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 한해 내 최고의 이벤트를 꼽자면, 단연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이하 청창사) 15기 입교를 꼽겠다. 40명의 동기들을 비롯해 청창사를 운영하는 교수님, 센터장님, 코치님 등 정말 많은 사람들을 알게 됐고, 너무도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올해 꼭 회고에 적어야지!’라며 다짐했던 청창사에서의 순간들이 너무도 많아 이 창업기에 얼마나 녹여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통 이런 큰 이야기는 굵직한 세 가지 이야기를 담아내곤 했는데, 3이라는 숫자에 담아낼 자신이 없다. 3 다음으로 안정적인 5라는 숫자에 녹여보려 한다.

이 글을 쓰고자 자리에 앉은 지금, 지난 1년간의 이야기가 머릿 속에서 마치 릴스처럼 지나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청창사를 지원하던 그 순간부터 내가 청창사에서 만들 수 있었던 모든 이야기를 다 만들어냈다고 자부한다. 어느 웹툰의 대사처럼 스스로 청창사에서의 활동만큼은 ‘더할 나위 없었다’고 자축하며, 경기북부 청창사 15기 후기를 적어본다.

1.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

청창사는 2025년 기준 전국 19개 창사에서 850명의 3년 이내 창업기업 39세 이하 대표자를 뽑아 창업 사업화 과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며, 글로벌형, 지역특화형, 투자형 등 3가지로 나뉜다. 내가 입교한 경기북부 청창사는 민간 운영사 씨엔티테크에서 운영하는 투자형 창사다.

경기북부 청창사는 40명을 선발했고, ICT, SaaS, 푸드테크 등을 중점 모집 분야로 한다. 라프디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SaaS, 링크디를 고도화하는 사업화 과제로 신청했고 감사하게도 40명 중 한 자리를 받게 됐다.

<그림1> 발표 심사일 아침에 찍은 경기북부 청창사 입구

지난 42번째 창업기에도 적었지만, 나는 K스타트업 플랫폼 기준 창업 과제를 7번 탈락했고, 8번째 처음 합격했다. 누군가는 정부 과제를 ‘눈 먼 돈’이라며 쉽게 받아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이라 하는데, 내게는 단 한번도 허락되지 않았던 너무도 받고 싶었던 목걸이었다.

발표 심사 일정표를 보니 내가 첫 번째 발표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지원 번호가 내가 가장 앞 번호라 그랬단다. 혹여나 초행길 운전에 사고가 날까 싶어 택시를 타고 갔다. 1시간 반 일찍 도착해 카페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나는 말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커뮤니티 스튜에서 꾸준히 모임을 조직해 발표 스킬을 올려왔고, 기업 출강을 나가 백여명을 앞에 두고 90분 강연을 하기도 했다. 지난 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할 때도 전사를 모아두고 의견을 전달했고, 리더 수십명을 앞에 두고 협업 도구를 도입하기 위해 디펜스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말하기로 내 사업 평가를 받는 건 많이 달랐다.

준비한대로 발표했고, 질의응답도 잘 마쳤건만. 돌아오는 택시에서 멀미가 났다. 온갖 불안이 몰려와 속이 울렁거렸다. 결과 발표까지 일주일이 빠르게 지나갔으면 했다. 그렇게 합격을 확인했던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는 앞선 42번째 창업기로 대신한다.

<그림2> 입교 후 처음 받았던 명찰

2. 40명의 초기 창업자

부러웠다. 솔직히 지금도 부럽다. 설카포, 스카이, 유학파. 다행히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포지션이 학벌을 넘기 쉬운 포지션이라 커리어를 이어오며 기회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창업 시장에서 이게 또 아쉬움으로 남았다.

