학계와 연구소는 어떤 비전을 그리고 있을까? 우리네 삶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 안에서 내가 할 역할은 없을까?
건방지게 보일지 모르지만, 어느새 사회생활을 7년째 하는 사회인으로서. 스스로가 이제는 한 사람 몫을 하고 있다 생각한다. 현재는 새로운 조직에 들어와 한사람 몫을 해내기 조금은 버겁지만, 개발자로서 6년을 살아오며 분명히 한 사람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 몫을 하고 나니, 주변을 둘러보게 됐다. 과연 나는 어느 위치에 있는지, 내가 걷는 길은 어디로 향하는지. 내가 걷고자 했던 길과 맞게 가는 중인지. 막상 걷고 보니 생각과 다른지. 옆 길이 더 탐나는지. 함께 걷는 자들이 너무 많진 않은지.
조금은 영악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게 만 4년즘 됐을 때였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쯤 퇴사해 창업을 했다. 물론 아무생각 없이 지른건 아니다. 마침 만들어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었고, 만들 수 있었고, 난 아직 어렸고,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결과적으론 실패. 1차 시도 실패가 맞겠다.
나는 내가 가진 자원으로 시도했다. 대출을 받지 않았고, 퇴직금을 제외하곤 모아둔 돈을 쓰진 않았다. 내가 가진 시간과 기술을 활용해 프리랜서로 자금을 충당했다. 그 안에서 내 기술도 늘었고, 새로운 사람도 알게 됐다.
어쩌면 실패라고 할 수도 없겠다. 내 시간을 투자해 경험과 기술 그리고 인맥을 얻었으니 말이다. 실패라기보단 그저 젊은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해엔 실패라 생각했다.
사회의 장벽은 너무도 높았고, 그저 내 몸뚱이로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브레인들이 열어둔 비전과 자본가들이 열어준 판에서 체스말이 될 수는 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는 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순 없었다.
 

한국전쟁 후 대한민국. 딱 그때의 수준.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막막했을까?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그시절의 어른들은 그저 앞만 보고 달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참한 환경. 낮은 지식 수준. 그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을 것이다.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서 말이다.
세계의 여러 선진국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을까? 차라리 완전히 갖혀 몰랐더라면… 선진국의 세상을 알아버린 리더들은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비전을 세우고, 그들을 따라가기 위해 발버둥 쳤을 것이다. 확고한 목표로 뭉쳐 달렸을 것이다. 뭐든 지금보단 나아지리란 믿음. 자녀들에게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겠다는 희망.
그렇게 우리는 지금의 경제대국이 됐고,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때의 그 시절이 마치 나와 같아 보인다.
내 목표는 한사람 몫을 하는 것이었다. 사회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팀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일을 잘하는 일꾼이 되고 싶었다.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했다. 주말에도 뭔가 더 나아질 수 있는 활동을 했다. 명확한 비전도, 확고한 믿음도 없었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지고자 했던 에너지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 사람 몫을 하게 됐고,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 더이상 빠르게 카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GDP 세계 11위의 경제 대국이 되며, 아무 사업이나 벌릴 수도 없다. 무작정 달렸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뭐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외교 문제도 생각해야 하고, 동맹국의 눈치도 봐야한다. 마냥 경제만 살리기엔 분단 국가임도 잊지 말아야 한다. 세계가 연결돼, 사람들은 어디서든 정보를 얻는다. 이제 이들을 묶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
 
나도 이제 새로운 판을 짜야한다. 어느새 서른을 넘어 무작정 새로운 일을 할 수도 없다. 지금껏 쌓아온 경력을 모두 버리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다. 주변의 기대 또한 무시해선 안된다. 때에 맞게 해야 할 일들도 해야한다. 또래집단, 동기, 팀, 부서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분야의 정보도 쉽게 알 수 있어, 눈 앞의 일과 쉽게 비교가 된다. 이제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위해서도 꽤나 깊은 사색이 필요하다.
 

비전. 새로운 나

축적의 시간은 딱 지금의 내게 적합한 이야기였다.
이제 어느정도 커버려 뭐든 전략이 필요한 상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왜 우리가 잘 살았는지를 모르는 상태다. 주변 강대국들의 눈치 싸움에서 어부지리로 커버린 건지, 이미 스스로가 경제 강국이면서도 왜 다음을 생각하지 못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한 사람 몫을 해왔지만, 도대체 무엇이 지금의 나로 이끌었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상황과 달리 나는 이해관계가 복잡하지 않다.
 
