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언어의 온도 ★★★☆☆

[ 읽게 된 동기 ]


 

2016년 말 받았던 정말 오랜만의 책 선물. 방향을 잃은 지금 새로움을 위해 집어든 책.

 

[ 한줄평 ]


 

출근길 만원 지하철 안에서 읽은 소소한 이야기.

 

[ 서평 ]


 

에세이를 읽은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읽은 책들은 주로 ‘경영’ 서적이나, ‘IT’ 서적.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 등 명확한 주제가 있는 책들이었다. 즉, 나는 그 주제에 대한 작가의 주장이나 간결한 정리를 얻고자 책을 읽었다.

내 독서에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편이다.

 

작년 이맘때쯤이었을까?

현실의 벽과 불확실함에 짓눌려 ‘명확함’ 이라는 것을 만나지 못했다. 무려… 그때부터 지금까지 말이다.

대학교 3학년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늘 무언가를 향했다. 목적이 있었다. 취업, 졸업, 일 하는 사원, 대리, 일 잘하는 대리. 늘 무언가를 갈구했고, 그를 위한 계획을 세웠다. 목적을 위한 계획 말이다.

 

지금도 이루고자 하는 몇몇 욕심과 그에 따른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때론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에 힘을 잃고 만다. 내가 짜놓은 판에서 내가 의문을 갖기 시작할 때, 내 모든 행위가 무의미해지는 것을 느낄 때, 내가 누구였는지 잊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프로젝트의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 내 가족들과 소중한 커뮤니티.

분명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면서도, 나는 꽤 외로움을 느끼는 편이다.

 

내 행동에는 늘 목적을 위한 이유가 있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화를 했다. 그리고 이 행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명확한 목표가 있고, 이에 그들도 공감하기에 당연히 같은 생각을 하는 줄 알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타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곤, 언젠가부터 나는 마음을 닫아버렸던 것 같다.

 

아침에 출근해 컵밥을 후다닥 먹고, 점심에 운동을 하고와 빵을 후다닥 먹고, 저녁은 늘 혼밥.

일터에서 일을 위한 대화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정작 나는 누구인지, 나를 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온갖 에너지를 빨려, 그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가 없었다.

 

퇴사 후 지난 1년 8개월간 내게 그냥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동시대의 다른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내 이야기

 

중요한 시기다.

언젠가부터 내 회사에서 한 사람의 일꾼으로 성장했고, 충분히 내 몫을 해냈다. 하지만 내 목표는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부품이 아니었다.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고, 내 이야기를 만들고자 회사를 나왔다.

내 행위에 강한 목적성이 심어지는 순간이었다.

 

이곳에 있는 석물은 수백 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이야. 참, 이런 탑을 만들 땐 묘한 틈을 줘야해.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내가 짓는 탑은 그저 하늘을 향하는 목적이었을까?

비바람이 불면 잠시 멈췄어야 했는데, 그저 하늘로 탑을 쌓아 올렸던 걸까?

몇 층 쌓아올린 뒤 발견한 기반의 금을 나는 그냥 무시해버렸던걸까?

 

내 이야기를 만들고자 했던 나는,

내 이야기를 어떻게 쓰고 싶었던 걸까?

 

타이어의 마모 상태에 따라 고객의 운전 습관이나 성향을 미루어 짐작하곤 해요. 원래 타이어의 정식 명칭은 러버 휠 이었다고 해요. 고무바퀴라는 뜻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들 ‘타이어’ 라고 불러요. 왜일까요. 자동차 부품 중 가장 피곤한게 타이어라는 거죠.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내가 가장 중요시 여겨야 할 것은 무엇이고,

훗날 지금을 되돌아보았을 때 중요했더라고 여길 것은 무엇일까?

 

시시콜콜, 그냥… 그랬다구.

 

매달 있는 커뮤니티의 이벤트와 굵직한 프로젝트의 오픈일정, 예고 없이 찾아오는 개인사와 선택의 시점.

이젠 몸이 아프면 내가 맡은 일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고, 현재보다 미래를 걱정하게 되고, 그 누구도 넘기지 않았던 스스로의 무거운 책임감으로 인해 이러지도 못하게 된 나.

 

내가 이 말을 하게 되면 저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

지금 내가 이렇게 하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에이 그래도 내가 참아야 하겠지?

 

프로처럼 처리해야 하는 일을 아마추어처럼 하면 욕을 먹기 쉽고, 아마추어처럼 즐겨야 하는 일에 프로처럼 목숨을 걸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야 한단다.

누가 있으면 그 말을 하면 안되고, 얘가 있으면 이 말을 하면 안되고,

내 역할의 사람은 이렇게 행동해야 하고, 이 위치라면 이정도는 해줘야 하고.

남자 서른에 이정도는 가져야 하고, 은퇴를 위해선 이런 준비가 필요하고.

 

그냥, 내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그냥, 내가 누군지 몰라도

그냥, 있을 순 없을까?

 

다시 오늘로

 

인상 깊은 문구를 많이 적진 않았지만, 두껍지 않은 이 책에서 꽤나 묘한 느낌을 느꼈다.

몇 해간 내가 읽던 책과 굉장히 다른 책. 작가는 이 책을 왜 쓴걸까? 독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길 원했을까?

혹, 아무 생각 안하길 원한건 아닐까?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몇 주간 쌓인 피로를 오랜만에 털어냈다.

14시간을 자고 일어나 이 책의 서평을 쓰며, 다시 오늘로 돌아왔다.

 

묘한 느낌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기분이다.

 

그래 뭐.

계획대로 안되면 어떠냐.

이것도 난데.

 

 

 

[ 인상 깊은 문구 ]


 

  • 이곳에 있는 석물은 수백 년 이상 된 것들이 대부분이야. 참, 이런 탑을 만들 땐 묘한 틈을 줘야해.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아. 어디 탑만 그렇겠나. 뭐든 틈이 있어야 튼튼한 법이지
  • 처음에 ‘너’를 알고 싶어 시작되지만 결국 ‘나’를 알게 되는 것, 어쩌면 그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저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
  • 타이어의 마모 상태에 따라 고객의 운전 습관이나 성향을 미루어 짐작하곤 해요. 원래 타이어의 정식 명칭은 러버 휠 이었다고 해요. 고무바퀴라는 뜻이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다들 ‘타이어’ 라고 불러요. 왜일까요. 자동차 부품 중 가장 피곤한게 타이어라는 거죠.
  •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순간 우린 살아가는 동력을 얻는다 어쩌면 계절도, 감정도, 인연이란 것도 죄다 그러할 것이다.
  • 프로처럼 처리해야 하는 일을 아마추어처럼 하면 욕을 먹기 쉽고, 아마추어처럼 즐겨야 하는 일에 프로처럼 목숨을 걸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내몰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 차라리 슬퍼할 수 있을 때 마음에 흡족하도록 고뇌하고 울고 떠들고 노여워하자. 슬픔이라는 흐릿한 거울은 기쁨이라는 투명한 유리보다 ‘나’를 솔직하게 비춰준다. 때론 그걸 응시해봄 직하다.
  • 여백이 있는 공간을 만들면 신기하게도 그 빈 공간을 다른 무언가가 채우기 마련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가득 채우려 하다가 아무것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를, 나는 정말이지 수도 없이 목격했다.
  • 공백을 갖는다는 건 스스로 멈출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제 힘으로 멈출 수 있는 사람이라면 홀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리라.
  • 단순히 ‘젊음’ 을 잃으면 ‘늙음’ 이 될까?
  • 베개를 베고 자세를 고쳐 누우면서 이번 주말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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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