흔히 언론에서 다루는 창업자들의 스토리를 보면 대부분 좋은 학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많은 도전을 해서도 있지만, 사회에서 말 잘하고, 머리 좋은 친구들이 알고 보니 좋은 학벌 출신일 경우도 참 많이 봤다. 학벌이 무서운 건 그 사람의 능력치뿐 아니라 그 사람의 주위도 다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다. 나는 그게 늘 부러웠고, 나도 그런 친구들을 주변에 두고 싶어 여러 활동을 참 많이 해왔다.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의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었다.

그런데 창업에서도 학벌이 있더라. 과거 내가 첫 번째 창업을 했을 때 일대일 미팅을 했던 유명 VC는 내게 ‘서울대, 카이스트 출신이 아니고, 개발자지만 네이버, 카카오 출신이 아니라 투자가 망설여진다’고 했다. 10년 전임에도 그게 굉장히 내 머릿속에 각인이 돼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 VC가 고맙다. 사실 VC 입장에서는 ‘고려해볼게요’라는 말만 던지고 나를 찾지 않으면 됐다. 하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정말 솔직하게 말해줬다. 덕분에 나는 당시 투자에 목메지 않고 다른 경험을 했다.

그런 내게 40명의 초기 창업자 그룹이 생겼다. 나도 그들과 같은 출발선에 서게 됐다. 적어도 경기북부 청창사에서만큼은 그들과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 알고보니 이 안에도 설카포, 스카이, 유학파가 있더라. 꼭 그들의 능력치가 아니더라도, 꼭 그들의 배경이 아니더라도. 경험하고 싶었다. 정말 VC 말처럼 이들과의 교류가 창업에 정말 필요한 건지. 그리고 궁금했다. 그들은 나와 어떻게 다를지. 나보다 뭐가 더 나은지.

<그림3> 모두를 만났던 첫 날

앞서 이유를 말했듯, 처음엔 당신들이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은 마음도 있었다. 왜 나는 그토록 오래 갖지 못했던 걸 당신들은 처음부터 가졌나 싶었다. 솔직히 이 악물고 보란듯이 내 경험치를 발산해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이들과 한 달을 지내며 박살이 났다.

나와 가장 오랜 기간 함께한 동료는 내게 이렇게 말한다. ‘자존감이 대단하고, 너무 긍정적이라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고’ 그 기반에는 사실 스스로가 잘 하고 있다는 자기애가 있었나보다. 대표로서 부족하고, 사업적으로 더 나아가야 함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은 박수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 많았다. 나보다 경험이 적고, 기반도 없는데 대표로서도 잘하고, 사업적으로도 이미 몇 발자국 나아간 친구들이 많았다. 충격이었다. 나보다 나이가 몇 살 어린 정도가 아니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나도 내게 허락된 자리에서는 열심히 해온 사람이었는데, 성과도 내고, 인정도 받았는데. 이제서야 이들과 같은 출발점이 된 게 억울했다. 내가 진짜 당신들보다 더 잘 될 거란 독기가 올라왔다. 그간 해온 대로 다시 하면 분명 내가 더 앞설 거라 다짐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제주도 비전캠프를 계기로 박살이 났다.

<그림4> 제주도 비전 캠프

경기북부 청창사에 입교하며 센터장님을 비롯해 많은 분이 꼭 제주도 비전 캠프는 가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좀 귀찮았다. 입교하며 자금도 받았고, 고객도 우리 제품에 더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나는 이들보다 더 나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데. 갑자기 뭔 캠프인가? 그것도 굳이 제주도를 이틀이나 가야 한다고? 날씨는 뭐 이리 더운지. 갑자기 비행기가 연착 돼 일정이 꼬이고, 별로 재미 없어질 것 같은 느낌이 뿜뿜 들었다.

<그림5> 제주도

제주도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짧은 강의를 듣고, 퀴즈를 하고 났더니만. 어느새 저녁이었다. 밥 먹고 바로 내일이 되겠구나. 벌써 일정이 다 끝난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다.

