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는 경기를 봤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의 적은 관중 수(22,631명) 와 축협과 연맹 의 싸움. 박지성과 이영표의 발언들로 인해 최근의 대한민국 축구의 명예는 땅에 처박혔습니다.

하지만 역시 축구광인지라 어김없이 TV앞에서 경기를 지켜 보았고.(상암은 멀어서…) 마구 들이켰던 맥주가 아깝지 않을 만큼 신나는 경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역시 승리의 이유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을 알아봐야겠죠. 그리고 허정무 감독에 대해서도 말이죠.

무결점 플레이 이정수

대단합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고 싶다는 해설자의 말처럼 정말 오늘 이정수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194cm의 케네디 선수를 악착같이 마크하며 무려 10cm에 달하는 신장차를 극복했습니다. 후반 중반쯤 넘어가자 케네디가 이정수의 마크에 질렸다는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었죠.

게다가 1-0 상황. 계속해서 공격하는데 점수가 나지 않는 상황. 세트피스로 골을 성공시켰습니다. 기성용의 오른쪽에서의 프리킥을 김정우 선수가 반대편에서 밀어주고 이정수가 달겨들면서 감각적인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조모컵에서도 보았듯이 이정수의 공격가담 능력은 이미 알려졌었죠. 해설자도 계속해서 말해줬지만 큰 덩치에도(185cm) 빠른 발을 보유하고 있는 좋은 수비수입니다.

저는 오늘 MVP를 이정수 선수에게 주고 싶습니다.

기성용 킥의 완성

프리킥. 코너킥. 패스. 슛. 이정도면 킥의 완성 아닐까요? 물론 모두가 세계 최고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오늘 전반전에서의 코너킥과 프리킥은 기성용이 모두 완벽히 처리했습니다. 그 중 프리킥 하나가 골로 연결되었구요. 중앙에서의 프리킥으로 득점을 할 뻔 하기도 했었죠.

허정무 감독이 중앙의 미드필더 두명을 기성용과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을 만큼 기성용은 대한민국 중원에서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킥을 제외하더라도 186cm의 큰 신장과(오늘 자막에는 196cm로 나오던데 ㅎㅎ) 빠른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는 믿기지 않는 20살의 어린 선수입니다.

후반전에서는 코너킥과 프리킥 상황에서 전반전 만큼의 위협적인 장면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역시 기성용이 좋은 킥을 가지고 있는게 맞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게다가 코너킥 상황에서 득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위협적인 코너킥을 보여줬었습니다.

역시 박지성

국가대표 경기가 끝나고 박지성이 활약을 했다면. 다음날 스포츠 신문에는 이런 문구가 빠지지 않습니다. ‘역시 박지성’ 맞습니다. 축구광이거나 축구선수여서 자신이 축구 전술을 조금은 이해한다면, 하다못해 축구 게임이라도 즐겨한다면 멀티플레이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것입니다.

양발을 사용하며, 좌우측 미드필더가 가능하고 좌우측 윙포워드도 가능하며,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미드필더까지 가능하다면… 게다가 톱으로써의 플레이까지 가능하다면 이건 뭐… 미드필더 윗쪽에서의 공백은 혼자서 다 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체력,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강인한 정신력은 정말이지… 그만 합시다. 누가 박지성의 능력에 대해서 모를까요? ㅎ

딱! 한번의 플레이만 가지고 정리하겠습니다. 후반 40분경 중앙미드필더의 역할을 맡고 있던 박지성. 센터서클에서 인터셉트 후 좌측으로의 돌파. 앤드라인 지점에서 왼발로의 정확한 크로스를 보여줍니다. 이 크로스는 정확히 설기현의 머리에 맞았고 결국 3-1의 스코어를 만들게 되었지요.

과연 후반 40분에 저런 집중력을 발휘해서 혼자서 50m 드리블 후 정확한 크로스를 올릴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역시 박지성’ 일 뿐입니다.

박주영의 시대가 열린다

전반 5분 득점. 너무 이른 시간 터진 득점이기에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였죠. 그후에도 계속해서 이쪽 저쪽을 휘저으며 호주 수비를 곤란하게 만들었습니다.

파라과이전에서도 해결을 해주었고, 이번 경기에서도 전반5분 처음으로 온 기회를 바로 결정지어 버렸습니다. 이미 한 골을 넣은 선수를 안막을 수 없었겠죠. 때문에 박주영에게 몰린 수비를 이용해 이정수 선수가 20분에 골을 넣었구요.

