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누구나 작은 우주 속에서 살아간다. 때로는 작은 우주가 온 우주인 양 행동하는데, 사건에 따라 크게 좌절하기도, 크게 자만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사랑’이란 우주에 관해 이야기한다.
내 커리어 이야기는 온라인에 정말 많이 적지만, 내 사생활 중 적지 않는 것이 있다. 정말 친한 친구나 가족 그리고 사랑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중 사랑은 정말 개인적인 것이기에 온라인에 글을 많이 쓰지만, 이 이야기는 정말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 주제가 온통 그것인 만큼 조금은 이야기 하는 게 맞겠다.
나는 연애를 많이 한 편은 아니다. 워낙 이리저리 재는 타입이라 시도하고 실수를 경험하는 것보다, 시도하기 전 실수를 거르는 것을 선호했다. 아마 유년기 내가 자신감이 없어서였을 거다. 덩치가 작았을 뿐, 내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진 적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더 자신 있는 삶을 살지 않은 것이 조금은 후회가 된다.
그럼에도 몇 차례 연애를 경험했다. 이리저리 재지 않았다면 적지 않은 연애를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 연애가 가장 좋으니 큰 결핍은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타인의 연애에 큰 관심이 없다. 지극히 개인적인 그것인데, 내가 무슨 상관인가?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주인공
STEW 멤버 중 알랭 드 보통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이번 도서도 그 친구 덕에 선택됐다. 원래는 사피엔스가 선택됐는데, 재투표를 하더니만 이 책이 됐다. 그때 재투표를 막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남자 주인공 1인칭 시점 때문인지 책을 다 읽은 지금, 주인공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여자 주인공 클로이만 기억난다. 역시 난 남의 연애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읽는 내내 내가 왜 이걸 읽어야 하나, 내가 왜 이걸 궁금해해야 하나, 그래서 이들의 결과는 어찌 됐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주인공은 찌질함을 보여준다. 사실 연애에 찌질함이 어디 있겠나. 사랑하면 좀 더 바라게 되는 것이 당연한 것, 적절한 선은 모두가 다르기에 경험하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나는 연애를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말은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모두가 다른 것을, 경험이 된다는 것은 그저 자신이 타인을 견디는데 익숙해진다는 말로 이해된다. 아니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맞는 사람을 고르던가.
주인공은 연인 클로이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사이사이 나오는 철학 이야기가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인듯 싶다. 그런데 난 이게 거슬렸다. 쓸데없이 주저리주저리 늘어놓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읽는 내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를 외쳤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말을 왜 안 하고 빙빙 돌리기만 했을까?
사실, 찌질한 건 저자가 아닐까?
타인의 이야기, 취향, 비즈니스
얼마 전 한 친구가 내게 링크를 보내왔다. ‘대중 공감성’이 없는 사람은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링크였다. 부들부들했지만, 크게 반박할 수 없었다. 나는 넷플릭스도 보지 않고, TV 역시 보지 않는다. 무려 스마트TV가 있지만, 주로 축구를 보는 용도다. 아, 유튜브는 가끔 본다.
책에서는 클래식이며, 가요며, 책이며, 그림이며 취향에 관해 논한다. 글쎄, 나는 그런 취향이 있을까?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고 할 자신이 있다. 나는 늘 웃고, 내 주변 역시 웃는다. 재미라는 게 그들이 말하는 ‘취향’을 의미한다면, 크게 자신은 없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말하라면 꽤 긴 시간 말할 수 있다. 취향이 꼭 오프라인에 있어야 하나?
이런 취향 때문인지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이야기엔 도무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이런 취향을 이해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면, 나는 비즈니스를 하면 안 되겠다. 하지만 이런 비즈니스는 B2C에 해당한다. 기업에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 파는 B2B는 그런 감성은 오히려 적이다. 기업 담당자를 만났는데, 사랑 타령을 할 시간이 어딨겠나?
교양, 현실과 그 어디쯤
매달 책을 읽고 서평을 쓴 건 무려 10년째다. 모임에서 매달 서평을 쓴 건 2년째, 그리고 올해는 매달 만남을 갖게 된 첫 번째 해다. 물론 이 책 모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연기됐지만, 어쨌든 우리 멤버들은 만남을 준비하고 책을 읽고, 썼다.
지정 도서를 정하고, 모두가 그 책을 읽기에 전부터 책 선정에 관한 반발이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우리는 월 1권 이상을 읽는 모임이지, 월 1권을 읽는 모임이 아니다. 이것도 읽고, 읽고 싶은 것도 읽어라’고 답했다. 정말이지 재미없는 답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지난달 인생수업을 읽으며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과연 교양이 이렇게 끌리지 않는 것을 억지로 채운다고 채워지는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어야 파티에 갈 수 있다면, 그 파티는 내게 어울릴까?
평범하다 못해 재미없는 허구의 사랑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내가 이 귀한 주말을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가 싶었다. 교양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 중요한 책이 되겠다.
읽게 된 동기
STEW 독서소모임 2020년 2월 도서
한줄평 ★☆☆☆☆
자극적이지 않은 아침드라마의 전혀 관심 없는 이야기
인상 깊은 문구
- 우리의 영혼을 헤아리지 못하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잠자리를 함께하는 일을 되풀이하는 상황에서, 언젠가는 그 꿈에 그리던 남자나 여자와 만나게 될 운명이라고 믿는다면 용서받지 못할까?
- 짐을 챙겨서 세관을 통과했을 때 나는 이미 클로이를 사랑하고 있었다.
- 나는 이제 그녀의 말에서 통찰이나 유머를 찾는 데에는 관심이 없었따. 중요한 것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내가 그녀가 하는 모든 말에서 완벽함을 찾아내기로 결심했다는 사실이었다.
- 스스로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확신하지 않은 경우에 타인의 애정을 받으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훈장을 받는 느낌이 든다.
- 걱정 마, 나는 너한테 화나지 않았어. 나는 네가 그 끔직한 것을 입고 있어서 기뻐. 만일 네가 나 하라는 대로 했다면 나는 네가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했을 거야.
- 어떻게 나의 인생으로 걸어들어와 나를 사랑하고 이해한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이런 구두에 끌릴 수 있을까?
- 의학사를 보면 자신이 달걀 프라이라는 이상한 망상에 빠져서 살아가는 사람의 사례가 나온다. 그가 언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찢어질까봐’ 아니면 ‘노른자가 흘러나올까봐’ 어디에도 앉을 수가 없게 되었다. 마침내 어떤 의사가 미망에 사로잡힌 환자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서 늘 토스트 한 조각 가지고 다니라고 제안했다. 그때부터 이 환자는 늘 토스트 한 조각을 가지고 다녔으며, 대체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다.
- (황당한 문장이라 적음) 우리가 우리 짝과 얼마나 행복하든, 그 사랑 때문에 다른 사람을 쫓는 일은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 우리 짝을 진정으로 사랑하는데도 왜 그것이 구속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짝에 대한 우리의 사랑이 기울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왜 그것을 아쉬워할까? 사랑의 요구가 해결되었다고 해서 늘 갈망의 요구까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클로이와 보낸 시간은 주름이 잡히며 폭이 좁아졌다. 수축하는 아코디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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