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축구사 최초 메달 결정전. 3,4위전. 한일전. 역대 최강 대표팀. 많은 축구팬들이 금요일밤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그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할 이유다. 멕시코와 비겼고, 스위스를 이기며 기대를 하게 만들더니만 축구종가 영국을 누르며 축구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올림픽 대표팀. 브라질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며 아니, 마치 뛰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하기에 그만두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일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그리고 우리가 믿어야 할 너무나 당연한 선수를 몇가지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4강 진출. 대한민국 MVP 기성용

올림픽 4강.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상대들을 보자면, 멕시코(피파랭킹 18위), 스위스(23위), 가봉(피파랭킹 43위), 영국(단일팀), 브라질(피파랭킹 13위) 이다. 물론 이들의 랭킹은 사실 올림픽 대표(23세이하) 만의 랭킹은 아니지만 29위인 우리로써는 가봉을 제외한 모두 강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강팀들을 상대 하면서 우리 선수들은 상대팀보다 한발 더 뛰며 이를 악물었을 것이다. 사실 11명이 뛰는 스포츠 아니, 후보 선수와 스탭진까지 합쳐서 모두가 함께 뛰는 축구는 한명의 MVP를 꼽는게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까지의 최고로 돋보인 선수를 뽑자면 한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기성용. 우리 선수들이 이제는 유럽선수들과 싸울 정도의 체격을 키웠다곤 하지만 중앙수비수인 황석호의 키는 182cm, 놀라울 정도의 점프력을 보여주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182cm의 원톱 박주영. 상대적으로 몸싸움이 더욱 필요한 중앙 수비와 중앙 공격수가 힘에서 밀리다보니 누군가는 이것을 보완해주어야 했다. 그 역할을 기성용이 맡았다. 

187cm 75kg. 우락부락 근육질의 체형은 아니지만, 2010년 셀틱으로 이적한 뒤 상당히 거칠어졌다. 스위스전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마자 헤딩 경합에서 팔꿈치에 얼굴을 찍히더니 말 그대로 스위스의 중원을 씹어먹었다. 2002년 김남일 이후로 중원을 쓸어버릴 미드필더가 없었던 대표팀에 셀틱을 거쳐 이번 올림픽에서 주가가 급상승한 기성용은 대체 불가 자원이다.

또한 거칠게 중원을 지키는 기성용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바로 키핑력이다. 기성용은 어지간해서 공을 빼앗기지 않는다. 튼튼해진 몸으로 버티며 사방으로 뿌리는 패스는 패싱력으로 승부했던 과거의 그모습보다 더욱 발전했다. 여기에 자타공인 캐논슛까지 장착. 말그대로 중원의 사령관이다.

기성용이 중원을 지키면서 대한민국 축구팬들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한국 축구를 경험한다. 바로 점유율 축구다.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방을 압박하는 세계 최강 스페인의 축구는 모든 축구팬들의 로망이다. 사비, 알론소, 이니에스타를 중심으로 중원을 지배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상대팀으로 하여금 공을 잡지도 못하게 만들며, 반코트 경기를 한다. 이번 올림픽에서 대표팀은 기성용을 중심으로 박종우가 중원을 보조하고 양쪽 풀백 윤석영, 김창수가 오버래핑을 통해 서서히 조이기 시작하며 전방에서는 박주영이 중심을 잡고 김보경, 구자철, 남태희가 마음껏 휘젓는 4-2-3-1의 정석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이 지금까지도 잘 싸웠다고 만족 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도 목말랐던 원하는 축구를 본 것이다. 그 원하는 축구의 중심은 기성용이였고, 그래서 홍명보호의 MVP는 기성용이다.

한일전의 핵심은 기성용이 아니다.

지쳤다. 이것만으로도 기성용이 핵심이 아님을 말할 수 있다. 계속되는 강행군 속에서 대체 불가한 기성용은 계속 핵심을 맡아왔다. 누구보다 거칠게, 누구보다 더 많이 뛰었던 포지션의 선수가 누구보다 더 오래 뛴 것이다.

브라질전 후반전이 시작했지만 지고있던 경기를 뒤집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홍명보 선택은 결단을 한다. 한국영을 대신하여 기성용을 보조할 선수 정우영을 투입한다. 그리고 홍명보는 한일전의 핵심 선수가 되어야할 남자를 쉬게한다.

“설마 올림픽이 끝나고 귀국하기 전까지 한골도 못넣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만? 장난? 인터뷰를 하는 선수의 눈을 봤다면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절제된 눈빛으로 침착하게 말하는 이 선수에게 자신감이 느껴졌다.

세네갈과의 친선경기에서 3-0으로 승리하자 언론은 기성용과 이 선수를 찬양하는 기사를 쏟아내었고, 매 경기마다 풀타임 출전을 하며 팀을 4강에 올려 놓았다. 감히 대한민국 최고의 키핑력을 지닌 선수라 말하고 싶은 이 선수는 주장 구자철이다.

4-2-3-1 전술에서 3의 중앙에 위치하며 좌우의 선수와 스위칭 플레이가 가능하며, 전방의 공격수에게 양질의 패스를 뿌리며, 팀의 공격을 총 지휘하는 플레이메이커. 선수의 발앞에 붙여주는 정확한 패스, 찬스가 생겼을때 바로 쏠 수 있는 중거리슛, 그리고 전방의 선수들이 움직이며 공간을 만들동안 공을 소유할 수 있는 키핑력. 공격시에도 동료들의 수비전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수비가담. 이 모든것을 90분 내내 할 수 있는 체력. 물론 이 모든 능력을 세계 최고로 가진 선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8강전까지의 모습은 실력으로써 주장임을 증명하였다.

