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말이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빨리 간다던데, 올해는 유독 빨리간 것 같다. 우중충한 날씨가 왠지 울적하게 만들지만 두꺼운 패딩을 입어도 찬 바람이 들어오는걸 보면 또 한해가 갔지 싶다. 어린애 취급 받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이제 어딜 가도 어린애 취급은 없게 됐다. 원한 걸 얻었음에도 마냥 즐겁지는 않은 걸 보면 인생이 원래 그렇지 싶다.

얼마 전 올해 인연을 맺고, 앞으로 더 깊은 인연이 예정된 어른께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 사실 나는 이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몇 주가 흘렀음에도 이 워딩이 맴도는 걸 보면 꽤나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보다. 그 말은 짧은 문장이었다.

“그간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력파인 것 같네요.”

삼국지 인물 중 제갈량을 가장 좋아했다.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넓은 땅덩어리 위 수많은 변수를 부채 하나 들고 앉아서 읽어내는 그 두뇌가 참 부러웠다. 그래서인지 내 삶을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나는 제갈량이 되고 싶었나보다.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려 애쓰는 편이다. 지금 내 위치는 어디이며, 내가 가려는 방향에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내가 가진 것으로 내가 갖고 싶은 걸 얻으려면, 어떤 사람들을 어떻게 이겨야 하는지.

언젠가부터는 결코 혼자서 이 과정을 풀어갈 수 없다는 걸 깨닫곤 내 파티를 만들어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그대로 받아서 해줄 사람. 내가 잘 못하는 걸 잘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생각지도 못한 걸 해낼 수 있는 사람. 내가 부족해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 그냥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누군가는 이런 날 보며 ‘참 피곤하게 산다’고도 했다. 어쩌겠나, 나는 장비와 같은 무력도 없고, 유비와 같은 명분도 없고, 관우와 같은 명성도 없다. 제갈량이 가진 지력도 없지만, 내가 원하는 게 천하삼분지계와 같은 대업은 아니니. 그나마 내가 가진 것으로 흉내를 내려면 제갈량의 방향이 맞지 싶었다.

아등바등 했지 싶다. 과거의 내가 갖고 싶었던 걸 꽤나 쥐고 있지만, 그 과정을 떠올리면 애써왔지 싶다. 잘한 건지는 모르겠다. 스스로가 훈장을 준다면 ‘노력상’ 정도이지 싶었다. 그런데 그 말을 내가 갈 수 있는 길에 서있는 사람에게 듣다니. 그게 참 위안이 됐나보다.

훗날 내가 이제 멈춰도 되겠다 싶었을 때.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던 근거가 ‘노력’이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