밤이 내렸다. 우리들은 이제서야 조금 낯가림이 풀렸다. 이야기가 시작됐다. ‘대표님은 무슨 사업 하세요?’ 내 관심사는 이거였다 ‘대표님은 왜 창업했어요?’ 창업자들은 특유의 눈빛이 있다. 어떤 갈증이라던가, 갈망. 어떤 욕구라던가 의지. 정신 차리니 모두가 눈에서 빔을 쏴댔다.

내가 오만했구나. 몇 살 더 많다는 이유로 이들의 진심을 무시했구나. 나는 두 번째 창업이니 다르다 생각했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나만 성과를 냈던 게 아니었구나.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턱걸이로 합격한 거 같은데?

파티가 쪼개졌다. 나는 숙소로 가는 몇몇과 함께 이동했는데, 바다를 보고 싶다는 동기를 숙소 앞에서 만났다. 그렇게 넷이 택시를 타고 바다로 달렸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시큼한 하이볼에 동기들의 스펙터클한 이야기를 갑작스럽게 제주도 바다를 보며 듣고 있자니, 최근 몇년 간 이렇게 계획도 없이. 다른 사람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감동했던 적이 얼마나 있었나 싶었다. 솔직히 멋있었다. 어느 한 명이 아닌, 이들 모두의 에너지가. 어떻게 이런 ‘청년’들을 한 곳에 모았는지. 청년창업사관학교를 기획했던 누군가에게 참 고맙다고, 당신의 의도는 15기에 이르러서도 통하고 있다고. 문득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자체가 너무도 행복했다. 참, 낭만스러운 새벽이었다.

<그림6> 이날 이후 다시 마신 적은 없다

그렇게 호텔에 돌아왔는데, 생각해보니 열쇠를 룸메이트가 가지고 있었다. 금방 다녀온다고 해놓곤, 훌쩍 시간이 흐른 뒤 도착했더니. 문을 잠그지 못한 룸메이트는 자신의 신발을 문에 끼워놨더라. 캠프 전에도 과로했는지, 숏츠를 보며 나를 기다렸던 룸메이트는 스마트폰 화면을 켠채로 잠이 들어 있었다.

순간 이들을 향한 모든 방어선이 무너졌다. 뭐 얼마나 대단하냐 생각했는데, 이들은 대단한 경험을 했더라.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다 생각했는데, 이들도 열심히 살았더라. 이들을 마주한 얼굴 뒤에서 남몰래 당신들보다 잘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이들은 내게 낭만을 나눠줬다. 그리고 내가 언제든 들어갈 수 있도록 운동화를 끼워뒀다. 살짝 열린 저 방문이 이들의 마음으로 향하는 문 같았다.

그날 이후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마치 포켓몬처럼 외쳤다. 마케팅은 시그마인!

<그림7> 마케팅은 시그마인

시그마인 – SNS 콘텐츠 마케팅 | AI 마케터

이들이 좋아졌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도 좋았고, 나와는 너무도 다른 경험을 한 것도 좋았다. 나보다 모르는 게 있을 때면 알려줄 생각에 신이 났고,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모두 기억하고 싶어 집중력을 올렸다. 이제 이들은 내게 설카포로 보이지 않았고, 이겨야 할 상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들과 ‘우리’가 되고 싶어졌다.

<그림8> 내가 아는 걸 다 주고 싶어졌다

청창사는 초기 3년 미만, 39세 이하 대표만 지원할 수 있다. 초기 단계 기업의 대표는 같은 실수를 서로 반복한다. 이들과의 교류는 서로에게 보완이 됐고, 위안이 됐다. 우리의 연대는 점점 끈적해졌고, 초기의 어색함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함께하게 됐다. 우리는 같이 수업을 들었고, 밥을 먹었고, 술을 마셨고, 운동을 했다. 어느새 나는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비슷한 사람들과의 커뮤니티에 속하게 됐다.

