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4.1 수원 빅버드. 수원 vs 서울 슈퍼매치!
수원은 45,192명의 관중을 불러모으며 구단 자체 신기록을 달성한 수원은 서울에게 피지컬 축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상대적으로 피지컬에서 떨어지는 서울은 수원의 피지컬에 압도당하여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였는데, 수원의 힘은 단연 K리그 최고라 말할 수 있었다.
사실 경기 전 윤성효 감독이 대놓고 언론 플레이를하며 서울을 마구 자극시킬때까지만 하더라도 과연 상승세의 서울(3승 1무)을 수원(3승 1패)이 막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수원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는 있지만 경기내용에선 서울이 앞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경기전으로 돌아가서 현재 팀의 에이스라 불릴 수 있는 선수들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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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경기에서 5득점 1도움을 올리며 성남시절 날카로움을 찾은 몰리나. 빠른 스피드와 날카로운 왼발을 자랑하는 몰리나는 데얀의 밑에서 적진을 휘젓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히 힘으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선수가 아니기에 윤성효 감독을 비롯하여 서울을 상대하는 모든 팀은 몰리나를 막기 위해 많은 생각을 할 것이다.
서울의 몰리나가 무섭다면 최근 수원에서는 이 선수가 가장 잘 나간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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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치치. 무려 192cm의 높이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주 탄탄한 근육을 자랑한다. 이번시즌 수원이 야심차게 성남으로부터 영입한 선수로써 어지간한 공중볼은 다 따낼 수 있는 전형적인 타깃이다.
라돈치치는 올시즌 4경기 4득점을 만들며 수원의 전술적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이 두 선수를 모두 보유했던 성남이 2010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경기 전 각 팀의 주포로 활약하는 선수를 보고 서울의 스피드와 수원의 높이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야심차게 준비한 용병이 전반전에 예상을 뒤엎는 결과를 만든다.
이것이 브라질 축구다.
<출처 – 네이버 인물 검색>
에벨톤C. K리그에는 현재 3명의 에벨톤이 존재하는데 성남에 에벨톤, 에벨찡요와 수원의 에벨톤C다. 에벨톤 C는 개막전 결승골을 넣으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이 기억하게 만들었다.
4경기 2득점. 좋은 시작이지만 화려하다고 할순 없다. 4경기 4득점의 라돈치치를 돕는 수원의 2번째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왼발을 사용하는 에벨톤C는 전반 24분 박현범의 득점을 만드는 완벽한 크로스를 보여줬으며, 전반 34분에는 인터샙트를 통해 라돈치치를 거쳐 스테보의 골을 만들어냈다.
서울 수비의 핵 김진규는 라돈치치의 높이에 눌려 힘을 쓰지 못했고. 프로 3년차 김동우를 도와야할 김진규가 흔들리자 서울의 수비라인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하는 아디는 공격에 보탬을 주긴 했지만 본업인 수비에서는 최고 주가를 올리던 폼을 보여주진 못했다.
결국 라돈치치가 김진규를 꽉 붙잡고 에벨톤은 서울의 공간을 마음껏 뛰어다닌것이다. 2번째 골이 이를 증명하는데 인터셉트에 이은 에벨톤C의 패스가 라돈치치에게 가자 서울의 수비는 모두 라돈치치에게 몰렸고 이때 쉐도하던 스테보에게 라돈치치는 공을 돌렸다. 결국 스테보는 침착하게 수원의 추가골을 만들었다.
몰리나의 날카로움. 서울의 날카로움 마저 수원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후반전. 이게 우리의 피지컬이다.
오늘 출전한 185cm 이상의 선수들.
수원 : 박현범 -194cm, 라돈치치 – 192cm, 보스나 – 192cm, 스테보 – 188cm, 하태균 – 188cm
서울 : 김동우 – 189cm, 데얀 – 187cm, 고명진 – 185cm
후반전이 시작되고 공격적 전술을 지키겠다던 윤성효감독은 인터뷰와 달리 역시 수비적 전술을 선택하였다. 데얀은 보스나와 곽희주 사이에서 완전히 고립되었고 몰리나는 박현범과 이용래의 압박에 공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서울의 스피드를 올려주어야 할 고요한은 전반 부상으로 교체되었고 수비형 미드필더 최현태를 빼고 고광민을 넣었지만 양상민에게 막혀 서울의 스피드는 완벽 봉쇄되었다.
창의적인 패스를 뿌려줘야 할 주장 하대성까지 공간을 찾지 못하자 결국 서울은 김진규의 롱패스에 이은 제공권 싸움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높은 패스를 데얀이 헤딩으로 패스하면 빠른발 몰리나와 고광민이 달겨들어 찬스를 만든다는 ‘뻥축구’ 가 시작된 것이다.
최용수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에 윤성효 감독은 예상했다는 듯. 지친 에벨톤C를 빼고 오장은을 넣으며 혹시 모를 역습기회를 만들어 두었으며 175cm 서정진을 빼고 188cm 하태균을 투입한다.
높은 높이를 더욱 높게 만든 윤성효 감독은 느긋하게 서울의 ‘뻥축구’ 를 감상하였고 후반 46분 라돈치치를 빼고 조동건을 투입하며 다음 경기 준비까지 하였다.
서울의 스피드에 반한 팬으로써 오늘의 선발 라인업은 너무도 아쉬웠다. 최용수 감독은 하프타임에 박희도를 빼고 김현성을 넣으며 공격을 강화했지만 그 카드가 더 빠른 고광민이나 최태욱이였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서울은 높이에서 수원을 이길 수 없었다. 라돈치치 – 박현범 – 보스나 로 이어지는 수원의 높은 벽을 데얀 홀로 싸우기엔 역부족이였다. 그렇다면 서울이 가진 원래의 무기 스피드로 상대했더라면 어땠을까?
오늘 내가 꼽는 MOM은 에벨톤C다. 라돈치치와 스테보가 높이를 선점하였지만 에벨톤C가 없었다면 윤성효 감독도 ‘뻥축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완승. 윤성효 감독이 왜 언론에서 서울을 건드릴 수 있었는지. 수원과 서울의 대결이 왜 빅매치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먹을 것 많은 잔치였다. 그리고 방금 경기가 끝났는데 벌써부터 이들의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것은 역시 그들이 수원과 서울이기 때문 아닐까?
오늘 정말 재밌는 경기를 만들어준 모든 축구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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