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오늘.

아이폰에서 페이스북 앱을 지웠다. (아이폰에서 페이스북을 지운다) 연결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온라인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내 생각을 하고 싶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를 모두 지웠다. 단, 회사 업무를 위해 페이스북 메신저는 남겼고, 개인 연락을 위해 카카오톡은 남겼다.

2주 동안의 변화를 공개한다.
 

1주차 변화


▲(좌)페북 앱 지우기 전, (우)페북 앱 지우고 1주 뒤
 
페이스북 앱을 지우고… 우선 스마트폰 사용량은 딱히 줄지 않은 것 같다. 페이스북 앱을 지운 이유가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이려는 목적은 아니었으니 상관 없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안하니 상당히 심심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사용했던 시간이 무척 길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

마침 행사가 많아 대중교통 시간이 늘었다.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메신저 등 메시지를 더 사용했다. 카카오톡 사용 시간은 1시간 가량 늘었고,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 시간은 2시간 가량 늘었다. 카카오톡으로 일을 하기도 하지만, 페이스북은 온전히 일이라고 보면 된다. 즉, 이동 중에 일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
첫 며칠은 너무 심심해서 지하철에서 멍~ 때리는데, 어떤 아재가 하는 게임이 무척 재밌어 보여 설치해봤다. ‘에픽세븐’이란 게임인데, 잠깐 동안 흥미를 느꼈다.

메일 사용 시간도 늘었고, 오죽 심심했으면 명함앱 ‘리멤버’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문득, 흡연자가 금연시 불안증세를 겪는다는 게 뭔지 조금은 추측해볼 수 있었다.


▲(좌)페북 앱 지우기 전, (우)페북 앱 지우고 1주 뒤
 
결과적으로 SNS 시간은 1시간 줄었다. 생산성 카테고리가 급격히 상승했는데, 상세 내역을 보니 명함앱 리멤버도 생산성으로 들어가고, 메일과 캘린더, 구글 문서 등 회사 업무를 한 시간이 생산성에 추가됐다.

결과적으로 첫 주부터 페이스북 사용 시간을 줄여 일을 더 했음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었다. 2시간 반 동안 게임을 했음에도 말이다.
 

2주차 변화

2주차는 페북 앱 지우기 전, 1주차, 2주차 데이터 모두를 함께 보자.


▲(좌측부터)페북 앱 지우기 전, 페북 앱 지우고 1주 뒤, 2주 뒤
 
데이터가 더 재밌어졌다. 메신저 시간이 페이스북 앱을 사용할 때와 비슷한 정도로 돌아왔다. 게임은 이제 하지 않는다. 원래 게임을 오래 못하는 성격이다.

사파리 시간이 대폭 상승했는데, 주로 뉴스를 봤다. 스포츠 뉴스는 따로 잡히는걸 보니… 확실히 사파리 시간이 많이 늘었다.


▲(좌측부터)페북 앱 지우기 전, 페북 앱 지우고 1주 뒤, 2주 뒤
 
왜 사파리가 교육탭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SNS 시간은 확연히 줄었다. 페이스북 앱을 사용할 때와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 연결됨으로써 얻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함이었기에 사실 다른 데이터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SNS 시간이 확실히 줄었음을 데이터로 확인했으니, 이제 2주 뒤 현재의 내 상태를 공유한다.
 

페이스북 앱 지운 뒤 장점

가장 큰 장점은 아침에 이불 위에서 밍기적 거리는 시간이 대폭 준 것이다. 지난 글에서도 설명했듯, 아침에 일어나면 최소 10개의 페이스북 알림이 와 있었다. 좋아요 등 반응을 보고, 태깅 되거나 내 포스트에 달린 댓글에 답변을 달고. 타임라인을 몇 번 땡기다 보면 15분이 훌쩍 지난다.  새로운 소식을 확인한 뒤 인스타그램을 켜고 친구들의 먹방과 시바견 사진을 보고 있자면, 금새 30분. SNS를 하다가 아침 운동을 거른 적도 있을 정도였다. 헌데 이 시간이 모두 사라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손흥민 골’ 정도다. (우리 흥민이 요즘 골이 없네?) 그 다음은 실시간 검색어 정도? 노트북을 열지 않으면 페이스북을 보지 않으니 연결될 여지가 없다. 덕분에 아침 운동을 다녀온 뒤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지하철에서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SNS를 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고 느꼈는데, 역시나 그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지난 주에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생겨 기사를 정리할 시간이 충분했다. 여유가 생겨서일까? 가볍게 새로운 인터뷰를 했는데, 그 기사가 내가 올해 쓴 글 중 가장 높은 뷰를 기록했다. 공유도 많이 됐다. (코딩하는 공익 반병현 CTO “AI 활용한 보급형 스마트팜, ‘상상텃밭’이 만든다”)

최근 아이디어가 고갈됐다고 느꼈는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늘자 아이디어도 늘고, 이를 정리할 여유도 생겼다. 새로운 일을 시도할 동력이 생긴 것이다.
 

페이스북 앱 지운 뒤 단점

가장 큰 단점은 종종 업무의 방향성을 잃는 것이다. 헌데, 이 단점은 사실 단점이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늘 페이스북에 온라인으로 있다 보니, 페이스북 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일을 진행하곤 했다. 내 페이스북 친구는 대부분 개발자고, 개발자들의 이슈를 보면 그들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고객 시장 조사랄까?

헌데 페이스북을 지우니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어떻게 할 지 잘 모르겠더라. ‘나 이제 뭐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내 업무를 페이스북이 지시하고 있던걸까?’ 하는 무서운 생각…

시간을 내 업무를 정리하고, 나눴다. 간단한 정리 도구가 필요해 ‘구글 킵(Google Keep)’을 설치해 사용했다. 구글 킵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정말 딱 메모장 기능만 사용하려면 구글 킵 괜찮다.
페이스북 앱을 지운 뒤 잃어버린 방향성은 금새 되찾았다. 이제는 내가 주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아이템 부족이다. 사람을 많이 만나다보니 만나는 사람에 따라 적절한 대화 주제를 던져야 하는데, 페이스북을 하지 않으니 상대가 최근 관심 갖는 주제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페이스북 자체를 하지 않는 미팅 대상 등 상대가 모두 SNS를 즐겨하는 것은 아니기에 모든 미팅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앱 지우고 2주간 살아보니

결과적으로 페이스북 앱을 지운 것은 만족스럽다.

업무 특성상 페이스북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첫 번째 주에는 스트레스와 내가 앱을 지웠다고 공표를 했다는 압박감에 페이스북 자체를 노트북으로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단점에서 말했던 적절한 주제를 찾기 어렵다거나, 종종 콘퍼런스에서 만나는 대상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거나 소속 등이 기억나지 않아 모바일 브라우저로 검색할 때도 있다.

페이스북 앱을 지웠지만,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업무 특성상 SNS는 잘 사용하면 무척 좋은 도구다. 앱을 지워 과도한 연결에서 벗어나도 노트북으로 충분히 접속할 수 있고, 급할 경우 모바일 브라우저도 있으니 앞으로도 앱은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SNS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SNS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직종의 독자라면 우선 모바일 앱을 지울 것을 강력 추천한다.

방금 SNS에 올라온 내용을 당장 확인하지 않아도 그다지 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