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게 된 동기
신입사원시절. 사장님의 신년사를 메일로 받고서는 여기저기 자랑을 한 적이 있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정말 멋진 분이시더라며, 일개 사원에게까지 자신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 할 줄 아는 자신감이 있다며. 신년사를 받은 즉시 답장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나는 ‘대리’가 되었고, 조금은 제도에 순응하는, 조금은 현실에 무게에 짓눌린 ‘늙은 청년’ 이 되었다.
나는 늘 고민한다. 다시 패기 넘친 청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까? 고작 월급 따위를 기다리는 직장인에서 벗어날 순 없을까? 왠지 나를 만족시켜 줄 것 같은 책을 발견하였다.
▶ 책 리뷰
지난해는 내 커리어에 있어 최대 위기였다. 회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하였고, 회사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 하라면 수백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내게 주어진 보름간의 휴가는 내 마음가짐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수동적인 회사생활을 그 누구보다 주도적인 사원으로 바꾸어 놓았다.
보름간의 휴가 끝에 내가 가장 먼저 행동에 옮긴 일은 사장님께 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보름간의 시간동안 나와의 대화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이 불만을 내가 해결해보자’ 였다. 늘 불만에 쌓여있던 나는 그 불만을 알리고 그 불만에 대한 개선사항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말단 사원인 내가 사장님께 면담 요청을 한다고 했을때 내 동기들은 나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금새 장난이겠거니 했겠지만 나는 몇번이고 머릿속을 정리한 끝에 메일을 보냈고 2주 뒤 사장님과 1:1 면담을 하게 되었다.
1시간의 면담 끝에 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하였고, 사장님께서는 내게 ‘고맙다’ 라고 말씀하셨다. 사장님은 왜 내게 고맙다고 하셨을까? 나는 왜 사장님을 만났을까?
휴가를 다녀와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 나는 현실에서의 행복을 얻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던 중 다음과 같은 생각에 도착하였다. ‘내가 대표이사라면 말단 사원에게 뭘 원할까?’
그것이 시작이였다. 내가 사장이라면 말단 사원이 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사장님이 알지 못하는 사원 관점에서의 문제점과 개선사항을 이야기 하였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사장님은 그 개선사항을 받아들였고, 결과적으로 회사와 나,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정답은 늘 그곳에.
대표이사로부터 온 편지의 저자 안복현 사장은 제일모직을 6년간 운영하면서 82통의 메일을 직원들과 주고 받았다. 그렇게 주고 받은 메일로 엮은 책이 대표이사로 부터 온 편지다.
만성 적자로 큰 위기에 처한 제일모직이 선택한 안복현 사장. 안복현 사장은 제일모직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툴을 제시하며 직원들을 격려하였는데, 사원 한명, 한명까지 챙기려 노력한 점이 주고 받은 메일 속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는 모두 지성이며 저마다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의견이 항상 옳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기 의견만 고집 세우다보면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 책은 2005년도에 나왔는데, 6년간 재임을 하였다면 무려 10여년 전에 사원들과 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복현 사장은 사원들이 갖는 힘을 참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기획에 대해서는 실망이 크다. 대표이사가 사원들과 주고받은 좋은 소재를 가지고 그저 엮어내는데 그쳤다.
실무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데 만족해야겠다.
▶ 책 속의 좋은 글
– 진심은 결국 통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마음에 호소하던 안 사장의 편지는 찬 바람이 쌩쌩 불던 사원들의 마음을 녹이, 차츰 혁신에 동참하는 분위기를 끌어낼 수 있었다.
– 지금 생각해보면 저한테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사원들을 설득하고, 사원들 마음을 동하게 해서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인 개선활동을 하도록 하고, 한 번 설득해서 안 되면 다섯번, 열 번이라도 설득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강압적인 방법만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 개선이 끝이 없는 이유는 현재의 방법이 항상 최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저는 4번, 5번의 지도와 교육으로 부족하다면 10번, 20번이라도 해서 이 거액적자의 패션소재사업을 내년에는 기필코 흑자로 전환하도록 하겠습니다.
– 강약이 있도록 일을 해야지, 매일 늦게까지 일을 한다면, 몸이 피곤한 것은 물론, 업무 능률이나 의욕도 적어집니다. 그러므로 임원이 팀장들은 자기가 맡은 부서 사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사원들의 업무로드와 일의 배분을 잘 지도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사원들을 위해줍시다.
– 여러분 부하 중에 이러한 간부나 사원이 있다면 상사인 여러분이 관심을 가지고 매 주말 가족들에게 가도록 잘 돌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 우리는 모두 지성이며 저마다 자기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기 의견이 항상 옳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남의 의견을 존중하고 경청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남의 의견을 존중할 줄 모르고 자기 의견만 고집 세우다보면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일을 그르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 회사전체를 공부(학습)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 비버의 방식이란 직원들이 자기의 목표를 스스로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상사의 지시대로 하는 일은 흥미로울 수가 없다. 하지만 직원들을 회사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시킨다면 그들은 적극적으로 변하게 되고 공장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 비록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가에 있어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항상 선택의 여지가 있다.
Dragon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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