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책을 읽었던 약 7시간을 무척 아깝게 느끼는 것을 밝힌다. STEW 독서소모임 지정도서로 이 책을 펼쳤지만, 이 책을 덮은 지금도 내가 왜 이 책을 읽어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나는 내 귀한 7시간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나는 이 7시간 동안 뭔가 얻어야만 했다. 이게 내 독서 방식이고, 내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7시간 동안 이 책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다. 하지만, 도대체 이 글을 왜 썼는지 하물며 왜 이 책이 4판 15쇄까지 찍혔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분명한 것은, 내 서평을 읽으면 내가 왜 이 책에 별점 0점을 줬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란 거다.
독서 방법론
지금껏 내 블로그에 200개 가까운 서평을 썼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내가 추구하는 독서, 독서 방법론에 관해 논할 자격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또한, 독서에 관한 취향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내 관점에서 이 책은 책이 아니다. 내게 책이란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만 한다. 또한 그 정보는 내가 원하는 것이어야 하고, 내 삶과 닿아야 한다. 정보 전달, 내가 원하는 정보, 내 삶과 닿아야 하는 등 이 3가지 관점 중 이 책은 그 무엇도 갖추지 못했다.
첫 번째, 정보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다. 주인공이 각자 사랑을 나누는 과정이 정보라면, 내가 생각하는 정보와 개념이 다르다. 주인공이 겪는 사상 전쟁에서의 갈등이 정보라면, 글쎄. 이는 내가 생각하는 책의 관점 중 두 번째에 해당하겠다. 현재로서는 관심이 없다.
2개 정보 외 다른 것이 숨어있다면, 내 문해력이 부족한 탓이겠다. 내 문해력을 탓하면 된다. 나는 내 문해력을 탓하는 만큼 작가의 필력을 탓하겠다.
두 번째, 내가 원하는 정보다. 이 책은 공산주의 사상 전쟁이 나오는 시대로 내 시대와 거리가 멀다. 이는 내 세 번째 개념과도 일치하는데, 내 삶과 닿지 않는다. 더불어 내가 원하는 정보도 아니다.
주인공의 방탕한 삶은 그다지 내 눈에 담고 싶지 않았다. 여자 200명과 잤으며, 매일 저녁 머리카락에 스며든 다른 여자 성기 냄새를 부인이 맡게 한다는 것 자체는 도저히 내 머리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뭐라 평하고 싶지도 않고, 그저 내 삶에 1cm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하는 인물이다.
세 번째, 내 삶과 닿아야 하는 것. 체코 전쟁, 주인공 4명의 사랑 이야기 등에서 내 삶에 뭘 엮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가는 독자에게 뭘 원했을까?
내 독서 관점 중 가장 큰 것은 정보 전달이다. 나는 이 책에서 어떤 정보도 얻지 못했고, 때문에 이 책은 내게 책이 아니다.
타인에 관한 관심
나는 이 책을 책이라 생각지 않는다. 때문에 별점을 0개 부여한다.
하지만, 책이 아닌 어떤 글이라 생각하며 조금은 느낀 것을 말해보겠다. 타인에 관한 내 관심이다.
나는 술자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굳이 듣고 싶지 않은 타인의 필터 없는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술기운을 빌어 누군가에게 마음을 표현하거나, 속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다음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말하거나, 술 취해서 그랬다며 방패를 만드는 굉장히 무책임하고 비겁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술자리를 이런 방법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내 삶에서 추방한다.
또한, 내 시간을 안주 삼는 것을 혐오한다. 그저 넋두리를 늘어놓는 거라면 나를 찾지 않길 바란다. 나는 타인의 넋두리를 듣고 싶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이란 내가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하다 생각하는 내 사람을 제외한 모두다.
나는 많은 이와 어울리지만, 내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빠듯하다. 이는 그들이 덜 중요해서기 보다는, 더 중요한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 말하고 싶다. 나는 지키고 싶은 사람이 명확하고, 내 능력이 미천하기에 그 범위를 한정한다.