새로운 비전을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도대체 어떤 나라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뭐라고 답해야 할까?
 

우리의 진단 결과는 결국 ‘축적’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됩니다. 우리 산업이 처한 핵심적인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역량들은 마음먹는다고 금방 확보되거나 돈이 있다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숙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역량입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잘 살아왔다. 아마 그시절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도 이토록 성장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처참했던 나라를 이정도 강대국으로 키운 것은 주변의 입김과 별개로 어쨌든, 그들이 너무도 잘해줬던 것이다.
그럼 이제 그동안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학습하고 앞으로의 10년, 20년을 그리면 될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어쨌든 사회에서 한 사람 몫을 하게 됐다. 작지만 내 분야가 생겼고, 내 영역을 믿어주는 사람들도 생겼다. 나는 그동안의 경험을 잘 정리하고, 나만의 비전을 세우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 나아가 사회 전체가 더 무게 있고, 천천히 가면서, 시행착오를 꼼꼼히 누적해가는 성숙한 루틴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감사하게도 내겐 좋은 습관이 있다.
내가 가장 자랑하고 싶은 습관은 ‘사색노트’ 다. 아마 현 대한민국의 현주소와 나의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11년부터 약 400개의 사색노트를 썼다. 약 1주에 1개를 작성한 것인데, 이는 매주 스스로의 방향성을 재정립했다는 증거다. 사색노트에는 누가 괴롭혔다는 사소한 투덜거림부터, 현 조직의 문제점과 스스로의 강약점. 그리고 깊은 고뇌와 결정 등이 담겨있다.
대한민국은 사상이 다른 정권이 계속해서 바뀌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를 만들어왔고, 그렇게 나라가 구성됐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많이 배우며, 바뀌었지만. 감사하게도 7년 전 그때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내가 꼽는 최고의 루틴인 ‘사색노트’ 외에도 여러 루틴이 있다.
새벽에 헬스장을 가는 것. 책을 읽고 이렇게 꼭 서평을 적는 것. 커뮤니티에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것. 생각을 정리해 스피치 하는 것 등. 생각해보니 나를 구성하는 성숙해진 루틴이 꽤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에 들어오자, 서서히 루틴들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아키텍처? 나를 그리다.

현재 대한민국은 아키텍처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본문은 결국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리더가 부족하다는 내용인데, 이는 대한민국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나는 특히 ‘청년’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본다.
우리네 청년은 스스로를 기획하지 못한다. 이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는 모르겠다. 나 스스로는 여러 기획을 하고, 재미난 일을 꾸미려 하지만 가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막막할 때가 있다.
 

개념설계 역량은 제품개발이 되었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건 산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을 때, 이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으로서, 실행 역량이 필요한 단계보다 더 선행 단계에서 요구되는 창조적 역량이다.

 
아키텍처, 그러니까 설계자의 필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의 재정의’ 라고 생각한다.
이는 상황을 명확히 파악한 뒤에 이뤄지는 단계다. 즉, 본질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산업에서는 ‘기술’ 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저 책상에 앉아 엑셀의 숫자만 끄적여서는 답이 안나오는 것이다.
 
우리 청년들은 스스로를 파악하고, 사회를 알아야 한다. 이 중 어느 것도 할 수 없다. 학창시절엔 그저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해야 하고, 대학생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에 나와 직장인이 되면 이미 늦었다. 그 때는 또 그 때의 일이 있다. 그렇게 그저 늙어간다.
 
대학생 시절.
나의 어머니는 더 이상 아들을 가르칠 능력이 없다며, 아들에게 책을 읽으라 하셨다. 그리곤 책을 읽은 결과물을 보여주면 용돈을 주겠다 했다. 그렇게 시작된 서평쓰기가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나는 이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내 성향 덕분이기 때문이다.
 

당시 학교에서 동기가 서평을 쓰기로 했단 나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동기 – “야, 대박인데? 너 돈 진짜 많이 받겠다?”
나 – “아니? 생각보다 쉽지 않아 서평쓰는거”
동기 – “무슨 상관이야. 인터넷에서 그냥 복사해서 붙이면 되잖아?”
나 = “?? 왜 그렇게해? 책을 읽고 써야지?”
동기 – “돈 준다며? 나 같으면 돈 진짜 많이 받을 수 있겠는데?”