또한 브라질전 4-4-2 전술을 소화하기 위하여 기성용과 중원을 지키기도 하였다. 홍명보 감독은 기성용이 아닌 구자철을 중심으로 팀을 꾸릴 가능성이 크다. 벤치에서 0-3 패배를 지켜본 구자철은 일본전을 반드시 이기기 위한 필승카드로 홍명보 감독이 가장 믿을 만한 선수다.

지동원 박주영

김보경                                남태희

구자철 박종우

윤석영    김영권 황석호    오재석

정성룡

위의 포메이션이 한일전 예상되는 전술. 4-4-2 전술이다. 만약 이 전술로 경기를 시작하여 전반전 30분까지 두팀 모두 득점이 없다면 전반전 끝까지 위의 포메이션으로 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30분 이전에 실점을 한다면 지동원이나 김보경을 빼고 기성용을 투입 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원래의 4-2-3-1 포메이션 즉,

박주영

김보경(지동원)                남태희

구자철

기성용 박종우

윤석영    김영권 황석호 오재석

정성룡

위의 포메이션이 가동 될 것이다. 이 포메이션을 위해서 홍명보 감독은 구자철을 선택했다. 만일 기성용을 선택했다면 브라질전 구자철이 아닌 기성용을 교체시켰을 것이다. 또한 구자철과 함께 중원을 지킬 선수로 박종우를 선택하기 위해 올림픽 첫 출전 선수 정우영을 투입한다. 이 교체로 많은 팬들이 브라질전을 포기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 의아한 교체가 있었는데, 그것은 박주영의 교체다. 

어떤 팬들은 김현성 선수의 플레이를 비판하는데 필자는 김현성 선수의 플레이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187cm 지동원과 186cm 김현성을 앞세운 4-4-2 전술은 브라질을 전반 20여분 압도하였다. 탑클래스 하파엘과 현존 최고의 왼쪽 풀백으로 평가받는 마르셀루를 제압하기에 김보경과 남태희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한 홍명보 감독은 이들을 피해 김현성을 선택했다. 김현성은 발기술이 좋은 지동원을 극대화 하기 위하여 포스트 플레이를 펼쳤는데 그 결과 전반전 두차례의 지동원의 날카로운 슈팅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기성용과 구자철의 체력이 떨어진 전반 20분 부터는 이들에게 양질의 패스가 닿지 못하였고, 지동원과 김현성은 외롭게 싸웠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김현성을 빼고 박주영을 투입한다. 만약 일본전에서 박주영을 극대화 하려면 푹 쉬게 하는 편이 더 나았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을 넣었다. “포기하지마!” 라며 투입된 박주영은 눈에 띄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지만, 브라질 전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님을 증명한 홍명보 감독의 교체였다.

또한 홍명보 감독이 브라질 전을 포기한 것이 아님을 확실하게 하는 교체가 이루어지는데 바로 백성동의 투입이다. 지동원 선수를 쉬게 하는 것은 다음 경기를 위한 것이 맞다. 하지만 브라질 전을 포기했다면 백성동이 아닌 단 한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김기희를 투입했어야 했다. 동메달을 딴다 해도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한 김기희는 병역면제를 받지 못하는데, 마음편히 한일전 치루려면 김기희의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 좋았다.

또한 지동원보다 윤석영을 쉬게 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기성용, 구자철만큼 강행군을 하는 선수가 바로 윤석영이다. 황석호, 김영권도 풀타임이지만 윤석영의 포지션과는 다른 역할이다. 윤석영은 수비를 기본으로 오버래핑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우측의 김창수가 다치며 오재석이 투입되었지만 윤석영은 대체자가 없다. 때문에 한일전에도 풀타임을 뛰어야 하는 윤석영의 체력을 비축하고, 양쪽 풀백이 가능한 황석호가 임시로 왼쪽을 맡은 뒤 김기희가 중앙을 지켰다면 문제가 없었다. 

지금까지 홍명보 감독은 아주 잘해주었다. 자타공인 카리스마로 팀을 묶었고, 그 누구도 홍명보의 지배력에 토를 달지 않았다. 세네갈을 0-3으로 대파하며 올림픽의 기대는 급상승했다. 브라질전 후반이 시작되자 전반에 꽁꽁 묶였던 김보경, 남태희를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파고들게 하며 김보경은 페널티킥 유도를 (선언… 되야 했다.) 남태희는 기성용존에서의 프리킥을 만들어 내었다. 하파엘과 마르셀루를 피하면서 만드는 찬스. 이를 지휘한 홍명보 감독의 판단력에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아쉬움을 보여주는 백성동의 투입과 김현성의 교체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지금까지의 공로를 박수를 받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한일전에서 진다면… 차라리 8강전에서 진 편이 나을뻔 했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더욱이 다음주는 광복절이 기다리고 있다.

홍명보의 선택은 구자철이다. 구자철과 박종우가 전반전을 잘 버텨주고 지동원과 박주영이 1,2 골 정도를 만들어 준다면 후반전 기성용이 투입되며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거라 예상된다. 또한 김기희의 투입도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김기희의 투입은 기성용의 투입이 선행되어야 한다.

처음으로 올림픽 축구를 웃으면서 보고있다. 구자철의 폭발을 기대하며, 내일 밤. 대한민국을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