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활의 기본기는 읽기, 쓰기, 말하기라 생각한다. 읽기를 좋아하고, 그보다 쓰기를 더 좋아하고, 말하기를 가장 좋아한다. 기본기를 지키기 위해 독서모임에서 읽고, 글을 쓰고, 친구들과 말한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부족해지면 문제가 생기더라. 적어도 내 커리어에서는 그랬다.

기본기는 말 그대로 기본기다. 세 가지를 잘 하면 기본은 하는 거고 앞서 가려면 더 많은 스킬이 필요하다. 여러 중요한 스킬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꼭 ‘듣기’를 꼽고 싶다.

나는 듣기를 잘 못했다. 얼마 전 우연히 신입 시절 자기소개서를 읽었는데 학창시절 잘못된 리더십을 보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당시 나는 강한 리더를 지향했고, 리더에서 내려오자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는 부드러워지려 늘 노력 중이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듣기다. 개그맨 유재석과 장동민의 일화 중 장동민이 힘들어서 유재석을 찾아가 한참을 하소연 했단다. 유재석은 듣기만 했다고. 장동민은 한참을 토로한 끝에 열심히 하겠다며 돌아갔단다. 돌아가는 길에 유재석은 장동민에게 택시비를 줬다고.

풀기 어려운 상성은 분명히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문제는 기본기와 듣기로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정리한 생각을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지 못하며, 대부분의 사람이 상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나 역시 이 부족함의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지만 가끔은 내 노력이 빛을 발할 때가 있다. 최근의 이야기다.

A의 이야기를 써주겠다며 한참을 인터뷰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내게 아주 속이 시원하다며, 이렇게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더라. 사실 나도 그렇다. 어느 누가 내 이야기를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물어보기면 해주는 사람이 어딨나?

B도 한참을 인터뷰 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까지 다 이야기한 사람은 내가 처음이라며, 편하게 이야기 했단다. 사실 나도 내 이야기가 궁금하다며 몇 차례 물어봐준 사람이 최근에는 기억에 없더라.

C는 업무를 위해 자주 만난다. 최근 정말 많은 사람과 일을 하고 있지만, 나와 이야기 할때, 나와 업무할 때 가장 편하게 말한단다. 나도 사실 불편하게 일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한 적이 기억이 나지 않고, 내 이야기를 궁금해주는 사람도 기억이 나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 한 기억도 흐릿하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대부분 더 들으려 했고, 타인의 이야기를 더 궁금해 했고, 불편한 상황을 찾아다녔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A, B, C 모두 그랬으리라.

성장을 위해서 안전지대를 벗어나라 하더라. 이들과의 대화에서 우리는 대부분 안전지대를 벗어나 있음에 잘 하고 있다고. 가끔은 서로 안전지대가 돼 주자고. 홀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