 
당시 그 동기는 연락이 끊어져 지금 뭘 하는지 모른다. 다만, 그때의 그 자세를 유지한다면 참 아쉬울 것이다.
나는 늘 그렇게 하려 노력했다. 책이라 해서 아무 책이나 고르지 않았다. 서평이라 해서 대충 쓰지 않았다. 용돈은 부차적인 것이었다. 물론, 급히 용돈이 필요할 땐 다소 얇은 책을 읽기도 했다. 하지만, 그 또한 읽고자 했던 책이었다.
 
어느새 나는 10년째 서평을 쓰고 있다.
그동안 내 서평은 140 여개가 축적됐고, 그 내공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됐다. 책이 참 무서운건, 알게 모르게 읽는 사이 저자의 생각이 내 머리에 적힌다. 여기에 서평까지 쓰면, 주요 내용을 고스란히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책을 계속 읽다보면, 저자의 생각인지, 내 생각인지 구분이 안된다. 그저 책의 내용이 내 생각이 되버려 그렇게 살아간다. 그동안 내가 신중히 고른 책들은 고스란히 내 생각이 되버린 것이다.
이게 축적이다.
 
8년째 운영하는 커뮤니티와 3년째 꾸준히 하는 운동.
이런 성숙한 루틴들은 고스란히 내 안에 축적됐고, 분야를 옮겨 새로운 환경에 왔지만 그동안 쌓아둔 내공은 사라지지 않았다. 덕분에 새로운 업무에서도 익숙한 분야를 찾아 업무에 적용하고 있다.
 

대체로 사람의 머릿속에, 그리고 일하는 방식, 즉 루틴에 체화되어 있어서 심지어 필요한 경험지식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을 한다고 하더라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피곤하지만, 이런 루틴을 지속하는 이유는 루틴을 수행할 때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매우 귀찮고, 피곤하지만 루틴을 수행한 뒤에 오는 뿌듯함이 나를 이끈다. 아직 많이 부족해 다음을 그리는 능력이 완전치 않지만, 위기마다 발휘되는 번뜩임은 이런 루틴에서 나온다고 자부한다.
나는 꾸준함 속에서 새로움이 나온다고 믿는다.
 

보이는가? 어딜 봤는가?

최근 개발자에서 기자로 전향을 하며, 늘 새로움에 둘러싸여 있다.
사실 입사한지 이제 한 달 정도 됐다. 헌데, 놀랍게도 몇 달은 지난 듯 싶다.
 
보이는게 달라지니, 매사가 배움 투성이다. 오늘은 교수를 만나고, 내일은 실무자를 만나고, 모레는 학생을 만난다. 만남의 상대에 따라 내 캐릭터는 수시로 바뀌고, 그들에게 배우는 깊이 또한 다르다. 지난주에는 하루에 4-5차례 미팅을 갖는데, 매 미팅의 상대자가 다른 분야, 다른 레벨의 사람이었다. 그들의 대화에 참여하고, 때로는 리딩하니 매번 새로울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한 달을 살아보니, 과연 나는 그동안 뭘 보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제조업이 주목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만들어내는 원천이면서, 서비스산업을 포함한 전후방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 경제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제조업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나는 소프트웨어 업계에만 있었다. 이 바닥에선 개발자가 가장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대우를 받진 못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 말했다.
헌데, 정말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최고일까?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누굴까?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였을까?
 
소프트웨어가 최고다라는 말에서 소프트웨어는 단순 애플리케이션을 뜻하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소프트웨어는 리눅스, 윈도우 등의 OS나 그 위에 프레임워크 정도는 돼야 한다. 단순 애플리케이션 구현은 이 문장에서 소프트웨어로 속하지 않는다.
아마 내가 계속 조직 내에 개발자로만 있었더라면, 이 말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창업을 하고, 비즈니스를 그리는 능력의 부재를 깨달았을 때. 단순 문서작업이라 생각했던 여러 업무들의 전문가를 만났을 때. 개발과 비개발로 세상을 바라보는 스스로를 인지했을 때. 세상을 바라보던 스스로의 시야를 내 손으로 부숴야 했을 때.
그동안 바라본 문제점들의 여러 측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해관계에 얽혀 풀리지 않는 문제, 한 쪽의 주장이 너무 강해 기울어져 보이는 문제, 사실상 사람들이 신경쓰지 않아 관행이 되어버린 문제.
 
