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디가 2025년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운영하는 창업지원사업으로 토스와 직방이 거쳐 간 정부 사업이다. 초기 기업인 라프디에게는 큰 성과이며, 내게는 정말 오랜 시간 준비하며 기다려왔던 순간이다.
어제 14시 30분경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온몸의 혈관 속 혈액이 느껴졌다. 청창사에 합격하기까지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
2025년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 예산은 3조 2940억원으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정부는 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융자 ▲사업화 ▲기술개발 ▲시설공간보육 등을 지원해 스타트업 생태계를 지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타트업은 시장을 혁신하고, 일자리를 만든다. 많은 초기 기업이 창업지원사업에 애쓰는 이유다.
매년 창업지원사업 결과가 발표되면 희비가 갈린다.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게 되는 기업은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초기 기업에게는 정말 유용한 자금이 된다. 특히, 대출이 아닌 지원금은 상환 의무가 없는 자금이기 때문에 합격 기업에게는 축하가 이어진다.
물론 조 단위의 거대한 사업을 두고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기업이 스스로 성장해야지 왜 돈을 주냐는 의견부터 ▲제대로 된 기업이 지원이 되는 게 맞냐는 평가 측면에서의 비판 ▲브로커 등을 활용한 부정 수급 등에 관한 우려도 있다.
수혜를 받은 기업으로부터의 비판도 있다. ▲지원금이라고 주고선 제대로 쓰지도 못하게 한다던가 ▲사업과 불필요한 행사가 너무 많다던가 ▲왜 7년 이내의 기업에게만 자격을 주냐는 등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그룹의 의견을 듣는지는 정부의 몫이고, 참여자 입장에서는 만들어진 환경에서 어떻게든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지원금이 너무도 필요한 초기 기업 대표자로서 나는 어떻게든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취할 것이고,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내 의견을 적자면, 나는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에 분명히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본다. 때문에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앞으로도 창업지원사업은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일이 많은 편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정부가 요구하는 자격이나 문서화 등의 스킬을 익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
창업지원사업은 크게 3년 미만과 7년 미만으로 나뉜다. 3년 미만 초기 기업은 청년창업사관학교, 초기창업패키지, 창업중심대학 등 3개 중 1개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중복 수혜 받지 못한다. 라프디는 2년 차 초기 기업으로 3개 사업 중 꼭 하나를 수혜 받기 위한 일정을 잡았다.
3가지 사업은 각 특징이 있는데, 흔히 알려진 바로는 초기창업패키지가 가장 창업자 친화적인 프로그램 구성이라고 한다. 창업중심대학은 대학에서 운영하며 대학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청년창업사관학교(청창사)는 자체 보육 프로그램이 꽤 빡빡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들었다. 대부분 창업자들은 지원금을 위해 지원사업에 지원하기 때문에 초기창업패키지를 선호하고, 경쟁률도 가장 높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청창사에 꽤 매력을 느꼈다. 우선 이번이 15기였는데, 기수제로 운영되는 만큼 동기와 선배 기수와의 컨택이 가능하다. B2B 사업을 하는만큼 이는 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강의를 싫어하는 창업자가 많지만, 나는 이 역시 매력적으로 느꼈다. 사업을 꾸리다 보니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껴왔다. 재무, 인사, 행정, 특허 등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배울 수 있다는 것. 정확히는 각 분야 전문가인 강사분들과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후속지원사업도 꽤 매력적이었다. 정해진 지원금 외에도 행사 부스 지원이나, 마케팅 비용 등을 추가 지원 받을 수 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 목록에 올라간다.
이것 외에도 청창사 입교만으로도 홍보 콘텐츠가 되며, 이후 채용에서도 우리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때문에 3가지 정부사업 중 청창사를 희망했던 내게는 ▲청창사가 가장 먼저 사업 공고가 올라온 것 ▲빠르게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7전 8기 창업지원사업
창업지원사업 이야기를 하려면 2015년으로 올라가야 한다.
2015년 당시 나는 사내에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SWIKI>를 미니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매일 수작업으로 IT 뉴스를 큐레이션해 푸시로 쏴줬는데, 이때 내 마음이 끓어올랐다. 매일 스타트업 이야기를 보고 있자니, 나도 이 시장에서 함께하고 싶었다.