언젠가 나 홀로 만든 KPI는 이들 모두와 뭔가 같이 먹는 것이었다. 뭔가 먹는 게 별거냐 하겠지만, 기자시절 경험으로는 대면을 했느냐, 독대를 했느냐, 뭔가 같이 먹었느냐 등으로 이후 대화의 깊이가 너무도 차이가 났다. 나는 술을 크게 좋아하진 않지만, 왜 술을 마셔야 친해진다고 하는지는 정말 잘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39명의 동기 중 34명과 커피나 밥을 같이 먹었고, 1명을 제외한 모두와 대화를 나눴다.

이들과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니 새로운 불안이 시작됐다. 이들과 공식적으로 함께할 고작 1년이 지나면, 이제 이들을 만나기 어려워질거란 걱정이다. 4분기에 들어서며 나는 올해가 너무 빨리가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만나기 어려우니 올해 더 만나자고 했다. 그럴수록 나는 더 불안해졌다.

그러던 중 경기북부 청창사 교수님의 제안을 받았다. 그간 경기북부 청창사 동문회를 만들지 못했는데 15기가 만들어줬으면 한다는 거다.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에 많은 동기들이 힘을 모았다. 나만 소중해했던 게 아니라는 사실이 너무도 감사했다.

<그림9> 경기북부 청창사 동문회 시작

경기북부 청창사 15기의 공식 일정은 끝이 났지만, 우리는 동문회라는 이름 하에 앞으로도 함께하게 됐다. 공식적인 연합 동문회인만큼 내년 입교할 16기를 시작으로 앞선 선배들도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40인의 창업자 스토리는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로 하나씩 모아보기로 했다. 청창사 인터뷰다. 인터뷰는 하나씩 모아 20명 정도가 되면 책으로 출판해보려한다.

내 친구들과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도 좋다.

3. 교수님, 위원님, 센터장님, 매니저님 그리고 나의 코치님

한 시간 여 내 동기들과의 이야기를 적어나가며 눈가에 촉촉함을 느꼈다. 앞 챕터에서 다소 힘을 준 탓에 심력을 많이 소모했지만, 감사한 분들의 이야기도 이어서 적어보련다.

경기북부 청창사는 중진공과 씨엔티테크가 함께 운영한다. 중진공에는 교수님과 위원님이, 씨엔티테크에는 센터장님과 매니저님 그리고 많은 코치님이 있다. 우리들은 이분들의 보육 하에 많은 성장을 이뤘다. 나는 이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이 글에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이분들이 원치 않을 것 같아 이분들의 관한 감사 인사만 남겨본다.

3-1. 교수님

먼저 교수님. 경기북부 청창사에 입교하면 교수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만 한다. 특히 사업비 집행을 위해서는 행정 절차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교수님께 배워야 할 게 많다. 나는 정부과제를 처음한 탓에 처음 한 달 동안은 사업비 집행 책자를 수차례 읽었다. 그래도 실수가 나왔고, 그때마다 교수님께 배웠다. 이 과정 속에서 놀랍게도 교수님은 단 한 번도 짜증을 낸 적이 없다. 행정 업무라는 게 반복적인 것도 있고, 실무자도 그저 따라야 하는 규정이 있다. 이 반복이 겹치고, 실무자도 불편한 규정이 생기면 사람인지라 짜증이 날 수 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는 늘 일관된 자세로 가이드를 주셨고, 이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솔직히 그동안 나는 교수님처럼 성숙하게 업무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림10> 교수님은 경기북부 청창사의 아이콘이다

우리는 모두 교수님을 좋아하고, 교수님과의 추억을 안주 삼아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이 추억과 앞으로도 함께하자는 의미로 교수님의 시그니처 포즈를 담아 15기 스티커를 만들었다.

“교수님, 2025년 한 해 15기와 함께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찾아 뵙겠습니다. 뀨.”

