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 읽게 된 동기 ]


 

5년 전 겨울에 받았던 책. 정말 오랫동안 읽으려고 했던 책.

 

[ 한줄평 ]


 

내 ‘현재’ 를 볼 수 있게 해준 책.

 

[ 서평 ]


 

어쩌다 보니 에세이를 또 꺼내 들었다.

라디오 작가가 엮은 소소한 이야기들.

 

나는 목적이 없는 만남과 대화를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때문에 늘 보던 사람과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술을 위한 술자리, 그냥 시간 때우려 불러낸 사람. 이런 시간들은 정말 아깝다. 무언가를 하며 시간을 보내야지 그저 시간을 죽이는 것은 아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언제부터 늘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걸까?

 

 

내일. 좀 더. 나중에.

 

세용아 너는 뭔가를 더 요구하는 아이는 아니었어.

 

언젠가 어머니께 여쭈었다. 내 어린시절은 어땠느냐고.

나는 어떤걸 하고 싶어했느냐고.

 

나는 착한 아이었다고 한다.

애기때는 잘 안먹고, 잘 안자는 매우 까탈스러운 아이었다고 하지만

조금 자란 뒤로는 주는 옷을 입고, 주는 것을 먹고, 시키는 일을 했다고 한다.

 

정말 그런것이, 나는 어린시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이는 내 생각에 의해 움직이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를 갔다 집에 돌아와 숙제를 하고 자는 착한 아이.

축구를 좋아했지만, 비가오면 감기가 걸린다는 말에 나가지 않았고.

저녁 7시 통금이 있는 초딩이었다.

 

바른 청년으로 키우고자 하는 어머니의 꿈 때문이었을까?

일탈 한 번 없이 학창시절을 마친 나는 스스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청소년으로 자랐다.

잦은 이사 덕분에 유년기의 친구는 모두 잃었고, 또래집단이 형성된 뒤의 청소년기엔 단짝 친구를 찾지 못했다.

내색하지 않았지만, 사실 나는 늘 불만이었다. 언제나 주목받지 못했고, 주눅들었다.

그렇게 나는 늘 ‘현재’ 에 살지 못했다.

 

내 자아가 깨어난건 군복학 후인 대학교 3학년. 23살.

정말이야? 정말 내가 노력하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는거야?

늘 들어왔었을 말임에도, 부모가 주는 선생님이 주는 정보는 재미없었기에

스스로가 찾은 도서관의 자기계발서에서 나는 뭔가 가능성을 찾았다.

뭔가 성장한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스펙타클한 이야기를 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그렇게 나는 “현재” 를 떠나 내일로 뛰었다.

 

 

뻗으면 잡히는 무언가

 

신기했다.

원하는 것이 착착 이뤄졌다.

 

강하게 주장하는 내 모습을 보이니 내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할 수 있다 마음먹으니 작은 성과들을 쥐었다.

그 모습을 보곤 내 이야기에 함께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날 칭찬하고, 존중하는 친구들이 생겼다.

 

난 그들이, 그리고 그런 내게 좋았다.

더 좋아지고 싶었다.

그들이 좀 더 날 좋아했으면 했다.

더 좋아지고 싶었다.

그런 내가 더 좋아졌으면 했다.

 

내가 노력 할수록 무언가가 잡혔다.

너가 짱이야.

형은 대단해요.

오빠는 될 놈인가봐요.

세용이가 한 건 할 것 같아.

 

내 인생에 대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이며,

앞으로는 내 세상이 될 것만 같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다.

 

 

막히는 고속도로, 재탐색하는 네비게이션, 보채는 뒷자석의 친구들과 휴게소를 찾는 나.

 

고작 6년

내 인생의 1/3도 되지 않는 이 시간동안 나는 너무도 많은걸 얻은걸까?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건 아닐까? 안 그래도 힘든 길, 과연 내가 이 바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내겐, 재능 따윈 없었던 게 아닐까?

 

속도가 나기에 엑셀을 밟았다. 사실 네비게이션에서 눈을 뗀지 오래다.

네비게이션이 재탐색을 한다. 근데, 네비게이션이 맞았던 적이 있던가?

뒷자리의 친구들이 아우성이다. 내가 어디가는줄 알고 탔냐?

여기까지 왔는데, 휴게소 음식은 먹어야 하지 않겠냐? 뭐든… 말이야.

 

친구는 말했다.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헉헉대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선배를 보니 5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건너편 과장님을 보니 1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저 멀리 부장님을 보니 2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갑자기 두려웠단다.

 

밟아보니 잘~ 나가네? 했더니, 주위의 벤츠만큼은 아니었다.

따라잡아보자며 열심히 밟았더니, 병목 구간에선 벤츠도 못달리더라.

목적지를 잃은 고속도로 위 자동차에겐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더라.

나 분명 어딘가 가고 있었는데…

나 분명 잘 달린다고 했는데…

아, 근데 기름이 얼마나 남았더라?

 

 

괜찮은게 뭘까?

