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다이제스트(월간)11월호
카테고리 잡지
지은이 가톨릭다이제스트 편집부 (가톨릭다이제스트,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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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은 시기 – 2010년 11월

읽게 된 동기

10월 호에 이어 11월 호까지 도착했다. 시키지도 않은 잡지가 왜 내 이름으로 오는 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여자친구가 선물로 보내준거였다. 미루고 미루다가 우연히 책을 펼쳤는데 지금껏 느끼지 못한 감정을 접하게 되었다.

책 리뷰

나는 가톨릭 신자다. 세례명은 도미니꼬다. 중고등부 교리교사를 3년 봉사했으며, 현재 청년회 전례단장을 봉사하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복사단장과 학생회장을 봉사하며 꽤나 많은 시간을 성당에서 보냈다.

나는 교리교사 활동을 하면서 참 많이도 변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도 많이 찾았으며, 발전했다고 자부한다. 이런 까닭에 나는 어느곳에서든 가톨릭 신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여자친구가 보내준 이 잡지를 나는 부모님에게 드린 뒤 잊고 있었다. 어느날 내 눈에 들어온 잡지를 펼쳤고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감동을 받게 되었다. 진부하리라 생각되었던 가톨릭 잡지는 사람 냄새가 났으며, 따스한 온기가 담겨있었다. 짧은 글들이 주는 감동은 직접 읽어보아야 느낄 수 있다.

이 잡지는 특이하게도 잡지를 독자들과 함께 쓰고 있다. 주제를 정하고 독자들의 글을 받아 편집하여 편찬하고 있다. 여러 독자들의 사연을 읽으며 스펙과 학점이 전부라 여겨지는 현재 내 환경에서 사람 냄새를 맡았다.

이발사의 명강의

안병영 연세대 명예교수의 사연이다. 1980년대 목욕탕에서 머리를 깍았던 교수는 또래의 이발사에게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를 듣는다. 두어해동안 머리를 자르며 이야기를 묵묵히 듣던 교수에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전에 가르쳤던 제자가 교수를 보고 ‘교수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한 것이다. 그 제자는 이발사에게 자신의 위치를 소개했다.

교수가 정치평론을 쓰는 칼럼니스트라고 말이다. 교수는 그 후로도 이발사를 찾아갔지만 이발사는 예전처럼 정치 강의를 하지는 못했다. 이발사가 정치평론을 쓰는 교수에게 어찌 강의를 할 수 있겠는가.

안타까운 것은 교수는 정말로 이발사의 강의를 좋아했고 그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었다는 점이다. 속이려 한 것은 아니지만 꼭 밝혀야 될 이유도 없었던 교수는 의도하지 않게 이발사를 속인 꼴이 된 것이다. 교수는 여기서 이런 말을 한다.

‘알량한 내 신분이 노출되면서 그와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웠던 소통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두 사람 간의 관계도 결정적으로 금이 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찌 손쓸 길이 없었다.’

참 신기하다. 나는 내 신분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어한다. 남들보다 잘난것도 없으면서 조금이라도 위에 있고 싶어한다. 헌데 안병영 교수는 자신의 신분을 알량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산과 숲, 나무와 꽃 앞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언제나 마음을 여는 것은 자연을 접할 때 그들이 그렇듯이 우리 역시 아무 겉치레 없이 벌거벗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요즘 교양과목으로 ‘논리와 사고’를 듣는데 지루하기 짝이없다. 국어시간에 제제, 갈래, 의의 등 소설 한편을 쪼개고 쪼개며 외우는 것을 나는 증오한다. 대학교 1학년때 ‘언어와 문장’이라는 교양시간에 시를 한편 쓴적이 있는데 내가 의도치 않은 뜻으로 해석하며 교수님이 박수를 치셨다. 컴퓨터학과 학생이 시를 이렇게 잘쓰다니 대단하다고 결국엔 A+ 학점을 받았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의도치 않은 뜻으로 내 작품이 해석되면 기분이 참 묘하다. 때문에 나는 남의 작품을 가지고 쪼개고 쪼개며 해석하는 것을 참 싫어한다.

헌데 이 짧은 글은 내게 참 많은 생각을 들게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내면인데… 왜 우린 겉옷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걸까…

부대 복귀작전

부대 복귀. 군필자들에겐 악몽같은 그 시간이 생생할 것이다. 마을 버스를 타고 부대로 복귀할때면 주변에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저 사람은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뭘 하고 있는거지?’

웃고 뛰노는 초등학생을 볼때면

‘너 10년뒤에 그렇게 웃나 보자.’ 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이토록 악몽같은 시간을 참 아름다운 시간으로 보낸 사연이 잡지에 실렸다.

한 회사원의 이야기다. 민통선 안에 부대가 있기에 막차를 놓치면 복귀가 막막해지는 상황. 폭우때문에 열차가 운행되지 않았고 부랴부랴 버스를 타서 부대 근처 터미널에 도착했는데 막차를 놓치고 말았다.

근처에 막차를 놓친 군인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데 택시기사 한명이 ‘군인아저씨들 빨리 내 차 타! 내가 버스 잡아줄게’ 한다. 네명의 군인이 타자 총알택시는 버스를 앞질러 결국 버스를 잡아줬다.

택시기사는 군 생활 열심히하라고 택시비도 받지 않았고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타자 승객들이 많이 놀랬냐며 ‘배고프지?’ 하며 떡과 사이다를 건낸다. ‘평소에 지옥 같았던 부대 가는 길이 너무도 아름다워 창밖을 한참 바라보았다.’ 며 이야기가 끝난다.

군필자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글일 것이다. 과연 지금도 가능할까? 싶다.

얇고 작은 이 잡지에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짧은 글들이 나도 모르게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냥 뭉클이 아니라 가슴을 꽉 차게 해준다. 허~ 했던 가을 남자의 마음을 꽉 채워주는 참 괜찮은 잡지다.

책 속의 좋은 글

책 총평

★★★★☆

참 좋은 잡지다. 두개의 짧은 이야기만 말했지만 몇배나 되는 글들이 실려있다.

다시 한번 여자친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Dragon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