그렇게 12월 31일 퇴사 후, 2016년부터 나는 2년 동안 스타트업 시장에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애썼다. 지원사업을 알게 된 후 ‘예비창업자’ 신분이 갖는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사업자를 내지 않았고, 이때부터 지원사업 경험치가 시작됐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서울시 구로구에서 운영하는 PSWC 프로그램에 합격해 사무 공간을 지원받기도 했다.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VC와 미팅을 하기도 했는데, 지원사업은 나와 인연이 없었다.
2년 동안 첫 창업 시기를 경험하며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이 어떤 구조인지, 어떤 기업들이 수혜를 받는지. 내가 부족한 것은 무엇이며, 어떤 순서로 채워가야 하는지를 배웠다.
이후 개발자가 아닌, IT 기자로 일하며 코딩이 아닌 글쓰기로 사회생활을 경험했다. 소프트웨어 업계가 아닌 미디어 업계를 경험하며 두 업계의 차이점을 배웠고, 업계가 달라지고 업종이 달라지면 어떤 변화가 있는지도 배웠다. 특히, 사업계획서에 들어가는 ‘연평균성장률’ 따위가 실제 업계에는 어떤 결과로 보이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개발자로 돌아와 개발 팀장, 부서장까지 경험하며 성장하는 회사에 속했고, SaaS 비즈니스를 출시 전부터 안정화 단계까지 함께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기술이 필요하고, 고객 대응은 어떻게 하는지. 고객이 늘어나면 내부에선 어떤 일이 필요하며, 채용과 팀빌딩은 어떻게 하는지. 조직이 커지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며, 어떤 포지션에 어떤 캐릭터가 필요한지를 배웠다. 퇴사한 지 2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가끔 그 시절 꿈을 꾸는 걸 보면, 한켠에서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있는 듯싶다.
그렇게 다시 창업자가 되며 2016년의 실패가 떠올랐다. 그때보다 어떤 부분이 보완 됐는지, 어떤 부분이 여전히 부족한지. 개발자 출신 창업자가 갖는 장단점이 무엇인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증명하지 못하는 영역은 무엇인지. 2016년보다는 분명히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조금씩 성과가 있었다.
2023년에는 창업 후 지금 입주해 있는 <마포비즈니스센터>에 합격했다. 이 역시 정부지원사업 중 하나로 보육공간에 해당한다.
사실, 2024년에는 지원사업에 합격할 줄 알았다. 분명히 보완이 됐고, 2016년 문서를 보니 당연히 탈락이구나 싶을 정도로 느껴졌다. 아쉽지만 2024년에도 지원사업은 탈락했고, 너무도 높은 벽이라 느껴졌다.
지원사업이 됐다는 것 자체가 사업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지원사업이 없어도 당연히 성공할 수 있다. 오히려 그렇게 성공하는 게 더 단단하고 건강한 성공이다.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사업에 집중했다.
그러던 중 2024년 말, <마포비즈니스센터>에서 연결해 준 교수님을 만나게 됐다. 2025년 지원사업을 위해 가볍게 사업계획서를 검토받으려는 생각이었는데, 3시간 동안 사업계획서의 부족함을 들었다. 그동안 많은 멘토링과 교육을 받아왔지만, 내 절실함이 더 커져서인지 마치 내게 내려온 동아줄처럼 느껴졌다.
그 뒤로 교수님을 많이 괴롭혔다. 멘토링을 더 잡아 달라고 <마포비즈니스센터>에 떼쓰기도 했고, 교수님께 따로 연락을 드리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교수님은 더 봐줄 테니 연락하라고 했다.
처음이었다. 내 서류를 5시간 동안 한 자리에서 봐준 사람은. 내 사업계획서인데, 나보다 더 집중해서 봐주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나? 5시간 동안 화장실 한 번 가지 않고, 심지어 나도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고작 10페이지 문서를 들고 5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는 게 가능한 일인가?
귀인이구나 싶었다. 세상엔 내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일이 있다. 아무리 가지고 싶어도 가지지 못하기도 하고, 그렇게 애썼음에도 원치 않는 결과를 받기도 한다. 반면 아무런 노력 없이도 주어지는 행운이 있는데, 교수님과의 멘토링이 그 행운이었다.
