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를 이른바 3대 운동이라 부른다. 헬스를 매주 1-2회 한게 어느새 10년이 됐는데, 그간 내 가장 큰 목표는 건강이었다. 백팩을 메어도 허리가 아프지 않아야 하고, 하루 1만보 넘게 걸어도 무릎이 아프지 않아야 하고,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몸이 무겁지 않았으면 했다. 이를 위해선 적당한 근육이 필요했는데, 보통 주 1-2회로 채워졌다.
그런데 30대 중반을 넘으며 이 규칙이 깨졌다. 분명 비슷하게 먹고, 비슷하게 움직이고, 비슷하게 운동 했건만. 허리가 늘고, 몸무게가 늘어났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다이어트도 전과 다르게 반응이 확 오지 않더라. 그러던 중 우연히 몇몇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다가 운동 방법을 바꿨다.
내 체중은 보통 70kg에서 +-1~2kg를 오갔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떨어졌다가, 술을 좀 마시면 오르는 식이었다. 크게 옷이 불편하다거나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았다.
운동은 보통 벤치프레스와 스쿼트를 주로 했고, 랫 풀 다운과 시티드로우 머신 그리고 앉아서 다리를 밀거나 드는 하체 운동을 더했다. 전반적으로 큰 근육을 사용하는 게 주 1-2회 운동을 해온 내게 적절하다 생각했다. 건강을 위해 하는 거니 절대 다치지 않도록 늘 적정 수준의 무게를 유지했다. 기구를 사용하는 랫 풀 다운과 시티드로우 머신 등은 크게 다칠 일이 없었고, 벤치프레스는 40kg, 스쿼트는 60kg 정도로 소소한 자극을 주는 것에 멈췄다. 30분 내외 운동이었지만, 적절하다 생각했다.
이왕 하는 거 좀 더 해볼까 싶었다. 몇몇 운동 유튜버가 하는 말을 들어보고는 나도 중량을 올려봐야겠다 싶었다. 신기하게도 중량을 올리려 노력하니, 생각보다 더 올라가긴 하더라.
헬스를 배울 기회가 있었는데, 유일하게 배우지 못한 게 데드리프트였다. 영상을 보며 자세를 잡았는데, 몇 주 하다 보니 꽤 익숙해졌다. 처음엔 운동이 되는 건가 싶었는데, 확실히 자극이 오더라.
오늘 기준 벤치프레스 65kg, 스쿼트 90kg 그리고 데드리프트 100kg을 달성했다. 3대 운동 255kg이다. 내가 100kg을 들어 올리다니, 신이 난다.

사실 3대 운동 255kg은 헬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입문 수준이다. 보디빌더 중에는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만으로도 300kg을 드는 사람들도 있고, 이들에게는 3대가 500kg 정도는 돼야 명함을 내미는 것 같다. 그래서 안 했다. 나는 그렇게 무게를 들 수 있는 체형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최근 비즈니스 코칭을 받으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님, 사업은 프로그래밍이 아닙니다. 처음부터 다 완벽할 필요는 없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시도하고, 완성도를 조금씩 올려가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간 참 많이 듣던 이야기인데, 3대 운동을 조금씩 올려가던 게 떠오르며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이게 됐다. 어쩌면 완벽주의자라는 캐릭터가 갖는 단점이 사업의 속도를 크게 늦추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한 번에 100kg를 들려는 생각을 내려놨다. 오늘 80kg이면, 다음 주에는 85kg, 그 다음 주에는 90kg을 하면 되지. 주말마다 3대 운동을 5kg, 10kg씩 늘리는 것처럼 사업에서도 80% 완성도에서도 그만 고민하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주 일해본 바로는 내게 시간이 굉장히 많이 생겼다. 일이라는 게 그렇다. 0%에서 80%를 만드는 시간과 80%에서 90%를 만드는 시간, 90%에서 다시 95%를 만드는 시간이 비슷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100%가 되지 않아 그저 고민하고 망설였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최근 몇 주는 종종 80%에서 고민을 멈췄다. 하나의 일을 95% 만들 시간에 80%를 만든 일이 여러 개 생겼다. 사실 80%에서 95%로 가는 길은 꼭 나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라프디 구성원과 함께 80%를 90%로 만들었다. 내가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은 어떤 업무의 A to Z가 아니라, 여러 가능성을 꽤 괜찮은 확률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닐까 싶었다.
때때로 나는 효율주의자라 모든 업무가 병렬처리 됐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오전에 백엔드 설계를 했으면, 오후엔 화면 개발을 하고, 틈틈이 고객 대응을 했으면 한다. 과한 스위칭 코스트가 발생하지만, 그게 초기 기업 구성원이 감당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도저도 되지 않는 상황이 수차례 발생했다.
초기 기업 대표에게 요구되는 능력치 중 하나는 꽤 괜찮은 확률의 가능성의 적정 수준을 측정하고, 최소한의 서포트만으로 꽤 괜찮은 확률의 가능성을 갖는 기회를 빠르게 만들어내며, 기회가 연결됐을 때 상대가 납득할 정도의 수준으로 빠르게 팀을 움직이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게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3대 300kg가 돼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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