3-2. 위원님

다음은 위원님. 경기북부 청창사는 중진공 업무를 교수님과 위원님 두 분이 모두 처리했다. 타 창사는 업무를 여럿이 처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40개 기업의 행정 업무를 두 사람이 처리하는 건 적지 않은 난이도임을 알고 있다. 위원님은 우리들을 늘 웃으며 맞아줬는데, 이게 참 어려운 일이다.

“위원님, 창사 출근마다 웃으며 안부를 물어주셨던 게 참 기억에 남습니다. 고객사와 언쟁이 있어 기분이 안 좋았을 때 위원님 인사에 기분이 풀렸던 적도 있습니다. 2025년 한 해 우리 15기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3-3. 센터장님

씨엔티테크의 경기북부 청창사 업무는 센터장님이 총괄했다. 대표라는 게 늘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이 성과로 이어져야 하다 보니 잘 되면 당연, 안 되면 문제다. 이렇다 보니 대표는 칭찬 받을 일이 참 적다. 올해 센터장님께 참 칭찬을 많이 받았다. 이번에 영업 된 거 정말 축하한다. 오늘 일찍 와줘서 고맙다. 참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 같다. 활동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 가벼운 인삿말일 수 있겠지만, 칭찬이 고팠던 입장에서. 그리고 참 기분이 좋게 칭찬을 해주셔서 칭찬 받을 일을 더 만들고 싶었다.

“센터장님. 멘토링 받을 기회를 주실 수 있냐는 말에 ‘그럼요. 하죠’라며 흔쾌히 시간 내 주셨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날 이후로 칭찬해달라고 참 많이 졸랐던 것 같습니다. 센터장님 칭찬 덕분에 올 한해 춤췄던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3-4. 매니저님

동기들이 ‘매니저님은 진짜 짱이야’라고 말하는 걸 참 자주 들었다. 입교생들의 문의 1번 창구가 돼 주셨는데, 정말정말 많은 업무를 하시는 것 아마 모든 입교생이 알고 있지 싶다. 진짜 짱이다.

“올해 제가 참 많은 부탁을 드렸던 사람 중 한 분인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을 때마다 매니저님을 찾았으니 많이 귀찮게 했던 사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휴일에도 여러 번 연락을 드렸는데, 괜찮다며 늘 빠르게 회신 주신 덕에 저는 참 편하게 정보를 얻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3-5. 나의 코치님

나의 코치님. 경기북부 청창사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중 팀이 나뉘어 코치 팀에 배정되는 게 있다. 코치님과 매주 코칭이 있고 이 과정에서 정말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다. 세 번째 코칭이었을까? 그날은 사업을 하며 힘들었던 걸 와다다 쏟아낸 적이 있다.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놀랍게도 그 힘들었던 기억이 다 비워졌다. 그때부터였을 거다. 나의 코치님을 내가 매주 괴롭히기 시작했던 게. 참 많이 물어봤다. 나는 왜 뽑힌 거 같느냐. 나는 평가 받으면 어디서 점수가 깎일 거 같느냐. 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포지셔닝 해야 할 거 같느냐. 엔지니어 출신 대표자는 어떻게 성장 해야 하느냐. 워낙 많은 기업과 함께한 덕분에 내 사업 단계에 맞는 조언을 정말 많이도 들었다.

“코치님. 올 한해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코치님께 많이 의지했습니다. 코치님 팀이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다시 돌아가도 코치님 팀 할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연락 드릴거에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림11> 경기북부 청창사 15기 입교생 소개 현판

4. 경기북부 청년창업사관학교 15기 프로그램

청창사는 각 창사마다 운영 방식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특화 모집 분야도 다르고, 지역도 다르고, 운영 주체가 다른 게 참 큰 차이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각 청창사에서는 학점을 채워야 한다. 창사마다 학점으로 인정되는 것과 아닌 것이 있으니 입교한 창사의 가이드를 잘 숙지해야 한다. 경기북부 청창사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크게 4가지 프로그램이 있다.