 

“괜찮아~ 세용아! 괜찮아.”

 

스무살. 파릇파릇한 시기의 내게 성당에서는 교리교사라는 역할을. 그리고 꽤나 재미난 기획을 맡겼다.

200여명의 중고등부 학생들이 참여하는 미사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이었는데, 아 글쎄 전날 밤 가장 중요한 것을 내게 준비하지 않았다.

너무 당황스러워 책임자에게 말했더니만 내게 ‘괜찮다’ 를 연발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다.

 

“아직 시간 충분해~ 세용이가 다 준비 할거야. 할 수 있지?”

“네, 선생님”

 

묘한 기분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걸 보면 대단한 사건이었다.

그 뒤로 나는 내가 윗사람의 입장이 될때면 늘 ‘괜찮다’ 를 기억하려 한다.

그래, 괜찮다. 괜찮다니까?

 

언제부터인지 잘 모르겠다.

작년부터인지, 아니면 재작년인지…

갈피를 잃고 방황을 하는 스스로가 심히도 당황스럽다.

 

“요즘 힘드시죠?” 이 질문에 “아니요? 하나도 안 힘든데요? 요즘 완전 좋아 행복해 죽겠는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시기가 과연 있긴 한 걸까?

 

사실 나는 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며 살아왔다.

그저 다들 그렇게 하는데 뭐. 나는 싫지만, 어쩌겠어.

그저 나는 무슨 ‘낙’ 으로 사나~ 하는 늙은 생각 뿐.

 

하지만, 힘차게 달려봤다는 그 행위만으로

스스로가 살아있음을 느껴봤다는 그 하나만으로.

다시 그러고 싶다고. 나는 달리고 싶다고.

달리러 간다고 그게 나라고.

 

실망하면 어떡하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렇게 주저주저. 여러 번의 실망, 여러 번의 상처, 여러 번의 실패. 그 사이 어느덧 나는 겁쟁이로 변해 있었다. 설렘보단, 두근거림보단,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겁쟁이로.

 

설레고 두근거렸다. 나는 달리고 싶었다.

사실, 종착지는 중요치 않았다.

달리는 스스로의 모습이 좋았다. 다들 내 달리는 모습을 좋아했고, 나도 좋아했다.

 

근데, 어디서 달려야 하는걸까?

나는 어디서 달리게 만들어졌을까?

나는 어디서 달리면 좋을까?

나는 어디서 달리고 싶을까?

나는 어디서 달릴…까?

 

근데… 어디든 괜찮지 않을까?

괜찮지 않을까?

괜찮을까?

 

 

그냥. 

 

그냥. 사는 것도 괜찮을까?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게 어려워서는 아니다.

영영 지금으로 돌아오지 못할까 두려워서다.

 

현재를 즐긴다는건 어떤 기분일까?

어제도 생각나지 않고, 내일도 기대하지 않는.

현재가 너무 좋아서

현재가 좋아서

그냥

 

도대체 그걸 왜 하는 건데? 그냥 내가 할 수 있으니까.

 

그냥 일어나서

그냥 밥 먹고

그냥 있다가

그냥 자는

 

그런 삶도 괜찮을까?

그런 삶도 그냥 괜찮을까?

괜찮지 않을까?

왜냐면

 

그냥.

그것도 나니까.

 

 

어른?

 

어른이 목표였던 적은 없다.

어른스럽고 싶었던 적은 있지만,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다.

 

이 책을 선물한 친구가 왜 이걸 선물했는지를 잊어버렸단다.

어쩌다보니 나도 왜 이 책을 읽었는지 모르게 되었다.

근데 뭐, 좋았다.

그냥 좋았다.

괜찮았다.

 

두 달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유명한 멋진 관광지들도 숱하게 보았지만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에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그 마을이었다. 기차를 잘못 타지 않았다면 길을 헤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마을.

 

조심스럽게 적어둔다.

조금은 현재에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다.

내 모습이 어떨지 모르겠다.

내 모습을 모르겠다.

 

근데 뭐 어때.

벤츠도 기름을 넣을땐 시동을 끄는걸.

잠을 자기에 일어나는걸.

망각하기에 새로 배우는걸.

 

이런 내가 있었기에

현재 내가 있는걸.

 

 

[ 인상 깊은 문구 ]


 

