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시즌 포항.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6월 이달의 클럽상. 리그컵 우승. 홈 24경기 연속 무패(15승 9무).
윙백 최효진의 헤트트릭. 노병준 눈물의 헤트트릭. 김형일 부친상으로의 아픔을 머금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결승골 등 2009시즌 수많은 드라마를 써내려간 포항.
그리고 무너진 파리아스 ‘매직’
<포항 공식 홈페이지><파리아스 감독>
올시즌 경기당 2.2골의 화력?
멋지다. 역시 올시즌 포항! 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경기당 2.2골이라 함은 평균적으로 한경기에 2골 정도는 넣어준다는 말이다. 즉, 포항의 경기를 보러가면 최소 2회의 절정을 맛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축구는 참 간단한 스포츠이며 게임이다. 상대팀보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이기는 게임. 손을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가 사용한 게임. 물론 오프사이드, 스로인 규칙, 선수 교체, 포메이션 등 여러 전문적인 용어들을 나열하며 설명하자면 축구도 분명 쉽지만은 않은 스포츠이다. 하지만 축구가 골을 넣기 위한 스포츠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골을 넣는 스포츠. 당연하다 골을 넣어줘야 한다. 야구는 삼구삼진아웃을 잡거나, 도루를 했을 때나, 엄청난 중계플레이를 보여준다면 팬들은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경기에도 환호할 수 있다.(그리고 대부분의 야구경기는 0:0으로 끝난 경기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축구는 다르다. 아무리 경기 도중 아름다운 패스들이 난무하고, 환상적인 발리슛과 미친듯한 골키퍼의 선방. 게다가 엄청나게 스피디한 경기라 할지라도 0:0의 스코어로 전,후반 90분 경기가 마무리 된다면 그 찝찝함은 어디서도 하소연 할 방법이 없는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하지만 아무리 공격해도 공격해도 막아내고. 혹여 ‘반코트’ 경기(상대방의 지역에서만 경기가 이뤄지는 일방적인 경기) 라 할지라도 밀리는 팀이 세트플레이나 역습찬스로 ‘원샷원킬’을 보여줘서 1:0으로 경기를 마친다면? 이것 또한 축구의 묘미가 아닐까? 이런 축구만의 묘미가 있기에 ‘축구공은 둥글다’ 라는 말이 있는 것이 아닐까?
다시 포항의 2.2골 화력으로 돌아와보자. 어제의 포항과 성남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포항은 무려 28개의 슈팅을 쏘았지만 골문 안으로 날아간 공은 단지 4개에 불과했다. 28개의 슈팅 중 4개의 유효슈팅. 이게 어디 2.2골의 화력을 자랑하는 포항의 경기결과라 할 수 있겠는가?
<포항 공식 홈페이지><노병준>
정신없는 쓰리톱
포항! 하면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 스피디한 경기운영. 탄탄한 미드필더진. 하지만 역시 포항 하면 정신없이 스위칭해대며 상대진영을 휘젓는 쓰리톱이 생각난다.
이날 역시 노병준, 스테보, 데닐손의 최강 쓰리톱을 구축했다. 엄청난 스피드를 주 무기로 사용하는 노병준. 스피드, 힘, 유연성을 모두 갖춘 포항의 에이스 데닐손. 높이를 갖춘 스테보. 물론 세명 모두 K리그 최고의 스타라고 할 수있는 명성은 없지만. 노병준(6개), 데닐손(11개), 스테보(11개) 셋이서 총 28개의 공격포인트를 올린 쓰리톱은 정말 상대하기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어제의 포항의 패배의 이유중 나는 이 정신없는 쓰리톱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째서 그런 찬스들을 그렇게 날릴 수 밖에 없었는지. 데닐손, 바그너, 스테보, 노병준, 유창현, 남궁도, 조찬호 총 7명의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는 포항. 이 7명의 공격진으로 로테이션 체제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쓰리톱을 구축한 어제의 라인업을 보고 나는 흥분할 수 밖에 없었다. 최소 2골 정도를 예상했다. 성남의 주축 수비수 사샤와 전광진이 결장하기에 기대는 더 컸다.
