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깨감에 부담을 갖고 시작했는데, 1, 2부를 꽤 재밌게 읽으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딱히 얻을 것 없는 3, 4부를 지나 책을 완독하니 아쉬움이 남는다. 유니클로 이야기는 재밌었다만, 야나기 다다시의 철학은 크게 공감이 되지 않더라. 일본 경영자는 역시 이나모리 가즈오지.

뜻밖에 리프래시

이번 도서는 독서모임 수오재 지정 도서로 읽었다. 이번이 4번째 모임인데, 독서모임의 골자는 다 비슷하지 싶다. 모임은 참 좋은데, 그 전에 책 읽는 게 정말이지 귀찮고 고통스럽다는 거다.

1월은 좀 피곤했다. 모임도 많았거니와 대한민국 초기 창업자에게 주어지는 정부과제라는 미션. 그리고 해가 바뀌었기에 뒤숭숭해지는 분위기. 연말, 연초에 무척 정신이 없거나 예산이 없어 움직이지 않는 고객사까지. 피로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사회 생활을 15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나는 참 쉬는 걸 못하는 거 같다. 이번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어떻게 쉬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누구는 그냥 계속 자라고 하기도 하고, 누구는 집에서 넷플릭스만 봐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고, 누구는 친구들 만나 술을 마신다고 하고, 누구는 드라이브를 간다던데. 나는 계속 자면 수면 패턴이 꼬여 더 피곤해지고, 넷플릭스는 뭘 볼지 고르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더라. 그러다 뭔가 틀면 재미도 없고. 친구들 만나 봤자 내 이야기 이해도 못하거니와 친구도 별로 없다. 운전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해서 드라이브도 탈락. 이렇다 보니 피로가 더 쌓였다.

다음 주에도 할 일이 쌓여있는데, 당장 월요일에 수오재 모임이 있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주변 창업자들은 다들 정신 없이 일할 텐데, 나는 한가하게 책이나 읽고 있어도 되나 싶었다. 이번 모임 불참 의사를 전달할까 고민도 해봤다. 이래저래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조금은 읽어봐야지 싶어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뜻밖에 리프래시가 시작됐다.

유니클로 이야기

유니클로 이야기라는 건 책을 살 때도 몰랐다. 그냥 지정 도서라니까 샀고, 발제문이 올라오고 나서야 유니클로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니클로라 하면 No Japan의 피해 브랜드이자 이를 두고 사람을 또 갈라치기 했던 문화가 떠오른다. 나는 옷 자체를 자주 사지 않아서 딱히 브랜드를 잘 몰랐다. 그러다 작년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신경이 쓰인 탓에 브랜드를 좀 공부했는데, 내 상황에서는 유행 타는 옷이 아닌 기본템을 사야 할 때라는 것에 공감했다. 그리고 예산을 따져보니 유니클로 외에는 딱히 논리적으로 와닿는 브랜드가 없었다.

유니클로는 흰 티부터 청바지, 면바지, 셔츠 등 내가 필요로 하는 기본템을 다 보유하고 있다. 품질도 괜찮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대체제가 없더라. 다른 국내 브랜드를 경쟁자로 소개한다만, 경쟁 대상으로 보이지 않더라. No Japan이라 했지만 나는 딱히 그 문화를 따르지도 않았다.

유니클로 회장이 양복점 창업주의 자녀였는지. 그리고 사회에 나와 양복점을 물려받는 시기에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얻지 못했는지. 그리고 스스로 자신감이 생겼던 시기가 양복점에 돌아와 무려 12년이 걸렸는지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다.

한때는 금맥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1984년 6월 2일 아침 6시, 내가 오고리 상사에 입사한 후 딱 1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1997년에 MBC에서 성공시대라는 다큐멘터리를 했다. 당시 밤 10시 반에 하는 바람에 늦게 자면 혼났던 초등학생은 매번 챙겨보지는 못했다. 어렴풋이 내가 꽤 즐겨 봤던 기억이 있다. 유니클로 회장의 이 책은 성공시대를 보는 듯 했다. 담담하게 유니클로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에 어느새 빨려 들어갔다.

매장을 여러 개 늘리면서도 자금이 불안했다는 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매출을 만들고, 다시 물건을 구매하고, 다시 제품을 팔아 매출은 만드는 이 과정에서 스케일업 해야만 하는 회장의 고뇌가 조금은 지금의 내 처지와 비슷해 몰입이 됐다.

매장을 서서히 늘려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금 사정은 안정되지 않았다.