혼란스러웠다.
나는 그동안 어딜 보고 살아온걸까?
 
 

그럼에도 꾸준히 앞으로.

20대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앨리트 코스가 아니었고, 자본가도 아니었다. 화려한 무언가도 없었고, 그저 착한 아이일 뿐이었다. 창업을 하며, 사회의 더러움도 봤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많은 것들을 봤다. 왜 사라지지 않냐면, 나도 그 관행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거든.
 
결국 다시 조직에 들어왔다.
혼자서 전투를 하는 것엔 무리가 있었다. 혼자서 다 먹으려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는 말이 뭔지 뼈저리게 느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시작된 새로운 커리어는 내게 정말 많은 생각을 해주었다.
 

호랑이가 우리 앞에 달리고 있는데, 정신 차리지 못하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맙니다. 그러니 우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같이 가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는 개발자와 정말 많이 달랐다.
개발자의 롤과 기자의 롤은 확연히 다르다. 개발자가 인정받는 분야와 기자가 인정받는 분야 또한 너무도 달랐다. 장점을 단점으로, 단점을 장점으로 바꾼 분야가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생각보다 내가 활동하기에 현재 포지션이 유리한 일들이 많았다. 호랑이 등에 타게 됐다.
 
그동안 왜 혼자서 아등바등 했는지 부끄러웠다. 전략적이지 못하고 그저 들이 받은 스스로가 바보 같다. 과연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고, 역시 그동안 봤던 많은 것들을 재정의하게 됐다.
 

제대로 된 벤처를 하려면 적어도 10여 년 정도 탄탄하게 축적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한 다음에 하는 게 맞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1년, 2년 흐르면 어떻게 될까?
나는 앞으로 뭘 보게 될까? 그동안 봤던 많은 것들을 어떻게 재정의하게 될까?
 

그 장벽이란 결국 축적된 경험의 깊이입니다.

 
20대에 가졌던 또래집단, 학력 등 그 얕은 세계는 전부가 아니었다. 물론 그렇게 얻은 것들을 꾸준히 쌓아왔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단순히 그것들이 진짜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담 진짜는 뭘까?
 
앞으로 내가 쌓아가야 할 진짜들을 찾아야 한다.
내가 진짜로 여기는 것들 그것들이 앞으로 나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쌓인 진짜들의 장벽.
그 장벽 위에 호랑이를 타고 오르는 날이 기대된다.
 
 

[ 인상 깊은 문구 ]


