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블랙 ★★★★☆

블랙
감독 산제이 릴라 반살리 (2005 / 인도)
출연 아미타브 밧찬,라니 무커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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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바보같이 혼자 집에서 울었다. 그것도 대낮에… 강력추천을 받은 영화 블랙을 보면서 말이다. 사실 강력 추천을 받았을 뿐, 내용이 어떤지는 전혀 모른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화 시작부터 헬렌켈러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는 문구를 보고 대략적인 스토리가 파악되었다.

분명 헬렌켈러와 설리번 선생의 이야기리라.

맞다. 극중 주인공인 미셸은 헬렌켈러를 연상시키는 인물이고 또한 사하히 선생 또한 설리번 선생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랴. 뻔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스토리 라인과 영상. 배우들의 열연. 이쯤 되면 그런 것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짐승녀 미셸

눈은 뒤집히고, 밥은 손으로 먹고, 어른의 뺨을 때리고, 괴성을 지른다. 교양이라곤 찾아 볼 수 없는 말그대로 짐승녀다. 사실 난 장애가 있거나 평범한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TV 프로그램 중 ‘인간극장’ 이나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같은 약간은 우울한 프로그램 또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게 장애가 있는 미셸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다. 그들 또한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 축복받은 인간이라는 것. 하지만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단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었다. 그런 미셸에게 ‘마법사’ 사하히 선생이 고용되었고 사하히 선생의 행동 하나하나가 보여지면서 난 조금씩 미셸의 편이 되어갔다.

미셸의 아버지는 미셸에게 고양이 방울을 달아놓았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미셸. 덕분에 말하지도 못한다. 이런 미셸이 넓은 저택에서 사라지면 찾을 수가 없었기에 짐승처럼 방울을 달아놓은 것이다.

방울을 떼어버리며 미셸의 아버지에게 방울을 돌려주는 사하히 선생을 보며 ‘아! 이 선생은 뭔가 다르겠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들었다.

네 세상은 다르다. 그걸 자랑스럽게 여겨라!

사하히 선생은 미셸의 아버지에게 무례하게 굴었고 미셸의 아버지는 사하히 선생을 해고한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사하히 선생이 아니였다. 미셸의 아버지는 사하히 선생을 해고시킨 뒤 20일간 출장을 떠났고, 사하히 선생은 미셸의 어머니를 설득시켜 20일간 미셸과의 단둘이 교육을 시작한다.

교육을 시작한 첫날 사하히 선생은 미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젠 어둠에서 나와!’, ‘넌 다르다. 그걸 자랑스럽게 여겨라!’

사하히 선생은 미셸을 교육시킨다. 하지만 어둠에서 수년간 살아온 미셸을 빛으로 끌어오기엔 20일은 너무 짧았다. 약속한 20일이 지났지만 미셸은 여전히 어둠속에 있었고, 결국 미셸의 아버지가 도착했다. 사하히 선생은 다시한번 해고당하고 포기하려 한다.

하지만 그순간 또 다시 손으로 음식을 먹는 미셸을 발견하곤 스푼으로 먹어야 한다고 소리친다. 화가난 미셸은 사하히 선생에게 물을 뿌리고 역시 화가난 사하히 선생은 미셸을 분수대에 빠뜨린다. 미셸은 물을 무서워 했다.

미셸을 분수대에 빠뜨린 후 이게 워터다! 이게 물이란 말이다! 워터! 워터! 를 외치며 반쯤 포기한 사하히 선생이였지만 그순간 미셸은 깨닫는다.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뜻이 있다는 것을. 드디어 빛으로 나온 것이다.

사하히 선생은 기쁨에 넘쳐 미셸의 어머니를 부르고 미셸에게 ‘마더’라는 단어를 알려준다. 그리고 미셸은 소리치며 말한다.

“마!..~”

미셸의 어머니는 그동안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자신을 알았다는 그 행복감에 눈물을 흘리며 미셸을 꼭 안는다. 역시 아버지에게 “파!..~” 라고 부르며 미셸의 가족에겐 드디어 ‘행복’ 이라는 단어가 생긴다.

사하히 선생의 마법이 드디어 통한 것이다.

화면의 모든 배우는 눈물을 흘린다. 아울러 모든 관객들도.

대학생 미셸

빛으로 나온 미셸에겐 꿈이 생겼다. 바로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졸업장을 따는것. 그게 바로 미셸의 꿈이였다. 그리고 사하히 선생의 꿈이였다.

사하히 선생의 노력으로 미셸은 대학에서 면접을 보게 되고 거기서 이런 질문을 받는다.

“당신에게 지식이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미셸은 이런 대답을 한다.
 
“지식은 전부입니다. 지식은 정신이고 지혜, 용기, 빛, 소리에요. 성경이자 하느님이고 나의… 선생님입니다!!”

미셸은 드디어 자신과 사하히 선생의 꿈에 한걸음 다가갔다.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여자 미셸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미셸. 그녀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셸에겐 여동생이 있었는데, 그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된다. 상견례 자리에서 미셸의 여동생 사라는 미셸에게 그동안 못되게 한 행동들에 대해 사과하지만 미셸은 그 행동들에 대해 격분한다. 하지만 미셸은 자신의 사랑하는 동생 사라를 용서한다.

미셸은 사라의 들러리가 되고 결혼식 현장을 사하히 선생에게 수화로 들은 후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그녀에게 ‘사랑’ 이란 단어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지만 미셸은 여자였다. 그것도 결혼 적령기를 넘긴 여자였다. 게다가 여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하니 미셸은 엄청난 괴로움에 빠진다. 그녀에게 있어 남자는 오직 아버지와 사하히 선생이였고 결국 그 화살이 사하히 선생에게 향하게 된다.

미셸은 사하히 선생에게 찾아가 괴롭다 말하며 키스를 하달라고 한다.

난 이 부분이 가장 가슴아팠다.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또한 눈앞의 것만 보지 않는가.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우리 또한 진실을 듣지 못할 때가 많지 않은가.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나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도 가슴아픈 일이다. 미셸은 아마 자신의 정체성에 환멸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쉽게 말해 ‘내가 살아서 뭐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이런 미셸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사람 사하히 선생이였다.

사하히 선생은 결국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며 미셸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빛에 머물수 있게 해준다. 미셸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행복이란?

영화 끝부분에서 미셸과 사하히 선생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행복감이 얼굴에 전부 표현된다. 더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 모습. 나는 과연 그런 행복을 느껴본적이 있을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이는 진정한 성공 그 윗 단계가 아닐까 싶다. 부와 명예를 가져도 행복이 없다면… 난 차라리 부와 명예를 포기한채 행복을 선택하리라.

미셸에게 있어 전부는 사하히 선생이였고 사하히 선생 역시 그랬다. 나 또한 그녀가 전부일까? 아직 전부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전부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말이다.

한 소녀가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는 이영화. 나 또한 지금 빛에 있다고 하지 못하겠다. 내가 빛으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Dragon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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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