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랩스를 창업하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중 만회하기 어려운 실수가 있었는데 ‘상표권’이다. 상표권은 상품분류부터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 많았다. ‘나중에 문제 되면 바꾸면 되겠지’라며 안일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com’ 확보만 신경썼고, 유자랩스 닷컴을 확보하는 걸로 사명을 정했다. 그게 만회하기 어려운 실수의 시작이었다.

유자랩스는 2023년 4월 법인을 설립했는데 그 전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유자’라는 상표가 출원됐다. 아쉽게도 우리가 필요한 상품분류가 선점됐고, 변리사 사무소에 문의하니 언젠가 사명을 바꿔야 할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이 생겼다.

서비스명인 쇼핑파트너스는 ‘쇼핑’과 ‘파트너스’의 합성어인데, 두 단어가 변별력이 없어 상표권 등록이 어렵다고 했다. 우리가 필요한 상표권은 유자랩스와 쇼핑파트너스였는데, 두 가지 모두 상표권 등록이 어려웠다.

2023년에는 서비스를 바닥부터 만들며 많은 도전이 있었다.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기술적인 도전은 물론 법인체가 운영되기 위한 각종 계약이 이어졌다. 은행, PG, 유선전화, 4대보험 등 모든 계약이 유자랩스라는 이름으로 이뤄졌다. 틈틈이 뿌려둔 언론 홍보 역시 유자랩스와 쇼핑파트너스 키워드로 차곡차곡 쌓였다.

언젠가 다 바꿔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이렇게 쌓인 히스토리가 다 날아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다. 그럴거면 좀 더 빠르게 바꿔야 한다는 생각과 연초 여러 정부 과제에 지원하며 행정 처리가 많아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 사이 우리는 지속해서 변경할 사명과 서비스명을 고민했다. 변수명을 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사명이라니. 더욱이 상표권을 우선 진행하려니 어지간한 단어는 다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과연 유자랩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마지막까지 단 하나의 가치를 지킨다면 나는 뭘 지킬까. 우리를 설명하는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무엇일까. 어느날 깔깔대는 동료들을 보고 있자니 우리를 가장 잘 설명하는 건 ‘웃음(Laugh)’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대표로서 이 회사에서 꼭 지키고 싶은 것은 웃음이다.

웃음을 뜻하는 영어인 라프(Laugh)를 짧게 라프(LAF)라 줄여 썼다. 평소 많이 사용하는 웃음 이모티콘(:D)을 뒤에 붙였더니 어감이 부드러워졌다. 라프디(LAF:D). 그렇게 라프디라는 사명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한 가지 이니셜을 따서 솔루션을 시리즈로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웃음 이모티콘을 붙여서 모든 서비스를 ‘-디’로 만드는 아이디어. 이렇게 되면 디자인에 관한 걱정도 크게 덜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쇼핑파트너스는 어필리에이트 마케팅 솔루션인데, 어필리에이트는 어떻게 줄여도 의미 전달이 어려웠다.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렸지만 상표권 등록이 어려웠다. 결국 가장 직관적인 ‘링크’를 붙여 ‘링크디(LINK:D)’가 됐다.

상표권 출원을 진행하고 이어서 로고 디자인을 맡겼다. 시안을 받아서 고르는 것도 굉장한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고르고 골라서 꽤 마음에 드는 로고를 받았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었다.

사명, 정확히는 법인 상호명을 바꾸는 작업은 법인 등기부터 시작해 많은 행정 처리를 필요로 했다. 어차피 대리인을 보내봐야 한계가 있으니 대표자인 내가 다 진행하기로 했다. 법무사를 써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주소지를 옮기며 법인 등기를 해보니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아 내가 진행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소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난이도였다.

일단 법인 정관을 바꿔야 하니 정관을 다 프린트해 날인, 간인을 해야 했고 법인 설립때와 비슷한 작업이 필요했다. 보통 법인 인감 도장도 바꾼다는데, 이렇게 되니 바뀌지 않는 게 없었다. 은행, 4대보험, 통신사업자신고 변경, PG사 변경, 연구개발전담부서 변경, 포털사이트 변경, 명함 변경. 행정 처리가 끝이 없었다.

홈페이지와 서비스 도메인도 변경해야 했다. 그동안 유자랩스와 쇼핑파트너스 문구로 도배된 각 페이지를 다 변경해야 했으며, 서비스 가이드 캡쳐도 다시 따야 했다. 여기서 끝난줄 알았는데, 정작 내 짜증 게이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졌다.

우리는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기반으로 업무 환경을 꾸렸다. 구글 계정이 바뀌니 혹시 문제가 될까 싶었다. 그래서 SNS와 주변 지인들에게 물었는데 큰 이슈가 없을 거란 답변이었다. 구글 로그인은 이메일 계정 값도 있지만, 구글 내부에서 사용하는 키 값이 있을테니 합리적으로 처리해뒀겠지 싶었다. 문제는 서드파티 앱이었다.

문제가 된 건 슬랙과 허브스팟이었다. 이들은 구글 인증으로 회원가입과 로그인을 제공하는데 로그인 시 인증 키 값이 아닌 구글 이메일로 체크를 했다. 때문에 슬랙과 허브스팟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노코드 툴인 리툴은 전혀 문제가 없는 걸 보면 슬랙과 허브스팟이 아쉬운 로직 처리를 한 것으로 추측한다.

가장 짜증이 치밀어 올랐던 건 슬랙의 대응이다. 허브스팟이야 무료 버전으로 사용하니 어쩔 수 없다 해도, 슬랙은 사업 초기부터 유료 결제를 했던 서비스다. 슬랙의 대응은 처참했다. 시작부터 한글로 대화하고 싶으면 이메일로 하라며 빠르게 채팅을 종료하려 하더니만, 영어로 이어가겠다고 했더니만 몇 차례 가이드를 주더니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이메일 답을 기다리란다. 3시간이 넘도록 답이 오지 않았다. 다시 채팅을 요청하니 다른 직원이 받았고 앞서 이메일을 기다리라고 했으니 그걸 기다려야 한단다. 서비스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공감이 되지 않는 대응이었다. 게다가 다음날 아침 도착한 답변은 결국 구글 이메일을 원래대로 복구하라는 거였다. 결국 구글 이메일을 다시 복구하고, 슬랙에서 구글 인증을 풀고 이메일/패스워드 로그인으로 사용하는 걸로 마무리 했다.

법인 등기 준비부터 각종 행정처리,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서드파티 앱 그리고 우리 서비스 도메인 변경까지 꼬박 3주가 걸렸다. 정말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 ㅎㅎ

라프디 주식회사로 다시 시작한다. 서비스명은 링크디. 지난 1년 동안 쌓아둔 여러 데이터가 아쉽긴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차분히 달려 보련다! 앞으로는 라프디 창업기로 찾아 뵙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