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대한민국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언론을 통해 이름을 들어왔던 한강 작가다.

정치적 글이다, 동성애다, 피곤하다. 한강 작가 책을 이번 시즌 커뮤니티스튜 독서소모임 도서로 선정한다고 했을 때 환영 받지는 못했다. 주제를 정한 나는 사실 한강 작가에 관해 잘 알지 못했다. 그래도 독서소모임인데,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안 읽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서 <소년이 온다>를 집어 들었다.

5·18 민주화 운동

그날 이야기라는 것은 알고 책을 펼쳤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 다시 생각하면, 나는 그날 이야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던 것 같다.

내용은 처참하다 못해 비인간적인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소설가의 필력으로 오직 문자로만 그날의 상황을 눈 앞에 그려뒀다. 몇몇 지점은 문장이 너무 길어 집중이 흐틀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내용에서 마치 영상을 보는 듯 했다. 불편했고, 무거웠다.

나는 시위를 경험하진 못했다. 어렸을 적 주변에 최루탄이 떨어져 엄마 손을 잡고 도망쳤던 일이 있다곤 했지만, 내 기억엔 없다. 가까운 사람의 이시절 시위 경험담을 들은 적도 없어 내 삶과는 그저 먼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5·18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학창 시절에도 그다지 깊이 배우지 않은 것 같다.

소설에 나오는 동호라는 중학생. 동호가 좋아했던 누나. 동호의 어머니 등. 마치 어렸을 적 동네에 있을 법한 캐릭터의 시야에서 이 사건을 경험하며 내가 태어나기 얼마 전 일어난 사건이 맞나 싶었다. 수차례 봐온 흑백 영상 속 시위보다 이 소설 책이 내 머릿속에 강렬이 각인 됐다.

시민에게 총구를 겨누고, 칼질을 하는 장면에서. 폭행하고 고문하는 장면에서. 욕설을 던지고 발길질 하는 장면에서. 전투복을 입은 군인의 비릿한 미소가 보이는 듯해 책을 덮고 눈을 감았던 적도 있다.

그날의 희생자로 잊히길 두려워했던 등장인물에게 그저 희생자로 잊히지 않을 거라 말해주고 싶다.

최근 사건들

‘비상 계엄’ 우리나라에서 최근 일어났던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어서 대통령 탄핵이 의결되고, 집회가 이어지고. 국가 2인자 국무총리도 탄핵돼 3인자가 대통령 대행의 대행을 하는 이 상황이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여기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국가 애도기간이 선포되는 등 뭐라 코멘트하기 무거운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5·18 민주화 운동이 지금 정보력을 가진 시대에 일어났더라면 그 무게감이 어땠을까 싶다.

인간의 잔혹하며 어리석은 역사를 되짚어보며 과연 나는 어떤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잔혹하진 않았는지, 어리석진 않았는지. 물리적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위협한 적은 없지만, 정신적으로 위협한 적은 없었는지.

삶의 주도권을 쥔다는 것

영화 <서울의 봄>을 보며 군사 쿠데타를 막지 못했지만 맞섰던 사람들 덕에 지금의 자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하얼빈>을 보며 그때의 희생 덕에 지금의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2023년 창업하며 2024년은 1년을 온전히 대표자 역할을 하며 살았다. 전과 다른 무게감과 압박에 무기력해지기도 했고. 실수하고 싶지 않아 끙끙댔던 기억에 마냥 즐겁진 않았다. 그런데 영화와 책을 통해 여러 사건을 접하며 조금은 다르게 생각해본다.

그래도 나는 삶의 주도권이 나에게 있지 않은가?

한줄평

  • 참, 무겁다

인상 깊은 문구

  • 그해 겨울, 입시에 실패하고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그녀에게 어머니는 말했다. 그냥 눈 딱 감고 살아주면 안되겄냐. 내가 힘들어서 그런다. 그냥 다 잊어불고 남들같이 대학 가서 네 밥벌이 네가 하고, 좋은 사람 만나 살고… 그렇게 내 짐 덜어주면 안되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