늘 부족함을 느끼고, 시간에 허덕이는 내게 하찮은 넋두리 따위로 내 시간을 안주 삼는 것을 혐오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사람은 내 삶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편이다.
나는 철저히 내게 중요한 사람과 중요한 것 그리고 나를 지키기 위해 타인이 들어올 수 있는 내 범위를 한정한다. 그 범위에 있는 타인에게만 한정된 관심을 둔다. 다시 말하지만, 내게는 더 중요한 사람과 중요한 것 그리고 내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니 이 글은. 내게 넋두리를 늘어놨고, 나를 술안주 삼았다. 때문에 나는 이 글을 혐오한다.
내가 학창 시절 공부를 못했던 이유
난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 내가 공부를 좋아한다고 느낀 적은 드물었고, 딱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게 내가 어떤 것을 얻지 못하는 이유로 충분한데 말이다.
이 글을 읽으며 내가 왜 학창 시절 공부를 못 했는지, 아니 안 했는지 느꼈다. 나는 이런 게 재미가 없다. 또한, 나는 재미가 없으면 하고 싶지 않다. 난 학창 시절에 내가 재미있는 것을 찾지 못했고, 따라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은 나를 학창 시절로 돌려놨다. 매일 아침, 이 글을 읽으며 시간이 아까웠다. 그저 그 생각뿐이었다. 어떤 등장인물의 불륜 이야기를 내가 왜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 불륜 대상을 사랑한다며, 잡아두는 인물은 더 한심했다.
이런 한심스러운 삶을 아침마다 읽는 것은 굉장한 곤욕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모임에서 정한 지정도서이기에 억지로 읽긴 했다만, 아마 학창 시절 과제였다면 포기했을 것이다.
내가 이런 류 이야기를 혐오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수확일까?
마무리
이 책이 많이 읽힌다는 사실을 들었다. 영화화가 되기도 했고, 우리 모임에서 이 책을 좋아하는 멤버들이 있는 것도 확인했다. 작가도 유명하다.
책을 다 읽고 그동안의 7시간이 아까워 유튜브에서 책 해설을 찾아 틀었다. 1분 정도 보다가 껐다. 이 책이 이해되버릴까 두려워서다. 7시간을 할애해 읽어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내용을 고작 10분 영상으로 이해한다면, 내 문해력에 자괴감이 들 것 같았다.
책 속 주인공 4명이 각자 인생을 살았듯, 나도 내 인생을 살련다. 내 인생에 한동안 이런 류 글이 들어올 자리는 없다. 언젠가 이런 글을 읽으며 음미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어림없다.
다음 주 STEW 독서소모임에서 부디 내가 어떤 깨달음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한줄평 ☆☆☆☆☆
3류 아침 막장 불륜 드라마.
인상 깊은 문구
-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사람은 한 번밖에 살지 못하고 전생과 현생을 비교할 수도 없으며 현생과 비교하여 후생을 바로잡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 토마시를 테레자에게 데려가기 위해 여섯 우연이 연속적으로 존재해야만 했고,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테레자에게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 인간은 신체의 모든 부분에 이름을 붙이고 난 후부터 육체에 덜 불안해했다. 또한 이제는 영혼이란 뇌의 피질부 활동에 불과하다는 것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 독학자와 학교에 다닌 사람의 차이 점은 지식 폭이 아니라 생명력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의 정도 차이다.
- 앞은 파악할 수 없는 거짓이었고, 뒤는 이해할 수 없는 진리였지.
- 그들이 만난 직후 처음 호감을 드러낸 사람은 그가 아니라 그녀였다. 그는 미남이며 학계에서도 출세가도의 정상에 서 있어서 심지어 전문 학자들 사이의 논쟁에서 그가 보여 주었던 고차원 지식과 자기주장은 동료들에게 경외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왜 매일 되풀이 해야만 할까?
-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 100만 분의 1의 상이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은 오로지 섹스에서뿐이다. 왜냐하면 섹스란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복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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