  • 그가 계속해서 소설을 쓰는 이유는 재능이 없는 자도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보고 싶어서라고. 조금 부럽단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아무리 천천히 가도 놓치는 것들이 있을 수밖에 없대.
  •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건 아닐까? 안 그래도 힘든 길, 과연 내가 이 바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내겐, 재능 따윈 없었던 게 아닐까?
  • 아니 어쩌면 그동안의 나는 외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혼자라는 외로움을.
  •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 “요즘 힘드시죠?” 이 질문에 “아니요? 하나도 안 힘든데요? 요즘 완전 좋아 행복해 죽겠는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이렇게 대답할 수 있는 시기가 과연 있긴 한 걸까?
  • 혹시 내가 누군가의 마음도 누군가의 배려도 누군가의 호의도 그렇게 넙죽 넙죽. 그러곤 나 몰라라. ‘공짜라며? 내가 언제 달랬니? 네가 그냥 준거잖아.’ 그러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
  • 아이를 낳는다고 없던 모성애가 어느날 갑자기 막 생기고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하루 종일 아이만 보고 있으니까. 오로지 내 관심이 아이에게만 집중되니까. 결국 그 아이가 특별해 보이고 예뻐 보이고 그렇게 되는 거 같긴 해.
  • 난 이제 더 이상 하고 싶은 게 없다. 꿈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욕도 없고. 그저 지금 정도의 삶만을 유지하면서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으로 늙어가고 있는 거지. – 어느 노교수
  • 친구는 말했다. 그날 또한 평소와 다름없이 사무실에서 헉헉대며 일을 하고 있었는데 맞은편에 앉은 선배를 보니 5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건너편 과장님을 보니 1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저 멀리 부장님을 보니 20년 후 나는 저렇게 살고 있을까? 갑자기 두려웠단다.
  • 두 달 동안 유럽 여러 나라를 돌며 유명한 멋진 관광지들도 숱하게 보았지만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에도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그 마을이었다. 기차를 잘못 타지 않았다면 길을 헤매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었던 마을.
  • 저 아저씨가 키쿠야, 듣는 가게를 시작한 이유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
  • 당신은 왜 늘 계획을 세우라고 하지? 왜 항상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하지?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 나는 저렇게 되진 말아야지, 저렇게 살진 말아야지. 결코 닮고 싶지 않았던 모습들. 그런 사람들을 닮아가지 않는다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인 것만 같아서.
  • 실망하면 어떡하지. 상처받으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그렇게 주저주저. 여러 번의 실망, 여러 번의 상처, 여러 번의 실패. 그 사이 어느덧 나는 겁쟁이로 변해 있었다. 설렘보단, 두근거림보단, 언제나 걱정이 앞서는 겁쟁이로.
  • 내 힘으론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 그 일들 앞에서 답답해하고 화를 내다 좌절하는 일도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어차피 안 되는 일 괜히 힘 빼지 말자.
  • 도대체 그걸 왜 하는 건데? 그냥 내가 할 수 있으니까.
  • 선배는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뭐든지 혼자, 알아서, 잘 해내는 선배는 주변의 도움은 전혀 필요 없어 보였고 ‘내가 안 해도 선배가 알아서 잘할 텐데 뭐.’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까지 갖게 하는,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점점 무능하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느낌.
  • 초초재하지 마라. 무언가 열심히 매일매일 쓰고 있는 사람은 초조해할 여유가 없다.
  • 인도 신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남편을 잃은 여자가 계속 괴로워하고 슬퍼하자 신이 이를 가엾게 여겨 마음을 달래줄 방법을 찾다 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 좋은 감독은 모든 신을 잘 찍는 감독이 아니라 신과 신 사이를 잘 찍는 감독이다.
  • 그런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무리 술을 마셔봐도 아무리 운동을 해봐도 아무리 맛있는 음식으로 나를 달래봐도 도무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기운이 나지 않는. 도저히 안 아픈 척, 안 힘든 척, 다 괜찮은 척, 할 수 없는 그런 순간.
  • 자기 보물을 어디에 숨겼는지 잊어버리는 노인은 없다.
  • 돌아 돌아 천천히 천천히.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이 답답해오고 불안해오더라도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그것이 청춘 티켓의 법칙.
  • 한쪽이 행복할 때는 유대감이 형성될 수 없어. 인간은 결국 서로의 불행을 털어놓으며 정을 쌓아가는 동물이거든.
  • 네가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하는 건 그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어서는 아니잖니?
  • 웃기는 영화를 보면 그냥 웃으면 된다. 슬픈 드라마를 보면 그냥 슬퍼하면 된다. 좋은 책, 좋은 음악을 만나면 그냥 그대로 즐기면 된다.
  • 누군가를 떠올리면 자꾸 조바심이 나고 애가 타고 걱정이 된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나는 그때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된 거다.
  • 그건 아마 난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란 처음의 마음이 후배에게서도 희미해져 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테니까.
  • 마음속에 비밀이란 것이 생기면 세상의 명도가 한 단계 낮아진다.
  • 그렇게 힘듦에도 반드시 내 손에 넣고 싶은, 갖고 싶은, 이루고 싶은, 적어도 나에게만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그 무언가가 세상엔 분명 존재하니까.
  • 현실로 이뤄지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상이란 게 도대체 어떤 건지 궁금하군요.
  • 용감한 영웅을 그릴 때 주인공의 마음에 약점이 크면 클수록 그 용기가 크게 표현되죠. 처음부터 강한 사람은 어디까지나 강자일 뿐. 용감한 자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인생은 두루마리 휴지 같은 거야. 처음엔 이걸 다 언제 쓰나 싶지만 중간을 넘어가면 언제 이렇게 줄었나 싶게 빨리 지나가지.
Share:
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