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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광주의 최성국을 ‘리틀 마라도나’, 울산의 고창현을 ‘계룡산 루니’ 따위의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상당히 안좋아한다. 최성국은 최성국이고 고창현은 고창현이지 왜 그런 수식어를 붙여대는가?
또한 왜 지소연을 지메시라 부르는가??!! 여민지는 ‘여’ 라는 성을 붙이기엔 루니나 메시가 안어울리니까 (여루니, 여메시 안어울린다…) 그냥 여민지라 부른다.
지소연과 여민지는 세계 여자축구계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이다. 물론 ‘U-‘ 대회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것이 아닌가!?!?! 지소연은 지소연이고 여민지는 여민지다.
그럼에도 전남의 지동원을 베르바토프라 칭한 것은 많은 축구팬들에게 지동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다. 어쨌든 현재 축구계에서 키크고 유연하며 아름다운 축구의 대명사로 꼽히는 것이 맨유의 백작 베르바토프가 아닌가?
무서운 녀석들.
방금 ‘2010 AFC U-19 챔피언쉽’ 대회의 대한민국 vs 예멘의 경기를 봤다. 세계축구의 흐름이 여전히 4-4-2 인데 대한민국 성인 대표팀은 시대를 역행하는 3백을 쓴다. 물론 그게 우리나라 선수들과 맞기에 그렇게 하겠지만 3백 보다는 4백이 공격적이기에 많은 축구팬들이 4백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대표팀의 풀리지 않는 숙제 ‘부실한 수비라인’을 해결하기 위함이기에 많은 축구팬들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 U-19의 대표팀 또한 3백을 가지고 나왔다. 아직도 3백은 수비가 3명이고 4백은 수비가 4명인데 왜 3명의 수비가 더 수비적이냐는 질문을 하는 팬들이 있기에 간략한 설명을 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백의 3명은 수비에만 치중을 하고 4백은 2명만 수비에 치중하고 양사이드의 풀백은 오버래핑을 통해서 공격에 가담한다. 우리나라의 양 풀백으로는 이영표, 차두리가 있다.
3백은 3명이 수비를 하기에 조금 더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답답하게 진행될 때는 수비 또한 공격에 가담하는게 현대 축구에 흐름이기에 나를 비롯한 많은 축구팬들이 4백의 풀백에게 많은 기대를 건다.
어쨌든 오늘 U-19 대표팀은 3백을 가지고 나왔고 포메이션은 3-4-3으로 짜여졌다. 중간에 포메이션이 변경될 수도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어린 대표선수들과 낮은 위치에서 잡히는 카메라 때문에 포메이션 변경은 확인할 수 없었다.
오늘 U-19의 관람평은 한마디로 ‘빠르다!’ 이다. 경기 도중 어느 한 장면이 그랬다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U-19의 선수들은 모두 빨랐다. 성인 대표팀에서 최고의 스피드로는 단연 ‘차두리’를 꼽을 수 있다. 헌데 오늘 경기 중 차두리와 비슷한 속도를 내는 선수가 있었다.
백넘버 11번은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에게 부여하는 번호다. 과거 차두리가 11번을 달았었고 현재는 이승렬이 11번을 달고 있다. 그리고 U-19의 11번은 바로 김경중이다.
178cm 67kg의 날렵한 몸을 가진 고려대 김경중은 오늘 자신의 스피드를 보여주었다.
전반 13분. 하프라인에서 공을 인터셉트 한 후 20여 미터를 단독 질주해 슈팅까지 마무리 했다. 순간 카메라맨은 놀라서 김경중을 따라가며 촬영했으며 캐스터와 해설자는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여러분 TV로 보시기에 김경중 선수 정말 빨라 보이시겠지만 직접 보면 더 빠릅니다.’, ‘아마 차두리 선수만큼 빠르다고 생각됩니다.’, ‘순간 스피드는 차두리를 능가 할지도 모릅니다.’ 이는 경기 도중 해설자와 캐스터가 말한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축구팬들은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를 가장 좋아한다. 물론 어느 축구팬이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를 싫어하겠냐만은 아기자기한 축구와 정확한 롱패스 보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은 메시나 호날두의 돌파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다.