매장을 열고 물류와 직원을 관리하는 게임이 있다. 빅 앰비션스(Big Ambitions)다. 50시간 정도 플레이했는데, 유니클로 이야기를 보자니 게임 생각이 났다. 나는 줄곧 IT 업계에서 일했기에 실제 물건을 다루는 업은 잘 모른다. 생산 공정부터 품질관리, 물류, 판매, 고객관리, 마케팅, 브랜드에 이르는 이 과정을 두 번째 사업을 시작하고서야 어렴풋이 인지하게 됐다.

사업이란 게 참 여러 사고를 동시에 해야 하는 게 어렵다. 사업은 모두가 하는 일이 아니니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시작 자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은 누군가의 수요를 충족해야 하니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면 안 된다. 다르게 생각해야 하지만,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는 이 모순된 상황이 사업을 참 어렵게 만드는 거 같다.

입찰 때 결정된 공모 주가도 7200엔이라는 높은 가격이어서, 하룻밤 만에 134억 엔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회사에 입금됐다. 더 이상 자금 융통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밈 중에 이런 문장이 있다. “명작은 그 전개와 결말을 알고서도 다시 찾게 만든다” 유니클로가 이미 잘 나간다는 걸 알면서도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나가게 한 걸 보면. 유니클로라는 브랜드 이야기 역시 명작이지 싶다.

야나기 다다시의 경영 철학

나는 일본 3대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를 참 좋아한다. 책을 여러권 사기도 했고, 특히 ‘왜 일하는가’라는 책은 주기적으로 읽으며, 주위 주니어들에게 참 많이 선물도 했다. 일본 경영자의 경영 철학은 이나모리 가즈오 덕에 참 많이 배웠다.

2024년 기준 유니클로의 야나기 다다시가 일본 부호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정도 되는 위인이니 당연히 어떤 철학을 가지고 움직였겠지. 다만 1949년생의 윗세대이면서 오프라인 제품의 사업인 점. 그리고 저술에 크게 애정을 갖지 않았던 점에서 야나기 다다시의 경영 철학에는 크게 감명 받은 건 없었다. 오히려 이나모리 가즈오와는 다르게 아버지가 버텨줬으며, 상장하기까지 곁에서 함께 고민해줬다는 게 아빠 찬스를 쓴 거 같아 역시 공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망하지 않는 회사’라는 키워드다.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든다. 1승 9패라도 괜찮지만, 재기 불능의 실패는 하지 않는다. 현금이 동나면 전부 끝장이다.

나는 투자를 받지 않는 회사를 컨셉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으며, 대신 대출을 활용하고 있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의도는 내가 계속해서 사업을 꾸려가려는 의지이며,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려는 선택이다. 그런 면에서 조금은 야나기 다다시와도 비슷한 면이 있지 싶다.

자신의 철학을 잘 정리한 것에는 감사를 표한다만, 일본 경영자의 경영 철학을 배워야 한다면 고민 없이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선택할 것 같다.

마무리

사실 오늘 다 못 읽을 줄 알았는데, 앞부분은 재밌고, 뒷 부분은 쓸데없이 어려운 말은 쓰지 않았더라. 그래서인지 빠르게 읽혔다. 아쉬운점을 꼽자면, 3부에서 끝냈다면 별점을 더 높게 줬을 것 같다.

스스로가 이런류 책을 좋아한다는 걸 다시 한 번 확인했던 책이다.