  • 우리의 진단 결과는 결국 ‘축적’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됩니다. 우리 산업이 처한 핵심적인 경쟁력의 위기는 고부가가치 핵심기술, 창의적 개념설계 역량의 부재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역량들은 마음먹는다고 금방 확보되거나 돈이 있다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시간을 들여 경험과 지식을 축적하고, 숙성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확보되는 역량입니다.
  •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산업, 나아가 사회 전체가 더 무게 있고, 천천히 가면서, 시행착오를 꼼꼼히 누적해가는 성숙한 루틴으로 무장하는 것입니다.
  • 2020년대에는 1~2%대까지 잠재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는 국제기구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경제성장이 사실상 멈출 수도 있다는 걱정스러운 예측이다.
  • 제조업이 주목받는 것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다수 만들어내는 원천이면서, 서비스산업을 포함한 전후방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국가 경제의 중추이기 때문이다.
  • 생산활동은 3D산업이기 때문에 아웃소싱하고, 우리나라는 깨끗한 고부가가치의 지식노동을 하도록 국제적으로 분업해야 한다는 일반의 잘못된 시각에 대해 멘토들은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불행하게도 지난 10여 년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생산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내보내고, 국내에서는 지식산업이나 서비스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가 팽배하였는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산업선진국이 생산현장을 고도화하거나 아웃소싱해오던 기업의 생산활동을 다시 자국 영토 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과 정반대의 길이다.
  • 국내 산업계는, 전례가 없는 혁신적 아이디어가 있다 하더라도 이를 스케일 업 할 수 있는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므로, 설사 국내에서 세계적 논문이 나온다 하더라도 그 혜택은 다른 나라가 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대체로 사람의 머릿속에, 그리고 일하는 방식, 즉 루틴에 체화되어 있어서 심지어 필요한 경험지식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을 한다고 하더라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 가장 중요하게는 개념설계와 같이 창의적인 역량을 가르치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특히 온라인 강의의 확산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 대부분의 멘토가 그 원인으로서 우리 산업이 개념설계의 역량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것은 그동안 경험의 축적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압축성장의 필연적인 부작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 개념설계 역량은 제품개발이 되었건,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건 산업계가 풀어야 할 과제가 있을 때, 이 문제의 속성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창의적으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하는 역량으로서, 실행 역량이 필요한 단계보다 더 선행 단계에서 요구되는 창조적 역량이다.
  • 우리나라는 지난 50년간 후발 추격 국가로서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개념설계를 빠르게 확보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고, 생산에 적용하는 데 특화되어왔다.
  • 중국은 ‘시간’적으로는 근대 산업기술의 경험이 길지 않지만, ‘공간’적으로 내수시장이 크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매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잠정적인 우리의 해답은, 산업 차원의 축적 노력으로는 선진국과 중국의 축적된 경험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산업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어 국가적으로 축적해가는 체제를 갖추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 새롭고 도전적인 개념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실패를 용인하며,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고자 노력하는 조직과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인센티브 체제 전반을 개편해야 한다.
  • 논문 편수에 연연하지 않고, 산업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진정한 첨단연구를 해야 한다.
  • 실패를 용인하고, 시행착오가 축적될 수 있도록 관리체제를 축적지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 중국이 전 세계 혁신의 파워하우스로 등장하게 된 배경도 강한 제조업 역량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 장기적으로는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아이디어가 현장에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 명장, 장인급의 인물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렇듯 신제품이 신수요를 창출함으로써 그 옛날 세이가 말했던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시대’가 다시 온 것입니다.
  • 반면 그리스를 포함하여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은 나라 이름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서 일명 ‘피그스’PIIGS라 불리며 사람들의 조롱을 받고 있는데, 이 나라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서비스업이 강한 나라들입니다.
  • 결국 금융이 없으면 가치창출도 없겠지만, 모두가 금융에 올인all-in한다면 이 또한 가치창출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처럼 금융이 어느 수준까지는 가치창출에 순기능을 하지만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가치를 파괴하는 역기능까지도 할 수 있습니다.