오늘의 U-19 팀은 마치 스피드를 기준으로 뽑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전반 15분 오른쪽에서 스피드를 이용한 돌파 후 발목스냅을 이용하여 백성동이 깔끔한 크로스를 올려주자 지동원이 순식간에 쉐도해서 환상적인 헤딩슛을 뽑아냈다. 이 골을 지켜 우리 U-19 대표팀은 1-0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
전방에서의 압박. 그 중심에 지동원.
언제부터인가 포지션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공격수에게 수비력을 수비수에게 공격력을 논하며 비판하는 시대가 왔다. 이영표는 스피드와 기술력을 이용한 오버래핑을 차두리는 스피드와 탄탄한 몸을 이용한 투박한 돌파를 높이 평가받는 수비수다. 헌데 성인 대표팀에는 많은 활동량을 자랑하는 만능 공격수가 없는 상황이다.
박주영을 제외하곤 믿을만한 공격수가 없는 상황에서 조광래 감독은 아약스의 신성으로 떠오른 석현준을 불러 테스트를 해보는 등 많은 시도를 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유병수와 김신욱을 뽑았다.
이런 상황에서 K리그 팬들은 김영후 등을 꼽으며 K리그의 공격수들을 테스트 하라고 말한다. 나 또한 김영후, 유병수, 최성국 등 좋은선수들이 K리그에도 많다고 생각한다. 물론 조광래 감독이 말하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공격수’가 없다는 것이지만 얼마전 박주영을 제외하고는 주전급 공격수를 뽑지 않은 것에 대해 토종 공격수들은 상처를 받았으리라 생각된다.
오늘 결승골을 기록했고 공수에 걸쳐 높은 활동량을 보여준 선수가 바로 지동원이다. 지동원은 전반 6분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장면에서 ‘키 큰 공격수는 느리다.’ 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깔끔한 트래핑에 이은 페널티킥 유도는 ‘역시 프로는 다르군!’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했다.
안타깝게도 페널티킥이 골대에 맞으면서 실축을 했지만 ‘프로’ 지동원은 기죽지 않고 결국 전반 15분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크로스를 올린 백성동도 잘했지만 뒤에서 어슬렁어슬렁 있다가 순간 스피드로 파고들어 살짝 돌려놓는 헤딩 슛은 일품이였다.
이후에도 전반 21분 날카로운 코너킥을 이어받은 지동원의 아까운 헤딩슛, 후반 35분 강력한 왼발 슛, 결정적으로 후반 42분 두번의 트래핑에 이은 발리슛으로 자신의 우아함을 알렸다. 여러차례 슈팅으로써 지동원은 스스로 날카로움을 지닌 공격수임을 알렸으며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플레이 상황에서 수비가담 또한 훌륭히 소화했다.
또한 하프라인까지 내려와서 경기를 풀어가는 모습은 소속팀 전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 것이였으며, 현재 성인 대표팀의 조광래 감독이 원하는 공격수가 아닐까 했다.
조광래 감독이 꼽은 K리그 최고의 공격수는 FC서울의 데얀이다. 데얀은 머리와 발 모두 득점력을 갖춘 K리그 최고의 용병이며, 187cm의 큰키에 빠른 스피드 게다가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는 공격수다.
지동원은 지금의 폼에서 좀 더 스피드를 끌어 올리고 결정력을 높인다면 분명히 데얀을 능가하는 공격수가 될 수 있다. 지동원은 91년생 20살이고 이제 프로 1년차 햇병아리이기 때문이다.
오늘 결승골을 넣음으로써 지동원은 지난경기에 이어 두경기 연속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지동원은 K리그 전남 드래곤즈에 소속되어있는데 현재 K리그 20경기 7골 3도움을 올리며 경남의 윤빛가람과 함께 신인왕 경쟁을 하고 있다.
지동원의 우아함을 글로써 표현하기엔 큰 무리가 있다. 이미 검증된 유럽의 정상급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도 충분히 즐겁지만 이제 막 날아오르는 선수를 지켜보는 것 또한 흥미롭다.
K리그엔 날아오르려는 독수리들이 있다. 지동원처럼 말이다.
Dragon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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