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K리그가 개막했다. 전년도 K리그 챔피언 전북과 전년도 FA컵 챔피언 수원의 개막전 경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으며 치뤄졌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동계올림픽에 스포츠팬들의 관심이 쏠려있어서 개막전임에도 불구하고 홍보며 관심이 덜했던것 같다.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당당히 걸게 된 김연아. 각종 빙상 경기에서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던 대표팀. 올림픽이기 때문에 관심이 쏠리는데 우리나라가 엄청난 선전을 해댔으니 당연히 관심이 쏠렸을 것이다. 나 또한 김연아의 엄청난 점수에 박수를 보낸다. (김연아의 점수는 100m 달리기로 따지면 8초대의 기록을 세운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다시 전북vs수원의 경기 이야기로 돌아오자. 사실 나는 이번 경기의 결과를 무승부로 예상했다. 0-0의 무승부는 아니고 1-1이나 2-2 정도의 무승부를 기대했다. 전년도 K리그 챔피언인 전북은 저번시즌 멤버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더욱 보강을 했기 때문에 역시 우승후보이고 수원은 수비쪽에서의 보강과 공격진에서의 용병 영입으로 기대를 하게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겨 나갔다. 결과는 3-1. 전북의 완승이였다. 그럼 지금부터 경기 리뷰를 해보겠다.

전반전

전반 4분. 경기가 시작 되자마자 수원은 조원희의 갑작스런 중거리포를 골로 연결시킨다. 세상에나… 나는 경기를 보던 도중 ‘크헉! 와우!’ 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미쳤다. 조원희. 역시 해외에서 괜히 탐냈던 선수가 아닌 것이다. 스코어 0-1.

전반 8분. 주심이 휘슬을 불었는데 수원의 호세모따가 공을 손으로 잡고 경기를 지연시키자 거침없이 카드를 꺼내들었다. 2010 K리그 5분 더 캠페인으로 인한 카드였다. 이번 2010 K리그에서는 조금이라도 경기를 지연하는 행동이 발견되면 거침없이 카드를 꺼내들게 된다.

전반 15분. 전북의 에닝요는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고 만다.

전반 16분. 수원에서 선수교체를 한다. 강민수를 빼고 홍순학을 넣는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뛰던 리웨이펑이 중앙수비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까지는 수원과 전북이 팽팽하게 싸웠다고 할 수 있다. 수원의 수비진들은 활발한 오버래핑을 보여줬다. 물론. 강민수가 나가기 전에도 수원의 수비진은 상당히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 새로 영입된 선수들이 많아서 선수간의 호흡이 맞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를 봤을때 수원이 전북에게 심하게 밀린는 느낌은 아니였다. 그러나 선수교체 이후 수원의 수비진은 대놓고 불안한 상황들을 연출한다.

전반 17분. 백패스로 인해 위기를 맞는 수원. 이때부터 이운재는 소리를 지르고 수원의 수비진은 어리버리한 행동들을 계속해서 보여준다.

전반 18분. 결정적인 찬스를 또 다시 놓치는 에닝요. 공격하는 전북. 수비하는 수원. 이때부터 전북이 밀어 붙이기 시작한다. 수원의 호세모따와 헤이날도는 무거운 몸놀림으로 느릿느릿한 플레이를 보여준다. 전혀 위협적이지 못하다.

전반 24분.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최태욱.

전반 29분. 또 다시 결정적인 찬스를 맞는 에닝요. 이번에는 골! 스코어 1-1.

전반 31분. 날아다니는 최태욱. 거침없는 전북의 왼쪽라인.

전반 35분. 이동국의 결정적인 헤딩슛! 이운재의 선방. 경기를 지연한 진경선 경고.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는 전북. 살아나는 오른쪽 라인.

전반 41분. 좋은 찬스를 놓치는 조원희.

후반전

후반 0분. 수원 선수교체. 김두현이 투입되고 이현진이 교체된다. 진작에 김두현을 투입했어야 한다. 차범근 감독은 앞으로 조원희와 김두현의 조합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이다. 나는 수원의 에이스를 김두현으로 생각하고 있다.

후반 5분. 전북 선수교체. 로브렉이 투입되고 손승준이 교체된다. 전북이 야심차게 영입한 용병 로브렉. 크로아티아 득점왕 출신이다.

후반 6분.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호세모따. 김두현 투입 후 살아나는 수원의 공격.

후반 12분. 루이스의 현란한 드리블 돌파.

후반 15분. 수원 선수교체. 서동현의 투입. 헤이날도의 교체. 진작에 했어야 할 교체다. 이번 경기에 보여준 모습이 전부라면 차범근은 용병 선택을 너무도 잘못한 것이다.

후반 23분.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이동국.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최태욱! 역시 오늘 최태욱. 한건 할 줄 알았다. 뒤에서 쇄도하는 최태욱을 보지 못하고 어리버리한 행동을 보여주는 곽희주와 주닝요. 주닝요의 태클에 최태욱이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내주고 만다.