  • 지금 우리나라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을 너무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수 싸이가 빌보드 차트에 올라갔으니까 싸이의 노래와 같은 것을 잘 발굴해서 문화산업으로 키우자고 야단법석이죠.
  • 즉 부동산 투기하는 사람(금융자본)이 가치창출 부문(산업자본)에서 5조 원을 약탈해 간 것과 같은 거예요.
  • 흔히들 의료산업, 금융산업, 법률산업을 3대 서비스업이라 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세 가지 산업이 현재 이공계 핵심인재를 빼가는 분야입니다.
  • 이공계가 예뻐서 그런 게 아니라 이공계 출신 인력을 중용하면 기업의 성과가 좋아지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합리적인 선택의 결과입니다.
  • 우리나라는 2000년 즈음 조선업계 세계 1위로 올라선 후 거의 10년 정도 독주체제를 이어왔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독과점을 걱정할 정도였으니 가히 대단한 수준이었죠.
  • 주어진 조건들이 조금씩 달라서 스펙이 완전히 동일한 배는 전 세계에 많지 않습니다.
  • 해양플랜트는 그 자체로 엄청난 규모의 비즈니스입니다. 배를 하나 수주받아 설계해서, 자재를 구입하고, 만들어서, 정한 시기에 납품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복잡한 사업이죠.
  • 하지만 한국 조선회사들은 해양플랜트를 너무 쉽게 봤습니다. 앞서 E, P, I 각 단계마다 전 세계적으로 전문화된 회사들이 있다고 말씀드렸죠? 이 회사들은 모두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도면을 그리고, 구매를 하고, 설치를 해왔던 전통이 있는 회사들입니다.
  • 하지만 구매를 학문화할 수 있겠습니까? 도면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초적인 것은 가르쳐줄 수 있지만 구조물을 지을 사이트가 프로젝트마다 모두 다른데 학교에서 그런 것을 체계화해서 가르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 미국은 그렇게 정리해고를 통해 수지타산을 맞춥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게 안 돼요. 산업 상황이 좋지 않아도 구조조정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 남들의 관심이 떨어졌을 때인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부가 나설 때는 잘될 때가 아니라 어려울 때입니다.
  • 조선·해양산업은 길게 보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호황기에 덩치만 키워놓고, 정작 집중해서 실행해야 할 지원, 특히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이 분산된다면 안타까운 일이죠.
  • 건설은 선수요-후공급의 특성을 가집니다. 수요자 혹은 시장으로부터 주문이 있어야 비로소 공급 프로세스가 진행되죠.
  • 그러니까 우리나라 은행은 큰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섣불리 리스크를 안고 참여하려고 하지 않죠.
  • 우리나라 금융권에도 엔지니어들이 많이 가서 이런 일들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데 크게 관심이 없어요.
  • 일본의 아카시明石 대교를 건설할 때의 사례를 보면, 그 기술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공사 도중 고베 지진이 일어나서 땅이 1m가 넘게 어긋났는데도, 다리가 그것을 버텨낼 수 있도록 설계를 한 덕분에 큰 사고 없이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정도로 일본의 기술력이 앞서 있었습니다.
  • 그런 회사들은 굳이 자기들이 큰 프로젝트 전체를 따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그 기술이 필요한 기업은 원하는 금액대로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런 회사들은 인건비나 단가가 아주 비쌉니다.
  • 우리나라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경쟁력을 가진 강소기업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나라 산업구조로는 그런 강소기업을 키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국내에서는 조금 강력한 중소기업이 나오면 금방 대기업에 흡수돼서 없어집니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 현재 우리나라 건설 인력의 가장 큰 문제가 보통 기술자general engineer는 공급 과잉인데 고급 및 전문인력professional engineer & expert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 있습니다.
  •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게 하더라도 오랫동안 빼낼 수는 없습니다. 게다가 회사에서 역량을 높여준다고 해서 그 인력이 계속 남아서 일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하기가 꺼려지죠.
  • 그런데 우리는 5~10년 동안 일해서 경력을 중간 이상으로 쌓은 사람은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경험을 축적할 수가 없습니다.
  • 그래서 보통 선진국에서는 럼썸 방식으로 계약을 맡으려고 하는 회사가 많지 않아요. 리스크가 큰 데다, 시공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없으니까 대부분 고부가가치 설계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수익이 많이 남는 쪽에서 자기들 몫을 싹 챙겨가는 거죠.
  • 저는 전공 특성상 산업계와 함께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현재 우리가 얼마나 절박한 순간에 와 있는지, 현장의 분위기를 절감합니다. 현재 우리 산업계는 목에 칼이 들어왔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 실제로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대개 산업체에서 최소 4년 정도는 지나야 적응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맞는 석박사 과정을 만들자고 해서 설립한 것이 EDRC입니다.
  • 모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원탐사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저널조차도 구독하지 않더군요. 기술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지요.