결과는 0골 패. 어제 포항의 쓰리톱은 상대수비를 정신없게 하는 쓰리톱이 아니라 말그대로 본인들이 정신없는 쓰리톱이였다고. 안타깝지만 독설을 뱉을 수 밖에 없겠다.
<포항 공식 홈페이지><김태수>
괜찮다. 잘 싸웠다.
글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 인정한다. 위에선 포항을 그렇게 깎아 내리더니 아래와선 잘싸웠다고? 그렇다. 포항은 잘 싸웠고 어쨌든 최선을 다했으리라 생각된다. 포항은 그런 팀이니깐.
파리아스의 포항은 원래 양쪽 날개가 주 무기였다. 좌원재 우효진으로 구축되는 K리그 최고라 할 수 있는 완벽한 날개들이였다. 하지만 박원재를 일본으로 보내고 포항은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우측을 담당하는 최효진은 남았지만 혼자서는 양쪽을 책임질 수 없었다.
파리아스는 어느새 박원재를 잊고 쓰리톱에서의 무서움을 보여줬다. 사실 세계적인 추세가 4-4-2 포메이션 이며, K리그 또한 대부분의 구단이 4-4-2를 사용하고 있다. (나 또한 4-4-2를 좋아한다) 하지만 포항의 4-3-3 은 아시아 최고이며 또한 이를 증명했다.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
어느 팀이든 무조건 이기란법은 없다.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2002년 우리에게 졌던것 처럼(객관적인 전력은 당연히 우리가 아래다.) 전년도 챔피언 수원이 올시즌 겨우 꼴찌를 면한것처럼.(FA컵 우승으로 겨우 체면은 살렸다)
축구공은 둥글지 않겠는가?
포항은 아직 안끝났다.
클럽월드컵. 각 대륙 챔피언들이 모여서 세계 최고를 가르는 대회. 축구팬으로써 그리고 K리그 팬으로써 포항이 이 대회에 출전한다는 것에 대해서. K리그가 아시아 최고임을 그리고 세계에서도 통할 수도 있다는 기대. 혹시 앙리와 메시가 있는 세계적인 클럽 바르셀로나와의 승부를 볼 수 있지는 않을까? 설마~ 포항이 이기는건 아니야? 라는 기대감?
포항은. 파리아스 ‘매직’은. 이제 올시즌 마지막을 준비해야 한다. 포항은 아직 안끝났다. 전북과 성남을 제외한 K리그 구단은 시즌이 끝났지만 포항은 아직이다. 그들은 벌써 시즌을 접을 수 없다. 수많은 포항의 팬들이 그리고 K리그의 팬들이 그들의 선전을 기대하고, 기원하고 또한 기도하고 있다.
포항은 졌다. 플레이오프에서 졌다. 참 안타깝게도 져버렸다. 성남은 잘 싸웠다. 신태용감독은 무전기로 팀을 지휘하며 힘겹게 이겼다. 라돈치치와 몰리나의 투톱은 정말 위협적이였다. 콜롬비아 용병 몰리나는 2경기 연속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남과의 경기에선 180cm의 비교적 작은키로 엄청난 헤딩골을 터뜨리고선 포항과의 경기에선 ‘막을 수 없는’ 왼발 프리킥으로 포항을 눌러버렸다. 주축 수비수 사샤와 전광진이 빠진상태에서의 ‘젊은’ 신태용 감독은 뛰어난 경기 운영으로 포항을 눌렀다.
괜찮다. 이미 포항은 두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단 한번의 절정을 맛보지 못한 팀도 많다. 포항은 트레블을 노렸지만 괜찮다. 더블. 이미 두번의 절정에 달했다.
클럽월드컵. 우승은 꿈이다. 꿈은 이루어진다지만, 물론 포항 또한 우승을 노리고 뛰겠지만, 나는 우승은 사실상 조금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우승을 향해 응원하지 않는건 아니다. 다만 포항이 아시아의 챔피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아시아를 대표해서 세계에 아시아의 챔피언이 K리그의 포항이라는 것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
졌지만 아쉽지만 그래도 포항이라는 팀을 응원할 수 있어서 그리고 그 팀이 K리그에 있어줘서 너무도 감사하고 앞으로도 파리아스 특유의 ‘매직’을 오래도록 봤으면 좋겠다.
파리아스, 그리고 포항 힘내주길 바란다.
Dragon 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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