4-1. 교육

먼저 교육이다. 경기북부 청창사는 졸업까지 60학점을 채워야 하고, 매달 25일 다음달 전체 스케쥴이 나왔다. 나는 매달 25일에 스케쥴을 보고 캘린더에 모두 넣어뒀고, 바꿀 수 없는 고객의 요청이 아닌 이상 청창사 스케쥴을 우선했다.

교육은 다양했다. 정부 과제를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이템 기획. 마케팅. 법률. IR. 선배 창업자 스토리. 네트워킹 등 운영사가 설계한 커리큘럼에 따라 교육을 수강한다. 대부분 오프라인이고 다행히 나는 경기북부 청창사가 있는 파주가 집과 회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참여가 어렵지 않았다.

<그림12> 나는 107학점을 이수했다

경기북부 청창사 교육 외에도 온라인이나 안산 본교에서 운영하는 교육에도 참여할 수 있다. 다만 나는 본교 교육과 온라인은 참여하지 않았다. 교육을 통해서 배웠던 내용도 있고, 강사님과 네트워킹을 하기도 했다. 평소 만나기 어려운 분들도 있었는데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도 즐거웠다.

오프라인 교육이 어려운 사람도 많았다. 회사와 파주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업무 시간에 꼭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대표들도 있었다. 다행히 라프디는 SaaS 사업이고, 교육에 와서도 유선이나 온라인으로 문의를 처리할 수 있었다. 또한, 제품 개발은 내부에서 동료들이 잘 해주고 있어서 듣고 싶었던 교육 대부분은 참여했던 것 같다.

4-2. 코칭

앞서 코치님을 이야기 했는데, 40명이 쪼개져 각 코치님에게 코칭을 받았다. 많게는 6-7명 팀도 있고, 적게는 2-3명 팀도 있었던 것 같다.

코칭 커리큘럼은 다 달랐던 것 같다. 어떤 팀은 IR을 위주로 준비했고, 어떤 팀은 아이템 기획부터 다시 배우기도 했다. 나는 코치님 커리큘럼에 따라 배우기도 했고, 내가 더 배우고 싶은 것을 요청해서 묻기도 했다.

너무 다양한 사업군이 있다 보니 공식 교육에서 질문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예를 들면 SaaS업과 제조업은 질문이 정말 다르지 않나? 때문에 개인 코칭을 통해 많은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4-3. 특화 코칭

특화 코칭은 외부에 연결된 특화 코치와 코칭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현재 기업에 필요한 걸 전달하면 해당 분야 코칭이 잡히는 건데, 예를 들면 투자를 받고 싶다고 하면 투자 관련 코칭이 잡히고, 마케팅을 원하면 마케팅이 잡히는 식이다.

나는 융자에 관심이 있어 신용보증기금 출신 코치님과 코칭을 받았고, 링크디가 마케팅 SaaS다 보니 마케팅 특화 코칭을 가장 많이 했다.

마케팅 특화 코치님과 꽤 가까워졌는데, 여러번 코칭을 진행하며 늘 나보다 먼저 줌에 접속했던 분은 이 특화 코치님이 유일했다. 첫 미팅에는 전날 기업 자료를 먼저 전달해줄 수 있느냐며 연락을 받았고, 미팅 전 우리 회사와 서비스에 관해 모두 숙지하고 접속해계셨다. 코치님께서도 사업을 하고 계시고, 굉장히 많은 일정이 있으심에도 나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들에게 성심껏 코칭을 해주신 것에 정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화 코치님 올 한해 감사했던 분을 꼽자면, 특화 코치님을 빼 놓을 수 없겠네요. 실제 고객사 타깃도 여러명 연결해주시고, 서비스 고객사 타깃으로서 귀한 의견도 참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특화 코치님이 저와 여러 기업 대표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언젠가 저도 코치가 된다면 특화 코치님처럼 좋은 태도로 기업 대표들을 대하는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올 한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4-4. S-CoP

S-CoP(Startup Community of Practice)는 입교 기업들이 서로 지식을 교류하는 장으로, 돌아가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입교생이 동기들을 대상으로 2시간 발표를 하는 거다.