  • 심하게 이야기하면 A+B=C라는 특허가 있다고 할 때 아주 탁월한(?) 변리사는 A=C-B라는 것도 특허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 우리나라 에너지기업의 경영진에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비즈니스만 하려고 해요. 이에 비해 예를 들어 글로벌 석유회사의 최고위 임원들은 지질학, 석유공학, 물리탐사에 대해 실무적으로 석사 이상의 실력이고, 그중 한 가지 전공 분야에 대해서는 박사 학위 정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 이렇게 축적된 지식에 관한 것은 교과서가 없습니다. 절대로 안 가르쳐줍니다. 앞에서 글로벌 석유회사들은 자체 분석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 기업들은 심지어 기업 안에 있는 컴퓨터 용량까지도 비밀로 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전문가들끼리는 컴퓨터 용량만 알아도 대충 어느 정도 기술까지 구현할 수 있을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웃지 못할 일이지만, 저희 실험실은 여름에는 온도를 잘 제어할 수 없어서 컴퓨터들의 절반에서 3분의 1 정도만 돌립니다. 이 정도로 서울대의 연구 인프라는 아직 개선될 부분이 많습니다.
  • 예를 들어 복소함수 같은 개념을 다룰 때도 그게 어떤 연원에서 생겼고, 어떤 물리적이고 직관적인 의미를 갖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코시 정리, 테일러 시리즈 등부터 시작해서 마구 진도를 나가는 거예요. 그렇게 배우는 학생들은 결국 시험문제 답을 찾는 기법만 늘게 되지요.
  • 원래 단순성에서 창의성이 나오고, 복잡성에서는 테크닉이 나옵니다. 창의적인 것은 핵심적인 개념의 변형에서 오는 것이지, 복잡한 문제를 푸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장차 학생들이 외국 대학의 강의를 인터넷으로 보고 듣고, 우리나라 교수들은 그 인터넷 강의의 조교가 돼서 질문이나 받아주는 처지가 될 수도 있습니다.
  • 중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잘하지 못하고, 비메모리 쪽에서도 현재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성장세는 놀랍습니다.
  • 현재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반도체, ICT 분야에는 좀 심하게 얘기해서 아키텍트가 없습니다. 모두 매일 현업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조금 더 큰 시각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부족하죠.
  • 새로운 아키텍처는 결국 제품의 개념을 재정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노키아와 애플을 비교해보세요. 우리가 들고 다니는 휴대폰을 애플은 들고 다니는 컴퓨터로 봤고, 노키아는 통신기기라고 봤죠.
  •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 아키텍처 혹은 시스템 아키텍처를 논하는 논문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 공대는 원천기술을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그것을 응용기술로 옮기는 사람도 필요합니다. 이들이 모두 제가 말하는 설계자, 즉 아키텍트와 함께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 중국의 규모에서 실제로 100조 원을 동원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일본은 정부가 100조 원씩 투자 안 합니다. 기업들이 알아서 하라고 하죠. 하지만 중국은 다릅니다. 정부가 전략산업이라고 판단하고, 충분한 국내외 인력과 어느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확신이 서면, 안 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 그 뒤에 그러한 일에 관련된 정책 관계자에게 의견을 이야기했더니 미국, 일본, 유럽이 안 하는데 왜 한국이 해야 하느냐고 말하더군요.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으니 정부기관에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 연구한 것을 그렇게 실용화하라고 강조하기에 실용화했더니 돌아온 것은 불신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반대로 실용화 안 한 데 대해서 벌이 있습니까?
  • 어떻게 보면 지금 메모리 분야라도 세계를 제패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되돌아볼 여유가 생긴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모두 최선을 다해서 해왔기 때문에 지금 수준까지 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이룩한 과거의 성취를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 예를 들자면 국내 기업이 LCD 디스플레이 최신 생산라인을 새로 짓는 것과 같은 큰 투자 결정을 내릴 때, 최고의사결정권자가 결정을 해서 하자고 하면 바로 그다음 날부터 땅을 파기 시작하고, 동시에 기계 발주 내면서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 현재 중국은 엄청난 인구 중에서 가장 똑똑한 젊은이들이 모두 공학 분야로 가고 있습니다.
  • 저는 앞으로 5년 정도는 세계 선두를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반도체기업들이 잘 준비한다면 향후 10년 동안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합니다.
  • 우리나라 기업들이 정신 차리고 고쳐나가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이것입니다. 아직도 20세기형 수직계열화된 사업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시스템업체도, 소재부품업체도 모두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 거라고 봅니다.
  • 최근 전 세계에서 나오는 OLED 논문의 저자들을 보면 대부분 중국계입니다. 중국에서 나오는 논문 수만 해도 우리의 10배 이상입니다.
  • 그렇지만 현재의 연구개발 지원체제에서는 그런 수준을 목표로 제시하지 않으면 과제로 선정되기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높은 목표를 잡고 제안서를 내다 보니, 과제가 선정되더라도 목표 달성이 어렵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기본적으로 소프트웨어의 값을 높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이 부족한 벤처기업들은 기술이 있더라도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 지금 우리나라는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인식하고 적절히 바꿔주는 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굳이 등급으로 얘기하자면 5단계 중 2단계 정도의 기술력입니다.