이정수의 무결점 수비, 기성용의 킥, 박지성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축구는 골을 넣는 스포츠입니다. 물론 이정수도 골을 넣었고, 기성용과 박지성도 골을 넣을 수 있는 능력이 얼마든지 있지만 어쨌든 현 대한민국 국가대표에서의 해결사는 박주영이고, 이제 박주영의 시대가 열리는건 당연합니다.

3-2 라 생각하자

경기종료 직전 호주선수의 헤딩이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죠. 이에 박문성 해설위원은 들어간거나 다름 없다.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조용형의 포스팅도 했었고, 앞에서 이정수의 뛰어남도 말했지만 분명 오늘 실점은 2실점으로 봐야합니다. 그리고 높이에서의 취약점을 계속해서 보여줬습니다. 조용형은 183cm로 호주의 194cm 케네디 선수를 막기엔 너무도 부족합니다. 이정수 처럼 몸이 단단해서 버텨준다면야 밀리지 않겠지만 조용형은 몸이 단단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오른쪽수비의 이영표는 이들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한 높이로 인해 대한민국의 평균 높이를 깎았죠.(차두리가 합류한다면 *.* !!!! 완성?? 꺄!!!)

공중볼에서의 약점은 분명 허정무 감독이 보완해야 할 큰 숙제입니다.

허정무. 그를 믿어도 될 것 같다.

■ 박지성의 대표팀 주장 완장
■ 박지성 시프트. 전술 변화
■ 해결사 박주영
■ 이정수, 조용형 센터백
■ 중원의 핵. 기성용

이정도가 허정무가 대표팀 감독을 맡으면서 드러난 일들입니다. 처음 박지성이 주장을 맡는다고 했을 때의 많은 우려와는 달리 박지성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대표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박지성 시프트에 대해선 모두가 박지성의 능력을 알기에 태클이 거의 없었죠.

박주영에 대해서는 우려가 조금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번 해결사 역할을 해주고 이제 자신의 시대라는 듯이 점점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정수와 조용형. 1980년생의 이정수. 작년시즌까지 수원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고작 12회의 A매치의 초라한 성적표. 그리고 A매치 18회의 제주유나이티드의 조용형. 이 두 조합을 잘 엮어서 최근들어 상당히 안정적인 센터백 라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성용의 핵심화. 단지 20살의 선수를 팀의 핵심으로 전술을 짠다는 것은 기성용의 능력을 너무도 믿는다는 것과 또한 많은 위험이 따르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선택을 믿었고 현재는 기성용은 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허정무는 저 다섯가지 선수변화를 모두 성공시켰습니다. ‘색깔이 없는 허정무호’ 이런 식의 기사는 이제 찾아볼수가 없습니다. 맘에 안들때는 마구 깎아내리던 언론에서 잘하는 허정무호는 칭찬하지 않는건 상당히 아쉽군요…

물론 허정무호에 아쉬운점은 있습니다. 조원희, 김남일이 아닌 김정우에 대한 믿음. K리그 득점랭킹 1위의 이동국을 활용하지 못하는점.(어쩌면 이동국의 능력이 정말 떨어지는게 맞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현재 어려운 대한민국 축구상황에서도 잘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연맹과 축협의 싸움 중간에 서서 해외파 총 동원령을 내려서 10명의 해외파를 소집했고, 오늘 10명의 해외파가 모두 출동했습니다. 또한 당장 내일 있는 K리그 경기를 위해(참… 무능하고 이해 안되는 연맹의 행정.) 기성용, 김정우의 전반 후 교체. 후반 이승현의 투입으로 경기 분위기 파악을 가능케 하는 등 벤치에서의 지략을 아낌없이 펼쳤습니다. 때문에 내일 있을 경기에서 기성용과 김정우는 출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인해 연맹과 축협의 싸움에서 허정무 감독은 적절히 중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허정무호에 색깔이 없다, 못믿겠다, 감독 교체하라 이런류의 발언들은 싹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이제 국가대표 감독으로써의 허정무가 익숙해졌고, 팬들이 믿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믿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너무도 잘해주고 있거든요.

오늘 3-1의 승리는 정말 값졌을 테고 또한 팬들도 즐겁게 봤으리라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허정무 당신을 믿을 터이니 좋은 경기 계속해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