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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시기 – 2010년 8월
읽게 된 동기
축구아는여자. 여성축구전문가가 여성을 위한 축구책을 썼다. 대충 훑어보고 책을 빌리긴 했지만 이 책에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축구 지식이 아니였다. 책에 쓰여진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미 내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였다. 그럼에도 이 책을 빌린 이유는 과연 여성은 축구를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 리뷰
축구를 최고의 취미생활로 생각하지만 축구를 단지 취미로 남겨둘 생각은 없다. 나는 앞으로 축구에 대해서 더욱 알고 싶고 축구에 열정을 더욱 쏟고 싶다. 때문에 축구관련 서적은 모조리 읽어보려 하고 있다.
사실 여자친구와 함께 축구를 즐기고픈 마음에 이 책을 빌린것도 있다. 읽어본 뒤 괜찮다 싶으면 빌려주려 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추천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가 머릿말을 포함하여 책에서 계속해서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책의 집필 의도이다. 저자인 이은하는 축구가 남성들만의 스포츠가 아니며 여성들 또한 즐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축구 입문서라는 말이다. 축구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한 축구 입문서. 즉, 이 입문서에서 알려주는 내용이 무조건 진실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썼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좀 더 확실한 정보와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해 본 뒤 책을 썼어야 했다.
난 이 책에 대해서 크게 두가지의 불만이 있다.
영어가 들어가야만 축구인가?
첫째로 세계 3대리그라 칭하는 프리미어리그(영국), 세리에 A(이탈리아), 프리메라리가(스페인) 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부터 무려 13년 동안이나 축구계에서 발로 뛴 축구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우리 프로축구계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문가다.
저자는 좀 더 K리그에 비중을 두었어야 했다. 저자가 책에서 K리그를 주제로 글을 쓴 부분은 300페이지에 가까운 책에서 단지 10페이지다. 그 부분에서도 저자는 상당히 잘못된 표현으로 프로축구를 말하고 있다.
월드컵도 좋고 유럽리그도 좋지만 뭐니뭐니해도 한국 축구를 사랑해야 진정한 축구팬이라 할 수 있다.
이 문장이 나오는 페이지가 247페이지 책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가서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앞에서 실컷 유럽축구이야기를 하더니만 뒤에가서는 진정한 축구팬이 되려면 한국 축구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일과 가사를 병행하면서 새벽에 책을 썼다고 했는데 그때문일까? 이 문장은 상당히 축구팬으로써 그리고 K리그 팬으로써 화가나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축구글을 쓰다가 아차! K리그도 어딘가 끼워넣어야 하는데… 라고 생각이 들어서 억지로 써넣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13년동안이나 축구계에 몸담근 전문가라면 좀 더 K리그의 매력을 알렸어야 했다. 월드컵을 좋아하는 것도 축구팬이고 유럽리그를 좋아하는 것도 축구팬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축구팬이 아니라는건 억지가 아닌가? 나 또한 한국 축구의 팬이지만 이건 억지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게다가 더욱 가관인 문장은
그렇다면 K리그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유럽의 빅리그와 비교하지 말자.
차라리 쓰지를 말지. 이딴 문장 따위를 쓸바엔 아예 K리그와 한국축구 관련 글을 빼버리고 ‘유럽축구아는여자’로 제목을 바꾸는게 낫겠다. 급하게 집필제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는데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 허겁지겁 책을 쓴 티가 여기저기서 난다. 도대체 몇개월을 준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축구팬인 내가 봐도 엉성한데 이런 책을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들을 상대로 마케팅한다는 것은 잠재된 한국축구팬까지 없애버리는 격이다.
K리그를 좀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고 말했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을 말해야 하는거 아닌가? 빅리그와 비교하지 말자니? 당연히 비교가 되는게 아닌가? 저자의 말대로 중계시스템도 잘되어있고, 재력도 유럽이 더 높기에 당연히 그쪽이 더 재밌는게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K리그만의 재미를 말하며 유럽리그와 차별화 된 우리만의 장점을 말해줘야 하는게 아닌가?
개그의 정점을 찍는 것은 이런 문장의 위에 박지성과 박주영이 함께있는 사진을 삽입하고 이런 문구를 넣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맨유의 박지성과 AS 모나코의 박주영 같은 해외파 선수들이 경기를 뛰어야 K리그에 관심을 보인다.