후반 25분. 페널티킥을 성공하는 에닝요. 스코어 2-1. 역전!

후반 29분. 찬스를 놓치는 이동국. 계속 되는 이동국의 슈팅. 그러나 결과는 엉망. 망설이는 수원의 2선. 전반 4분 터졌던 조원희의 중거리슛처럼 찬스가 열림에도 불구하고 자꾸 망설인다.

후반 33분. 계속해서 좋은 찬스를 만드는 전북.

후반 34분. 김승용이 투입된다. 오늘 최고의 모습을 보여준 에닝요가 교체된다.

후반 45분. 로브렉의 쐐기골. 스코어 3-1. 최강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로브렉!

MVP 에닝요. 측면에서의 차이.

경기 MVP는 두 골을 기록한 에닝요에게 돌아간다. 사실 두 번의 찬스를 놓칠때 까지만 해도 에닝요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계속해서 자신에게 찬스는 오는데 골로 연결은 못하고 팀은 지고 있고. 이런 압박감을 이겨내고 첫번째 골을 뽑으며 전북은 살아났고 결국 역전승을 거뒀다.

언론에서는 강민수의 부상으로 인해 경기의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강민수가 부상을 당하기 전에도 수원의 수비는 불안했다. 전반 초반에는 강민수가 걷어내려는 공을 완벽히 처리하지 못했고 조원희의 손에 맞아 페널티라인 바로 바깥에서 프리킥 찬스를 내주는 등 강민수가 교체되기 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AFC챔피언스 리그 경기에서 엄청난 프리킥 능력을 보여주었던 수원의 주닝요였지만 프리킥 능력을 빼고는 딱히 뛰어난 능력을 발견하지 못했다.

차범근감독은 이번 경기에서도 일명 ‘뻥’ 축구를 자주 보여주었다. 웅크리고 있다가 역습으로 가는 전술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습방법이 잘못되었다. 적어도 역습을 한다면 예전 맨유시절 호날두처럼 수비진영에서 드리블로써 공격진영으로 공을 가져갈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원에는 그런 선수가 없었다. 김두현 백지훈 조원희 모두 중앙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김두현을 측면에 배치하는 등의 안타까운 전술운용을 했으며 결국 후반전에는 키가 큰 서동현을 넣어서 헤딩을 노리기 시작했다. 수원에는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가 필요하다. 이적시장 마지막 아슬하게 이적한 염기훈이 그 역할을 해준다면 수원은 달라질 것이다. 물론 염기훈 한명으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하지만 전북은 달랐다. 전북에는 그런 역습찬스에서 공을 드리블로써 가져갈 선수가 있다. 바로 최태욱이다.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개인기. 거기에 왼쪽 오른쪽 모두 뛸 수 있다. 나는 이번 경기의 숨은 MVP를 최태욱으로 꼽고 싶다.

여기에 전북은 새로이 김승용까지 영입했다. 게다가 K리그 최고의 무회전프리키커로 꼽히는 김형범이 부상에서 벗어난다면 전북의 양쪽 측면은 엄청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새로이 영입된 박원재까지 가세한다면 양쪽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K리그 최고의 타깃형 스트라이커 이동국이 받아서 넣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득점 루트가 된다. 개막전 한 경기 가지고 이동국의 능력을 평가하기엔 저번 시즌 보여준 능력이 너무도 크다.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전북은 공격 진영에서의 측면뿐만 아니라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이 눈에 들어왔다. 좌측의 진경선과 우측의 최철순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계속해서 오버래핑을 보여주었다. 양쪽에서 흔들어대는 전북의 공격은 불안한 수원의 수비진을 박살냈다.

나는 오늘 3-1 전북의 승리 이유를 ‘측면에서의 차이’ 로 꼽고 싶다. 전북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측면을 공략 할 것이다. 수원은 앞으로 측면에서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측면에서의 약점을 보완하지 못한다면 또 다시 ‘뻥’ 축구를 하게 될 것이고 팬들과 우승컵 또한 멀어지게 될 것이다.

성공적으로 시작하는 5분 더 캠페인

2010 K리그가 야심차게 준비한 5분 더 캠페인이다. 개막전 경기를 보는 내내 흥분되었고 언제 골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 너무도 좋았다. 물론 저번시즌에도 개막전 경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경기의 재미를 반감시키는게 심판이였다.

기억하는가? 2009시즌 개막전. 포항의 스테보가 화살을 쏘는 세레모니로 퇴장을 당했던 일을. (칼럼 골세레모니는 퇴장이다?)

이번 개막전에서의 최명용 주심. 나는 최명용 주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너무도 깔끔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었다. 경기를 본 누구나 인정 할 것이다. 어떤 팬도 주심을 욕하지 않았다. 이는 K리그에서 드문 경우다. 여지껏 항상 심판의 능력이 도마에 올랐었기 때문이다.

흥분되었던 개막전 경기. 깨끗한 경기운영. 더 바랄게 있을까? 이대로만 간다면 2010 K리그 정말 재밌는 리그로 탈바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DragonAce