앞서 제주도 비전 캠프에서 동기들을 향한 내 마음이 바뀐 걸 설명했는데, 그 뒤에 바로 S-CoP를 잡아 120분 강의를 진행했다.

<그림13> S-CoP 발표 자료

186장에 달하는 발표 자료는 2011년부터 시작된 내 커리어를 정리하고, 2년 동안 SaaS 사업을 꾸리며 경험한 내용을 모두 담았다. 이 발표 이후로 S-CoP에 부담을 느낀 동기들도 생겼으니, 나는 할 일을 잘 마쳤다고 생각한다.

<그림14> 내가 했던 S-CoP

다행히 내 발표 이후 내게 관심을 보인 동기들이 많았고, 20명 가까이 참여한 꽤나 성공적인 시간이었다. 이 발표 내용을 가지고 여러 동기들에게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기뻤고, 내년에도 동문회 안에서 이런 자리를 종종 마련 할 수 있길 바란다.

5. 입학부터 중간평가를 지나 우수 졸업까지

청창사에 입교하기까지 나는 참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다. 앞서 42번째 창업기에서도 적었지만 결코 혼자였다면 이 곳에 함께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그 감사함을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우수기업이었다.

정부과제는 참여 기업을 선정하며 평가를 하는 것과 동시에 참여 과정과 결과도 평가한다. 그리고 청창사는 상위 10%에게 ‘우수 졸업’을 부여한다. 내 목표는 우수 졸업이었다.

5-1. 시작은 턱걸이

평가에 관한 정확한 순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동기들과 가까워지며 알게된 기업의 정보를 보자면 나는 결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이미 우리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매출을 이미 작년에 낸 기업도 있었고, 초기 기업의 훈장 중 하나인 팁스를 받은 기업도 동기들 중에 참 많다. 이에 비하면 라프디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또한 활동 중에 기업들의 IR 발표를 몇 차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기업들의 아이템과 대표자의 경험이 정렬되는 팀이 참 많으며, 실제 성과까지 이어지는 기업들도 많다. 경기북부 청창사는 입교부터 좋은 기업을 참 잘 선별했지 싶다.

입교 순위는 알 수 없지만, 나는 턱걸이로 합격했다 생각하며 성실하게 사업하며 꼭 상위 10%에 들어보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세웠다.

<그림15> 벌써 그리운 강의실

5-2. 중간평가

중간평가 기간이 됐다. 생각보다 낼 자료들이 있었다. 사업을 하는 것과 평가를 하는 것이 다른 업무라 느껴지기도 했다. 마음은 조급했고, 좀 더 많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아쉬웠다. 그럼에도 나는 청창사 활동에 열심히 참여했기에 좋은 평가를 노려볼만 하지 싶었다.

결과는 우수 아래 단계에게 주어지는 양호였다. 청창사는 중간평가를 통해 우수와 양호에게 사업비를 추가로 지급한다. 나는 우수를 받으면 마케팅에 좀 더 투자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우수가 발표되기를 무척이나 기대했다. 그리고 너무도 아쉬운 양호였다.

이틀정도 다소 우울했다. 청창사 활동으로만 평가하는 게 아님에도 괜시리 억울했다. 사업은 제대로 못하고 사업 놀이를 했던 건 아니냐는 스스로의 손가락질을 피하지 못했다. 우수를 받아 마케팅비를 받아오겠다 큰소리 쳤는데, 나를 믿고 일해준 동료들에게 미안했다.