돌아보면, 내 사업계획서에는 제품만 있었다. 뭘 어떻게 만들겠다만 있는 사업계획서를 교수님과 수십 시간 대화하며 보완했다. 이 사업이 ▲어떤 문제를 푸는 것이며 ▲어떤 시장이고 ▲누가 고객이며 ▲고객을 어떻게 만날 것이고 ▲그들에게 어떻게 팔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 당연히 나름의 무언가는 적었었지만, 멘토링을 통해 모든 부분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고통스럽긴 했다. 2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이쯤이면 괜찮겠다 싶은 문서였다. 그런데 그 문서가 갖는 구멍을 문장 하나, 하나. 단어 하나, 하나 짚으며 이상하다. 의아하다. 부족하다. 듣고 있는데, 그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두 차례 욱 하기도 했다. 뭐가 그리 잘못되었냐며, 나는 고객을 만나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속으로 수차례 짜증도 났다.
이런 나를 두고 몇 번이고 차분히 무엇이 아쉽고, 왜 잘못 되었는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하고 방향을 잡아주었다. 다시 말하지만, 교수님을 만난 건 내 노력으로 된 일이 아닌, 그저 행운이라 생각한다.
발표 심사가 잡히고,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도 꽤 고통 받았다. 충분히 보완한 것 같은데, 발표를 하려고 보니 구멍이 계속 보였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영상을 찍어 주변 지인들에게 뿌렸다. 구멍을 찾아달라고, 이 사업을 모르는 사람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이상한 건 뭐든 말해달라고.
십수 명의 지인이 내 발표에 태클을 걸어줬다. ▲이미 지원사업을 합격한 대표부터 ▲영업 ▲변리사 ▲회계사 ▲은행원 ▲개발자 등 각 분야 전문가는 물론 ▲이 사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 ▲이 사업을 처음부터 들어왔던 사람 등 이들의 합리적인 비판을 모두 기록하며 다시 보완했다.
발표 당일, 발표를 마치고 Q&A를 하며 다행히 버벅댄 답변은 없었다. 조금 아쉬운 답변은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크게 후회는 없었다.
돌아오는 길, 멀미가 났다. 속이 울렁거리고 어지러웠다. 그동안 많은 발표를 해왔는데, 고작 3명 앞에서 한 발표에 이 정도로 긴장을 했다고? 내가 절박하긴 했구나 싶었다.

2025년 경기북부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기업으로 최종 선정됐다. 라프디가 정부 주도 창업지원사업에 대상자로 선택됐다.
메일을 받기 전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합격자를 검색하는 그 과정에서 혈관 속 혈액이 느껴졌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땀이났다. 합격자를 확인하고, 메일이 수신되고. 문자가 날라오는 이 상황이 마치 꿈만 같았다.
외근 중이었던 터라 팀원들과 떨어져 있었다. 그룹 통화를 연결했다. 합격했다고. 고맙다고. 정말 고맙다고. 날 믿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수차례 말했다.
교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앞으로 좋은 사업 꾸려가겠다고.
마포비즈니스센터 사무국장님께도 전화를 걸었다. 감사하다고. 정말 감사하다고.

창업지원사업은 여러 주관 기관이 있지만, 그중 K스타트업 플랫폼에서 지원하는 사업들이 있다. 그리고 이번 청창사가 내가 넣었던 딱 8번째 사업이었다. 7전 8기. K스타트업 기준 딱 7번 떨어지고, 8번째 붙었다.
나, 창업지원사업 합격했다.
마무리
창업지원사업에 합격했다고 해서 사업의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라프디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솔루션, 링크디로 사업을 지속한다. 자사몰에서도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술적으로 마케팅 성과를 측정하고, 운영 시간을 단축하며, 성공 확률을 높인다. 그리고 자사몰이 아닌 독립몰에서도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원금으로 서비스 기획자를 채용할 계획이다. B2B SaaS 기획 경험과 마케팅 경험이 있으면 좋겠다.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내가 믿는 동료들이 있으니, 나와 함께 아이디어를 논하고 이를 제품 로드맵에 녹여 정리할 수 있는 기획자가 필요하다. 대화해보고 싶은 분은 내게 메일을 주면 좋겠다.
- 오세용 라프디 대표(sy.oh@lafd.kr)
창업지원사업은 여전히 내게 높은 산이다. 온전히 내 능력치만으로 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게 찾아온 행운을 이번에는 놓치지 않았지만, 언제 다시 행운이 찾아올지는 모르겠다.
우당탕탕 창업 스토리에 함께해주는 많은 귀인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귀인은 나와 함께 라프디를 만드는 내 동료들 그리고 링크디를 사용해 주시는 고객님들. 그리고 내게 찾아와주신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전한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앞으로 펼쳐질 청창사 이야기가 참 기대되지만. 딱 이번 주말만 이 합격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
라프디를 뽑아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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