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문도

문도
감독 이동승 (2007 / 홍콩)
출연 유덕화, 오언조, 고천락, 원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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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배를 싫어한다. 물론 담배 연기를 단 한번이라도 입안에 머금은 적도 없다. 하물며 마약은 본 적도 없다. 물론 마약이 일반인이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번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문도는 마약을 주제로 하는 영화다.

마약영화는 처음이다. 우연히 친구들과 보게 된 영화인데 아마 혼자 영화를 봤다면 꺼버렸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다. 액션류의 영화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난 무언가 인생공부를 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한다.

7년 동안 잠복근무.

7년. 당신은 7년동안 당신이 아닌 존재로 살 수 있는가?

군대에서 2년동안 지내는게 무서워 멀쩡한데도 아프다고 하는 청년들이 흘러 넘치는 세상. 과연 7년 동안 주인공 처럼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라면? 글쎄…

주인공 아리는 경찰이다. 하지만 참 특이한 케이스다. 단 한번도 경찰서에 출근하지 않고 홍콩 최대 마약상인 쿤의 밑으로 들어가서 경찰일을 시작한다. 목적은 홍콩에서 마약의 뿌리를 뽑기 위함이다.

아무도 믿지 않는 쿤은 왠지 모르게 아리에게 믿음이 간다. 때문에 자신의 처제까지 내주고 싶어 하고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주고 싶어 한다. 쿤은 당뇨로 인해 몸이 불편한 상태이다. 때문에 자신의 후계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아리라는 제자는 너무도 적합했다.

아리의 집 앞에는 아펀이라는 유부녀가 살고 있는데 아리는 그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한번 두번 먹을것을 주고 그의 딸과 함께하다 보니 아리는 아펀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도중 아펀이 마약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리는 아펀을 멀리하려 하지만 아펀이 남편에게 시달리며 도움을 요청하자 아리는 한번 더 그녀를 돕기로 한다.

아리는 마약을 유통하던 도중 자신의 정체를 모르는 경찰들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해 정체를 밝히려 하지만 아무도 그의 정체를 믿지 않는다. 결국 마약제조 본거지가 드러나고 쿤의 마약공장은 언론에 공개된다.

이 위기를 아리는 자신을 중심으로 일을 만들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출하고 쿤은 겉으로는 아리를 믿지만 속으로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쿤은 아리를 자신의 마약제조농장으로 데려가고 거기서 그를 마지막으로 시험한다. 아리는 쿤이 총을 턱밑에 들이대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위기를 모면한다. 결국 쿤은 아리를 뼈속 깊이 믿게 된다.

쿤은 아리에게 모든 것을 전수해준다. 아리는 쿤에게 모든 것을 전수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쿤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쿤에게 마약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집으로 돌아온 아리는 아펀이 마약을 하다가 죽은 것을 발견한다. 아리는 엄청난 충격을 받고 더이상 마약과 관련된 일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쿤의 증거를 경찰에 넘긴다.

쿤은 아리가 나타나서 자신이 잠복근무였다는 것을 말하기 전까지도 아리를 믿는다. 결국 자신의 모든 신뢰를 주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간에게 뒤통수를 맞고 그는 자결한다.

아리는 쿤의 죽음을 지켜본 뒤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아펀에 대한 복수를 해준다. 아펀의 남편은 아리의 복수로 인해 범죄자가 되어 경찰에 잡힌다.

아리는 자신이 좋아하던 비둘기들을 찾아가지만 조류독감으로 인해 비둘기들은 모두 다른곳으로 쫓겨났다. 이제 아리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7년간 의형제처럼 동고동락하던 쿤도 없고, 사랑했던 아펀도 없고, 비둘기도 없다. 아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는다. 살아갈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오로지 7년 동안 쿤의 체포를 위해 살아왔던 그다. 이미 그바닥이 지긋지긋해졌기에 계속 경찰을 할 수도 그렇다고 마약 판매상이될 수도 없다.

‘세상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결국 그는 아펀의 집에서 아펀의 마약을 자신에게 놓기로 결정한다. 그순간 아펀의 딸이 나타나 그 마약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아리를 안아준다.

마약은 나쁘다.

이 영화의 표면적인 주제는 ‘마약은 나쁘다’ 이다. 유덕화가 중요한 인물로 나오긴 하지만 어쨌든 영화의 중심적인 주인공은 아리다. 아리를 중심으로 영화가 돌아간다.

그러다 보니 아리에게 위협을 가하는 경찰들은 결국 좋은 이미지로 나오지 않는다. 영화 뒤편에 나오는 그러니까 아리에게 잠복근무를 지시한 경찰들은 아리에게 진급과 함께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떠나간다. 단지 그것 뿐.

마약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가?!

마약을 판매하는 사람은 불법이고,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도 불법이다. 때문에 불법을 막기 위한 사람도 존재해야 한다. 마약을 하는 사람들의 주변사람은 무슨 죄란 말인가? 아펀의 딸은 태어난 것이 죄란 말인가?

결국 표면적인 주제는 어쨌든 마약은 나쁘다는 것이다.

삶의 공허함?

그러나 영화 속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내용을 찾다보면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삶의 공허함을 택하겠다. 삶의 공허함. 과연 삶이란 무엇일까? 영화 매트릭스처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에 의해서 짜여진 각본대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불교의 교리처럼 돌고도는 윤회사상 이란 말인가?

난 가톨릭 신자다. 난 삶이란 스스로 개척할 수 있다고 믿으며 감사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 아리는 스스로가 원한 삶을 살았다. 스스로가 경찰이 되었고 쿤을 속이는 일에서 갈등을 하지만 결국 스스로의 선택으로 쿤의 결정적 증거를 찾아내 쿤을 경찰에 넘기게 된다.

원하는 삶을 살았고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에게 남는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느낀다.

여기서 감독이 전하는 메세지가 나온다. 삶은 항상 이런 공허함의 반복이라고 생각한다. 시험을 보고나면 느끼는 공허함. 당신이 수능을 봤다면 수능을 본 후 느껴지는 공허함이 어떤 느낌인지 알 것이다. 당신이 군필자라면 군대 전역 후 느끼는 공허함이 어떤 느낌이지 알 것이다.

삶은 항상 이런 공허함을 동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아리처럼 나약해져서 마약을 하는 행위 따위를 하면 안된다. 여기서 아리가 마약을 하려고 하는 행위는 단순히 마약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타락이다.

아리는 결국 자신이 증오했던 타락의 길을 스스로가 걸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래선 자신을 증오하는것 밖에 안되는 것이다.

여기서 아리의 타락을 막아주는 작은 영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아펀의 딸. 징징.

징징은 자신이 좋아하는 아저씨의 타락을 막는다. 징징이 아리의 타락을 알고 막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집중할 부분은 아리의 타락을 막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다.

아리는 모든것이 부질없고 모든것을 잃은 공허함을 느꼈지만, 세상은 그를 버리지 않았다.

버리지 않았다는 점. 이것이 숨겨진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Dragon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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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용 Domingo

오세용 Domingo

글쓰는 감성개발자 오세용입니다. IT, 책, 축구, 커뮤니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