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인간 관계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인간 없이 혼자 살 수는 없다고도 한다. 그럼에도 인간이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혼자서도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단다. 그래도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건 스스로에게 소중한 인간들 때문이니, 어려운 게 맞는 것 같긴 하다.
사회생활을 잘 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을 때가 종종 있다. 나는 사회에 나와 자주 환경이 바뀌었는데, 언젠가 갑자기 바뀐 환경에서 아무도 나를 믿지 않더라. 두려웠다. 그동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그저 ‘상대가 내게 맞춰줬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온갖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런 사람들이 곁에 있었던 건 그저 내 운이었다.
조직 내 관리자가 되고, 창업을 하며 다시 환경이 바뀌었다. 나는 대표로서 사회생활을 잘해야만 했고, 잘하지 못하면 잘 하는 것처럼 보이기라도 해야 했다. 새로운 이들과의 관계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계산해야 했고, 때로는 철저히 계산된 모습만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내게 계산된 거리의 사람들이 생겨났다.
솔직한 편이다. 솔직함을 넘어 때론 순진할 때도 있다. 관리자로 일할때까지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내 장점이라 생각했다. 조직 내에선 내가 보일 수 있는 방향이 한정 돼 있었다. 때문에 특별한 계산 없이도 어떤 거리가 유지되곤 했다.
대표는 좀 다른 것 같다. 온갖 방향이 다 뚫려있다. 3차원을 넘어 4차원의 세계다. 비즈니스 영역의 범위가 희미해지니 내가 만들어둔 수식의 상수 값이 변수로 바뀌었다. 때로는 6개월 뒤, 1년 뒤, 5년 뒤 상상을 하다가 갑자기 오늘 점심 약속 장소를 찾아야 하고. 가격 정책을 설정하다가 갑자기 인프라 구조를 논의해야 한다. SaaS 비즈니스를 하니 이바닥 트렌드를 읽어야 하고, 이커머스 분위기나 SNS 알고리즘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가끔은 무척이나 피곤한데 두뇌가 한껏 각성돼 도무지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내일 일정을 떠올리면 30분이라도 더 자두는 게 좋을 것 같건만, 갑자기 떠오르는 온갖 이불킥에 초각성 상태가 된다. 커피도 한 잔 밖에 안 마셨는데 왜 그리 각성 됐을까 싶다.
결국 나를 둘러싼 온갖 객체와의 거리가 무너져버린 것이다.
사회에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다 잊고 새로 시작했으면 쉬웠을텐데, 요즘 유행하는 판타지 소설 회귀물처럼 10년치 기억을 가지고 역할만 다시 신입이 된 것 같다. 온갖 경험과 새로운 경험이 뒤섞여 가끔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정신이 혼미하다.
꽤 괜찮았다고 생각한 객체와의 수식을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언제까지나 상수일 줄 알았는데, 그게 변수라면 애초에 이 수식이 성립한 것 역시 그저 ‘운’이었던 것이다.
2차원 세계에 살던 시절이 문득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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