한줄평

  • 유니클로 회장의 담담한 소회

인상 깊은 문구

  • 경영은 시행착오의 연속이므로 실패한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다. 장사에는 실패가 따라다니는 법이다. 새로운 일을 열 번 시작하면 그중 아홉 번은 실패한다.
  • 회사란 원래부터 기한이 있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의 싹을 연이어 틔워내지 못하는 한, 유통기한이 다 되면 끝나는 것이다. 이 본질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니즈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고객의 뜻을 따라가는 일이다.
  •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장사의 기본임을 몸으로 터득했다.
  • 내 마음에 드는 상품을 들여와 내가 원하는 대로 관리하는 매장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팔기만 한다면, 취미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다.
  • 한때는 금맥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1984년 6월 2일 아침 6시, 내가 오고리 상사에 입사한 후 딱 1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 매장을 서서히 늘려나갔지만 시간이 지나도 자금 사정은 안정되지 않았다.
  • 라이는 나와 동갑이었다. 실례되는 말이지만 얼핏 보기에는 평범한 아저씨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못 할 리 없어’라고 생각했다.
  • 야스모토 씨의 조언 중 내가 받아들이지 않은 부분은 경영 이념에 대한 것이었다.
  • 야스모토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원들이 기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17개는 너무 많아요. 다섯 개 정도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므로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된다고, 다른 회사들의 경영 이념 개수가 적은 것은 우리 회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반론하며 설득했다. 회사에서 일하는 모든 사원이 이 이념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공통 인식으로 삼기를 바랐다. 이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 상인은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거의 모든 중소기업 사장들은 경영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영자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서 기업을 성장시키고 이익을 올리는 사람이다.
  • 나는 직원들에게 높은 뜻과 목표를 지니라고 수시로 말한다. 사람이 안정을 추구하면 거기서 성장을 멈추고만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행동하고 노력하는 일이 아주 중요하다. 목표가 너무 낮아서는 안 된다.
  • 은행은 돈을 빌려준 기업을 자회사 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업은 반드시 은행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가. 아무래도 그런 듯했다.
  • 지금 생각하면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그 지점장이 내게 귀중한 가르침을 줬는지도 모른다. 최소한 ‘똑똑히 봐라, 반드시 회사를 성장시킬 테니까’라는 오기의 원천을 만들어줬으니 말이다.
  • 사람도 없고 물건도 없고 돈도 없는 상태에서 빚에 의지해 3개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자신만만했느냐 하면, 사실 한동안은 불안해서 견딜 수 가 없었다.
  • 직영점이 예정대로 100곳을 넘겨 109곳이 됐다. 주식공개 신청 심사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 입찰 때 결정된 공모 주가도 7200엔이라는 높은 가격이어서, 하룻밤 만에 134억 엔이라는 대규모 자금이 회사에 입금됐다. 더 이상 자금 융통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 1995년 10월에는 전국 신문과 주간지에 ‘유니클로 욕을 하면 100만 엔을 준다’는 광고를 냈다. 어설프게 컨설턴트에게 자문구하기보다 직접 고객의 불만을 듣는 것이 빠르다는 생각에 해본 시도다. 그렇게 거의 1만 건에 달하는 ‘욕’을 수집했다. 대부분 품질에 대한 불만이었다.
  • 지금 생각하면 나를 포함한 모두가 아마추어였던 것 같다. 그러나 뭐든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노릇이다.
  • 나는 사업을 시작할 때 항상 최종적인 형태를 생각한다. 원하는 모습을 목표로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행동하는 일이 중요하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하자면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 사람은 목표가 높을수록 더 열심히 노력한다. 목표가 낮으면 별로 노력하지 않는 것 같다.
  • 모든 매장에 두뇌가 있어서, 본부가 시키는 대로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기여해서 스스로 판다는 느낌이 일상 속에 녹아들도록 한다. 이것이 실현되면 컴퓨터 관리와 인간의 두뇌가 연동된 ‘살아 있는 시스템’이 된다.
  • 이러저러한 사람이 일하러 와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라면 그 사람들에게 반드시 전달된다.
  • 가령 열 명으로 이루어진 조직을 만들때 최고 수준의 열 명을 모으는 일은 어렵다. 유능한 사람이 두 명, 평범한 사람이 여섯 명, 발목을 잡는 무능력한 사람이 두 명 있는 것이 현실이다.
  • 유능한 사람만 열 명 모아놓는다고 해도 어느새 저런 구조가 되고 만다. 또 무능력한 두 명을 내보낸다 해도 나머지 여덟 명 중에서 무능력한 두 명이 새로 생겨난다.
  • 모든 사람이 각자 ‘자영업자’로서 회사에 헌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대전제로 경영에 대한 사고방식과 경영 이념이 명확히 제시되고, 경영자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실행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아마 이렇게 되지 않을까 하고 계획과 가설을 세운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그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하지만 거기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계획과 현실이 서로 다르다면 현실에 빨리 대응하는 일이 중요하다.
  • 이 성장 과정에서 퇴사한 사람들도 있다. 업무의 질과 양이 달라지고 조직이 변화하는 걸 따라가지 못한 사람, 그리고 은근슬쩍 회사에 얹혀가던 사람이다.
  • 대략 3년 동안 매장 200곳을 열지 않으면 승부에 나설 수 없고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한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그만한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그만한 기반이 필요한 것이다. 이 승부는 현재 우리 회사의 체력으로는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 대부분의 사람이 실패했음에도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실패의 타격이 점점 커진다.
  • 회사는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경영의 근본이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일찍 실패해야 한다.
  •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빠르게 달려나가는 일’과 ‘살아남는 일’이 동의어다.
  • 망하지 않는 회사를 만든다. 1승 9패라도 괜찮지만, 재기 불능의 실패는 하지 않는다. 현금이 동나면 전부 끝장이다.
  • 경영자는 누구보다 열심히 자기 일을 한다.
  •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실행하지 않으면 시스템 전체를 바꿀 수 없다는 걸 전하기 위해서다.
  • 사업이란 원래 대부분 실패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