  • 자동차산업의 외형은 커졌지만 이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 종속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잠시 시도했다가 잘 안 될 것 같으면 조급하게 포기해버리고 그래서는 안 됩니다. 지속적으로 경험을 축적해나가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 국가적 자원을 투입해서 만들어진 이 우수한 플랫폼이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로 끝까지 마무리되도록 지원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미흡합니다.
  • 오스트리아는 가업 승계에 특혜를 주는 제도가 있는데 가업을 승계한 다음, 유관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면서 종업원의 수가 줄지 않으면 승계로 인해 발생하는 상속세를 거의 징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우리가 브랜드를 키우고 싶어도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아직 세계 수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쉽게 키울 수가 없습니다. 선진문화가 뒷받침되어야만 디자인을 통해 그 나라의 감성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 미국의 국민이나 기업이 제3국에 투자했을 때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혹은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강제로 국유화를 당하거나 손해를 봤을 때 보상을 해주는 제도가 OPIC 제도입니다. OPIC은 2015년 현재 최대 10년간 최고 2억5천만 달러까지 지급 보증을 해주고 있습니다.
  • 요즘 축구선수들은 유니폼에 GPS와 맥박 센서를 달고 훈련을 하기도 합니다. GPS를 달면 이 선수가 총 얼마나 뛰었는지, 공을 쫓아갈 때 가속을 얼마나 빠르게 하는지, 순발력은 어떤지, 체력이 떨어졌는지 등의 정보를 다 알 수 있습니다.
  • 결국 두 개의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전통적인 기술들을 저변에 잘 깔아주고, 동시에 그 기반 위에서 최고의 하이테크 기술을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작은 기업이라도 누가 넘보지 못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괜찮을 텐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비즈니스 규모만 작은 것이 아니라 기술도 작습니다.
  • 그 장벽이란 결국 축적된 경험의 깊이입니다.
  • 체계적인 설계 훈련 없이 현장에서 뛰면서 실무 감각을 익혀서 설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기계공학과에서 체계적인 공학적인 원리로 설계를 배워서 현장에 투입되는 사람은 참으로 많지 않습니다.
  • 엔지니어들은 자기가 잘하는 기술개발을 하고, 그 결과가 마케팅 잘하는 사람과 자금을 제공하는 투자자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면 완벽한 시스템이죠.
  • 우리나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고급 과학기술인력의 83%가 대학과 출연연구소에 몰려 있습니다.
  • 그러다 보니까 연구를 시작한 지 6개월에서 1년 지나면서부터는 연구를 위한 연구가 되어버립니다.
  • 표준기구나 국제기구에서 중국계 인사들이 주요 직책을 많이 맡기는 하지만, 사실 중국사람들은 이제는 그런 자리에 크게 연연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니까 자국의 기준이 곧 세계 기준이 되기 때문에 누구라도 중국 시스템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중국은 우리와 달리 의사란 직업의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대부분 공과대학으로 갑니다.
  • 그런데 지금은 중국에서 소위 C9이라고 하는 9개 우수 대학(베이징대학, 칭화대학, 저장대학, 푸단대학, 상하이교통대학, 난징대학, 중국과학기술대학, 하얼빈공업대학, 시안교통대학)의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좋은 실험 설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중국 하얼빈대학에는 제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교수 숫자만 해도 서울대학교에 있는 제 분야의 대학원생 수보다도 많습니다.
  • 호랑이가 우리 앞에 달리고 있는데, 정신 차리지 못하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맙니다. 그러니 우리는 호랑이 등에 타고 같이 가야 한다는 겁니다.
  • 이 학생의 아이디어가 들어간 제품이 전 세계에서 팔리는데도 학교에서 제시하는 졸업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지 않습니까?
  • 제대로 된 벤처를 하려면 적어도 10여 년 정도 탄탄하게 축적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한 다음에 하는 게 맞습니다.
  • 공과대학에서 만약 창업을 지원한다면 지금 학부 학생들에게 지원하지 말고, 졸업한 동문 중에서 뽑아서 도와주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 예를 들어 복합발전과 관련된 플랜트를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 회사가 수주하고자 경쟁에 뛰어들 때도, 미리 GE 등의 회사에 ‘가스터빈을 만들어줄 수 있는가’라고 물어 ‘예스’라는 답변을 들어야 비로소 입찰에 들어갈 수 있는 형편입니다.
  • 기업에 20년 이상 경력의 기술을 아는 고참 부장, 마스터가 없다
  • 기계 분야는 이론을 바탕으로 기기를 만들기보다는, 만든 후에 이론적인 해석이 나오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현상이 너무 복잡해서 이론적으로 예측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험이죠.
  • 기계 분야는 많이 실패해본 사람이 실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벤처는 한번 실패하면 끝입니다. 이러한 기계 분야의 특성 때문에 벤처가 나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 저는 3D 프린팅이 너무 과대 평가되어 있다고 봅니다. 3D 프린팅은 3차원으로 만들어서 눈으로 확인해볼 수 있다는 점과 제대로 만들기 전에 임시로 만들어서 끼워보고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그걸로 실제 상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많은 경우 3D 프린팅으로 뭔가를 만들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정도의 강도가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 결국 1980년대 원자력발전이 우리나라 전력의 많은 부분을 생산한 덕분에 급격하게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지요.
  • 원자력 분야는 특성상 단위 연구비가 크고, 또 국가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도 있어서 하향식이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