K리그를 즐기라고 해놓고 이미 다른 사람들은 즐기지 않는다는 말은 왜 넣는 것인가? 정말이지 책을 찢어버리고 싶다. 앞서서는 리버풀이며 맨유며 밀란, 마드리드 등의 핵심 선수들을 짚으며 구단의 특징들을 아주 친절히 다른 책에서 베껴놨으면서 왜 K리그 구단들의 특징은 베끼지 못하는가?
유럽축구의 이야기를 넣어야만 있어보이는 책으로 보인다고 생각되는가?
제대로 된 전문가에게 감수는 받은건가?
쉬어가는 페이지에 축구 중계 -ing로 끝내기 라는 코너가 있다.
패싱, 크로싱, 슈팅, 헤딩, 트래핑, 드리블링, 페인팅, 태클링, 터닝, 골키핑. 여기서 축구팬들이 자주 쓰는 단어는
슈팅, 헤딩, 트래핑, 페인팅, 터닝 정도다. 물론 패싱게임을 하자! 라든가 골키핑이 좋은 골키퍼다! 라고 표현하는 경우는 전문가들 입에서 들을 수 있다. 하지만 크로싱, 드리블링, 태클링 따위의 단어는 일반 축구팬들이 흔이 쓰지 않는 단어다. 게다가 라디오나 TV중계에서 ‘여기선 패싱을 해야죠!’, ‘아! 좋은 크로싱입니다’ 라는 문구 따위가 언제 들린다는 말인가?
패스해! 패스! 라며 패스라고 쓰는게 대부분이고 크로스올려 라고 말하는게 대부분이다. 물론 아직도 센터링이라고 말하는 조기축구회분들도 계신다. 물론 이렇게 표현하는게 잘못된게 맞다. 패싱이라고 해야 맞고 크로싱이라고 해야 맞다. 그렇다면 헤딩은 뭔가?
위닝을 해본 축구팬은 알겠지만 해외 축구 중계를 듣다보면 헤딩이란 단어는 쓰이지 않는다. 원래 머리를 사용하여 공을 다루는 기술은 헤더(Header)라고 한다.
더욱 웃긴건 K리그 더비매치의 명칭이다. 누가 서울과 수원의 매치를 ‘경수더비’ 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며, 전남과 광주를 ‘남도더비’라 말하는가? 게다가 책은 3월 30일에 출판되었다. 그렇다면 3월 전부터 쓰기 시작했다는 건데 도대체 그시점에 누가 수원을 레알 수원이라고 불렀단 말인가? 나 또한 09시즌 수원의 팬으로써 차붐을 응원했지만 지난시즌 수원을 레알수원으로 자신있게 부르는 팬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그렇게 K리그 역사가 쓸 말이 없었을까? 억지로 몇쪽을 채우려는 노력이 보인다. K리그도 축구 수준이 점점 평준화 되고 있기에 천적 관계는 언제는 깨질 수 있다?
K리그는 원래가 절대강자가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처럼 빅4라 불릴만한 팀이 없다. 물론 2강 6중 뭐 이런식의 강세를 표현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만들어내려고 하는 말일 뿐이다. 프리미어리그의 맨유가 이번 시즌 승격한 블랙풀에게 패한다면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이다. 그런식으로 2연패 3연패를 한다면 아마 퍼거슨은 늙어서 경질해야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 뻔하다.
하지만 K리그는 그렇지 않다. 경남과 제주가 돌풍을 일으켜 이슈가 되긴 했지만 현재 경남이 1위고 제주가 2위다. 갑작스런 돌풍이였다면 당연히 지난시즌 챔피언인 전북이 다시금 1위를 탈환했어야 했다. 하지만 전북은 현재 3위고 성남, 서울, 울산이 뒤를 잇고 있다.
입문서라면 더욱 더 신중히 책을 냈어야 했다. 잠재된 축구팬에게 한국축구의 매력을 알리도록 해야하는게 현재 대한축구계의 임무다. 전문가의 감수를 받았는지 모르겠고 받았다면 누군지 궁금하다.
책 뒷편에 허정무 감독과 김성주 아나운서가 글을 남겼는데 과연 이들이 책을 전부 읽고 쓴건지 의문이다.
올해 최악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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