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강.

2002년도 이후 무섭게 발전한 대한민국 축구는 이제 아시아의 강대국을 넘어, 세계 축구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이제는 어설프게 따라하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적인 클럽들이 탐내는 선수들을 보유한 국가가 되었다.
언론에서 입이 닳도록 이야기 하는 대표팀의 key. 기성용, 그리고 주장 구자철이 버티는 중원은 마지막 평가전 상대인 세네갈을 씹어먹었고,  다소 부진했지만 스위스전 화려하게 부활포를 쏘았던 김보경. 지동원을 밀어내고 주전을 꿰찬 남태희. 눈에 띄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선수라고 평가했던 박종우(박종우 칼럼) 까지 그야말로 미드필더진은 마치 성인대표팀을 보는듯 하다.
홍정호가 부상으로 낙마하며 불안한 포백라인을 고심하던 올림픽대표팀은 부산의 주장 김창수와 대한민국 NO.1 골키퍼 정성룡을 와일드카드로 데려오며 불안감을 최소화 하였다. 특히, 김창수는 3명의 와일드 카드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카드로 생각되는데, 올림픽 참가로 주가가 폭등한 김창수는 성인 대표팀에서도 올림픽을 통해 김창수가 검증된 것을 반길 것이다.
하지만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붙기엔 조금 모자란 면이 있다. 불안감을 최소화 하긴 했지만 여전히 센터백은 불안하다. 박종우와 로테이션으로 출전하리라 생각했던 한국영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박종우와 기성용은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다. 여기에 성인대표팀과 마찬가지로 ‘골 결정력’ 본선 3경기에서 고작 2골. 물론 브라질처럼 3경기 9골을 바라는건 아니다. 꼭 골을 많이 넣는다고 잘하는건 아니다. 하지만, 넣어야 하는 상황에 넣지 못하는 것은 분명 큰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부족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이유를 이제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 치명적인 이유는 앞으로도 큰 기대가 된다.
홍명보호. 선장의 중요성
축구에서 리더를 지칭하는 단어로는 주장, 정신적 지주, 중원의 사령관 등 멋있는 단어가 참 많다. 현재 올림픽 대표팀 주장은 구자철. 정신적 지주는 박주영. 중원의 사령관은 기성용이다. 
하지만 이들이 가질 수 없는 고유 권한은 선장 홍명보가 가지고 있다. 바로 스타팅 멤버를 정하고 교체선수를 투입하는 것이다. 오늘 새벽 조 최약체 가봉과의 결투에서 우리는 0-0으로 비겼다. 보는내내 답답하고, 어서 한골을 넣었으면 했지만 무표정의 홍명보 감독은 아마도 다른 생각을 했으리라 예상된다.

우리가 모두의 목표인 금메달을 따기 위해서 앞으로 남은 경기는 8강, 준결승, 결승. 총 3경기. 현재 3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은  골키퍼 정성룡, 센터백 황석호, 김영권. 상대적으로 체력적인 소모가 덜한 두 포지션은 괜찮다. 하지만 문제는 양쪽 풀백 윤석영과, 김창수. 전 포지션을 통틀어도 현대 축구에서 측면 수비수는 엄청난 체력이 소모된다. 더불어 현재 윤석영과 김창수는 아주 잘해주고 있다. 말 그대로 대체 불가다. 매 경기 오른쪽을 지배하는 김창수. 양질의 크로스를 계속해서 공급하는 윤석영은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될 공격루트다.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이들의 체력적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기성용과 구자철. 성인 대표팀에서도 핵심인 이 동갑내기는 한명은 키플레이어, 한명은 주장으로써 팀을 리드하고 있다. 트위터에서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지’ 라는 발언을 하는 철없던 선수는 스위스전에서 맞아서 부어 오른 얼굴을 가리키며 ‘맞아도 또 뛰겠다’는 말을 하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설마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한골도 못넣을 거라는 생각은 한해요.’ 라며 주장으로써의 출사표를 던지는 선수. 이들의 정신력은 이미 금메달이지만 아무리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해도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다.

죽기 살기로 뛰고, 훌륭한 정신력으로 무장된 선수들. 이미 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제 홍명보 감독은 최고의 선수들로 어떤 조합을 만들어야 할까? 이들의 체력적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제 만나는 정상급 국가들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은 오늘 새벽.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보인다.

백성동의 선발 출장.

한국의 마라도나로 불리며 화려한 청소년 시기를 보낸 백성동. 하지만 가봉전 어림잡아도 3개 이상의 골찬스를 날려버린 그는 누가봐도 부족했다. 전반전이 끝나고 분명히 홍명보 감독이 백성동 교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박종우’의 교체였다.

박종우를 교체한다는 것. 그저 기성용을 찬양하는 이들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테지만 이것은 홍명보 감독의 엄청난 포부를 대변한다.

‘분명히 지면 탈락한다.’ 지면 무조건 탈락. 그것이 어제 경기에 임하는 자세였을 것이다. 무조건 지면 안된다. 무조건 지면 안되는 상황에서 탄탄했던 중원을 바꾼다? 이것은 이미 8강을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박종우를 교체한다는 것. 박종우를 다음 경기를 위해 아낀다는 것이다. 이미 작은 부상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 박종우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분명 체력적으로도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백성동의 선발출장을 욕하던 전반전이 부끄러워졌다. 홍명보 감독도 분명히 알고 있다. 남태희가 백성동보다 낫다는 것을. 하지만 남태희만으로 영국을, 브라질을 이길 수 없다. 또 다른 카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은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전반전에 1골을 먹혔더라면 분명 백성동을 빼고 남태희를 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봉은 공격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몇번의 위협적인 장면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실점하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또 다시 교체를 감행한다. 결국 김보경에 박주영까지 빼고 지동원과 김현성까지 넣는다.

후반시작하고 바로 골을 넣어야 지동원과 김현성도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홍명보 감독은 머릿속으로 이미 영국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경기는 0-0으로 비겼고 우리는 8강에 진출했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은 백성동, 지동원, 김현성에게 분명히 기회가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줬고, 박종우, 박주영, 김보경, 남태희의 체력을 비축하였다.

이는 표면적으로 이미 정해져버린 스타팅 멤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보여주며, 선수들을 더욱 분발하게 만든다. 또한, 지쳐있던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며 남은 경기를 좀 더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후보선수들의 컨디션 상승은 곧바로 전력 상승을 가져온다. 기존의 주전 선수들은 자신이 없어도 똑같이 뛸 선수가 있다는 사실에 힘들어도 한걸음 더 뛰고 체력을 더 짜낼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팀 전체가 더 강해지게 된 것이다.

백성동의 선발출장은 결코 8강 진출에 만족할 수 없다는 홍명보 감독의 의지를 볼 수 있는 행동이며, 그저 무표정만 짓는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백성동이 많은 실수를 하며 어려운 경기를 풀어갔지만, 홍명보 감독은 그것까지 생각하고 백성동이 실수를 할 수 있는 여유를 준 것이다. 

보는 것과 직접 뛰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최약체 가봉이 마지막 상대로 결정되며 홍명보 감독은 홀로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상대가 누구던지 홍명보호는 8강에 올라왔고, 이미 지난 경기는 지난 것이다. 백성동, 지동원, 김현성은 뛰었고, 박종우, 김보경, 남태희, 박주영은 쉬었다. 

자타공인 카리스마를 지녔으며,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장본인. 여기에 한걸음 더 앞서는 지략까지.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 대표가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마지막 이유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