생각해보면 우수를 받았다고 해서 엄청난 금액을 주는 건 아니다. 양호를 받았기에 우수보다는 적지만 추가 사업비도 지급 됐고 좋은 성적인 것도 맞다. 하지만 내가 다짐했던 우수 기업이 아니지 않는가?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지만, 그저 스스로에게 다소 실망했던 시기였다. 속상했다.

<그림16> 유튜브 데뷔, 데모데이 참가

5-3. 최종 성공 평가

하반기 활동을 시작하며 턱걸이로 이 자리에 왔음을 다시 기억해냈다. 턱걸이에서 양호 등급이 됐으면, 많이 올라온 것 아닌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기 기업들과 MOU도 맺고, 기회다 싶은 영업 찬스가 오면 적극적으로 달려갔다. 대기업과 계약도 체결하고, 특허도 등록되고, 매출도 올랐다. 상반기보다 올라온 기업 컨디션에 나도 자신감이 좀 더 붙었다.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 청창사 교육을 좀 패스해야겠다 싶었다. 최소 학점인 60학점도 훌쩍 넘었고, 사업 성과를 좀 더 올리는데 집중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앞선 기수는 100학점을 넘은 대표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괜시리 지기 싫었다. 나는 100학점까지 좀 남았더라. 이왕 채우는 거 좀 더 채우자 싶었다. 교육은 유익했고, 동기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거웠다. 그렇게 107학점이 됐다.

성공 평가는 내야 할 서류가 참 많았다. 그간 사용한 사업비의 감사도 받아야 했고, 입교때처럼 사업계획서 양식의 결과 보고서도 작성해야 했다. 발표 평가도 있었는데, 영업 일정이 겹치다 보니 평소에 잘 외워지던 스크립트가 잘 안 외워지더라. 전날까지 수차례 외웠다.

발표를 마치니 기분이 묘했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다소 허탈하기도 했다. 그래도 이 많은 동기들을 얻게 됐으니 나는 참 많은 걸 얻었지 싶었다. 결과 발표가 곧 공지 된다는데 사실 이제 관심 밖이 됐다. 라프디는 사업적으로 성장했고, 좋은 팀을 만들었고, 이렇게 많은 동기들과 좋은 커뮤니티도 생겼는데. 나는 이제 부러운게 없지 싶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어느날 퇴근 길 결과 발표가 생각났다. 며칠 전에 공지사항이 올라와 있더라. 세상에 내가 우수 졸업이었다. 성공 평가는 여러 지표에 따라 평가한다. 매출과 채용, 투자 등 지표와 학점과 지재권 등 여러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사업적으로 훨씬 더 성과를 낸 동기들이 많았는데, 청창사 활동 지표에서 내가 좋은 점수를 받았나보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우수 기업이 되니 참 이상했다. 결과 파일을 10번도 넘게 체크했다. 혹 내가 잘못 본가 싶어서 다음날에도 다시 체크했다. 그제서야 감사 메시지를 작성했다. 그간 감사했던 분들이 너무도 많았다. 감사한 이유도 다 달랐다. 감사하면 감사하다 표현해야 안다더라. 이렇게 감사를 표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나 자랑하고 싶다. 라프디가 경기북부 청창사 15기 우수 졸업했다고.

마무리

7전 8기로 청창사에 입교해 수십명의 친구들을 만들고 중간평가 양호 등급을 지나 우수 기업으로 졸업하기까지. 이보다 완벽한 서사를 만들 수 있을까 싶다.

올해 만났던 사람들에게 청창사 이야기를 참 많이도 했다. 너무 즐겁다고. 정말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났다고. 라프디 동료들은 청창사 얘기 그만 좀 하라고 한다. 어쩌겠나, 2025년에 내가 만든 이야기는 라프디 말고는 청창사 이야기 뿐인데.

이제 며칠 남지 않은 2025년이지만, 나는 청창사 모임이 2개나 더 남아있다. 여전히 못다한 이야기가 남았다는 것에, 앞으로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그저 즐겁다.

더할 나위 없었던 내 청창사 이야기 여기서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