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략과 전술의 차이점을 논하는 글이 많다. 쉽게 전략이 전술의 상위 개념이며, 전략을 어떻게 실행하는지가 전술이란다.

2/ 라프디 대표로서 내 경영 전략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업을 하는 거였다. 이를 위한 전술로 월 구독 형태 SaaS를 만들어 좋은 비즈니스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단순히 그렇게 시작했지만 2년 여 시간이 흐르며 정보와 경험이 많아졌고, 세부 전술이 지속 바뀌었다. 마치 터치라인에 서서 소리를 지르는 축구 감독처럼 말이다.

3/ 내가 변경했던 전술 중 세 가지만 꼽자면, 먼저 사람이다. 라프디는 초기에 10명에 가까운 동료들이 의기투합했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면서 풀타임 5명으로 시작했다. 이 5명의 구성에 적절한 전술이 있었다. 그러다 한, 두 명이 이탈하며 채용을 시작했고 현재 4인 체제가 만들어진지 반년이 흘렀다. 고작 한, 두 명이 바뀌었지만 전체 전술은 물론 꽤나 많은 세부 전술이 변경됐다.

4/ 두 번째는 영업 전략이다. 초기에는 무작정 콜드메일을 돌리기도 하고, 설치 고객사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다. 노크도 없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잡상인 취급을 받기도 했고, 담당자 연락처가 없어 콜센터에 전화해 바꿔달라 떼쓰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주요 플랫폼사 핵심 인력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고, 무작정 오프라인 미팅을 찾아갔던 것과 달리 이제는 온라인 미팅을 제안하기도 한다. 배가 불렀다는 게 아니라, 달려야 할 때와 걸어야 할 때를 알게 된 거라고 해두고 싶다.

5/ 세 번째는 사업의 흐름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 흐름이란 게 있다. 어떤 흐름은 골문으로 가는 길이 저절로 열리는 듯 패스 길도 쉽게 쉽게 풀린다. 툭, 차면 골로 연결되기도 한다. 반면, 어떤 흐름은 어처구니 없는 터치로 힘을 빼는가 하면, 황당한 상황에서 자책골이 나오기도 한다. 이럴 땐 아무리 우리 팀 컨디션과 전술이 좋아도 상대의 흐름에 말릴 수 있다. 2년이 흐르고 나서야 사업에도 ‘흐름’이란 게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낄 수 있게 됐다. 어떤 흐름에서는 그토록 간절히 노력해도 거절을 당했는데, 어떤 흐름은 클라이언트가 알아서 찾아와서는 계약서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 흐름에 따라 전술을 바꿔야 한다는 것 정도를 느끼게 된 거 같다.

6/ 축구를 보면 감독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뛰어나와서 휘슬을 불고는 손짓 몇 번에 포메이션을 바꿀 때가 있다. 그렇게 바뀐 전술이 먹힐때면 소름이 돋곤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런 전술가보다 더 멋진 사람들이 있다. 전략가다.

7/ 전략은 전술의 상위 개념이며, 전술은 전략을 위한 실행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전술은 벤치 멤버로 어떻게 흐름을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며, 전략은 누구를 벤치 멤버에 앉힐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8/ 그간 커리어에서 과부하와 무기력을 수차례 경험하며 내게 주어진 업무량을 알고 있다. 절대적인 업무량을 늘이고 줄이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그리 쉽지 않더라. 결국 내게 주어진 벤치 숫자가 정해졌다면, 그 시간에 아등바등 하는 건 전술가로서의 삶이겠다. 그리고 요즘은 그 벤치에 어떤 카드를 앉혀야 할 것인가의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 전략가의 삶 말이다.

9/ 어떻게든 카드 하나를 얻기 위해 아등바등 했건만, 어느새 손에 쥔 여러 카드의 조합을 고민하고 있다. 수많은 카드 조합을 바라보며 더 나은 선택지를 고민하는 한편, 전혀 다른 카드를 수집해 판을 뒤집을 카드 조합도 조금은 열어둘 필요가 있지 싶다.

10/ 언젠가 전략의 상위 개념도 터치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